이야기가 있는 섬 ③ ‘대표 섬 노래’가 필요하다...꽃피는 여수바다

[기획연재-‘섬’ 어디까지 알고 있니?] 글 최홍길 서울 선정고 교사(수필가)l승인2019.05.08l수정2019.05.0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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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개의 보석 같은 섬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해양관광도시 ‘여수’.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금동백꽃 섬 ‘오동도’, 남해안 끝자락의 작은 기암괴석이 신비로운 섬 ‘금오도’, 남해안 최초로 불을 밝힌 ‘거문도’, 남해의 해금강이라 불리며 기암괴석의 비경을 자랑하는 ‘백도’, ‘비밀의 화원’처럼 숨겨져 더욱 아름다운 ‘하화도’ 등 섬 여행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 하화도 꽃섬길 / 사진-여수시 제공

그러나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무인도는 어떨까. 여수시 월호동에 속해 있으며, 대경도와 소경도 사이에 있는 무인도 ‘가장도(加長島)’는 생소한 곳이지만, 한 때 모녀 사이의 지극한 정 때문에 언론을 탔던 곳이다.

그 사연은 이렇다. 나룻배의 어머니와 어린 딸의 사연을 한마디로 축약하면 ‘모정’이다. 1962년 2월, 여수 남초등학교 졸업식 때의 일이다. 집이 세 채밖에 안 되는 외딴 섬 출신의 중년부인이 ‘장한 어머니상’을 받은 것이다.

가장도는 여수의 국동에서 보면 헤엄을 쳐서 갈만한 거리가 아니다. 이 섬에는 학교가 없었다. 그리고 당시의 가장도는 말이 좋아 섬마을이지, 겨우 세 가구만 살았다. 그 섬에서는 생계를 위해 약간의 채소와 나물을 육지에 팔러 나가기 위해 이용했던 나룻배 한 척만이 외부를 잇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 여수 가장도 / 사진-여수시 제공

이 섬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은 그때까지 아무도 없었던 시절이라, 남편은 여자가 공부해서 뭘 하겠느냐고 생각했다. 당연하게 20리 정도의 바닷길을 통통배도 아니고 어떻게 노를 저어 다니느냐고 반대했다.

하기야 60년대 가난한 시절, 대부분의 섬에서 여자들을 교육해야겠다고 생각하기보다 오히려 오빠나 남동생에게 기회를 주기위해 일해야 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딸이 문맹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신념으로 기어코 남편 몰래 딸을 육지의 초등학교에 입학시켜 버린 것이다. 남자도 아닌 여자의 몸으로 6년 동안 남편의 고기잡이를 돕고, 가축을 키웠다.

손바닥만 한 텃밭에 나가 채소를 일구는 것이 삶의 전부였지만, 자기와 같은 처참한 삶을 물려주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딸을 교육시켰다. 전기도 시계도 없는 섬마을에서 새벽 어둠에 딸을 깨워 밥을 먹이고 나룻배를 저어 뭍의 학교에 보냈다. 집으로 돌아와 밭일과 갯일을 하다가 공부가 끝날 때면 다시가서 데려오곤 했다.

뭍의 학교로 나룻배를 통해 등하교를 시킨 6년의 세월! 어머니의 정성은 지극했고 그렇게 6년을 하루같이 노를 저어온 뱃길이 무려 3만4천리나 되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스스로 오직 딸만을 위한 뱃사공이 된 것이다.

당시 사연을 취재했던 한국일보 기자로 인해 ‘모정의뱃길 3만4천리’는 전국 방방곡곡에 알려졌다. 그때 받은 격려 편지는 국내외에서 하루 200여 통 이상이었다고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정의 뱃길’이란 영화가 만들어졌고, 라디오 연속극까지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들을 소재로 한 ‘꽃피는 여수바다’가 불렸다.

꽃 피는 아침이나 물새 우는 저녁이나/ 나룻배에 나를 태워 글공부 시키고저
어기여차 어기여차 외딴섬에 살아도/ 여수바다 푸른 물에 노를 젓는 어머니
글 배워 누구주랴 아는 것이 힘이란다/ 어머님은 못 배워도 딸 하나 훌륭하게
어기여차 어기여차 비바람이 불어도/ 육 년이라 그 세월에 모정 뱃길 삼만 리

▲ 낭도 / 사진-여수시 제공

섬 알리는 국민노래가 필요해!

여수 가장도와 관련한 ‘꽃 피는 여수바다’는 이제 전설과 같은 얘기로 남아 있다. 대신 버스커버스커가 부른 ‘여수 밤바다’가 여수를 대표할 만한 곡으로 자리 잡았다.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로 시작하면서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다’고 감미롭게 속삭이는 이 노래를 모르면 이제는 간첩이나 다름없을 정도다.

수업시간에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알고 있는 우리나라의 섬을 말해 보라고 시간을 너끈하게 줘도, 고작 독도와 제주도를 포함한 열 개 정도의 섬밖에 대답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독도는 기본적으로 알고 있으나 ‘서해의 독도’인 격렬비열도는 아예 모른다.

그래서 섬에 대해서 무지한 이들에게 ‘가치’가 있는 섬들을 선별(?)해 적극적으로 알려야 마땅하다.

‘아름다운 이 땅 금수강산에 단군 할아버지가 터 잡으시고’로 시작되는 ‘역사는 흐른다’라는 노래가 있다. 연대기적 흐름으로 총 5절로 된 이 노래와 같이 초등학생도 부를 수 있는 ‘섬 노래’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국민들에게 홍보를 통해 가사를 공모한 뒤, 전문 작곡가에게 의뢰해 만들면 될 것이다.

‘독도는 우리 땅’과 같이, 우리의 여러 섬을 알릴 노래, 국민가요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에게 섬은 힐링을 넘어서서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마침 올해 8월 8일은 제1회 ‘섬의 날’이기도 하다.

<참고도서 : 이재언, ‘한국의 섬’>

 


글 최홍길 서울 선정고 교사(수필가)  tournews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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