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사시사의 고장 완도 ‘보길도(甫吉島)’

[기획연재-‘섬’ 어디까지 알고 있니?]이야기가 있는 섬②-문학(소설·시조·가사)의 섬을 찾아서 최홍길 서울 선정고 교사(수필가)l승인2019.03.19l수정2019.03.1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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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길 부황리 윤선도 원림 옛길 코스

* 수능에 꼭 나온다는 ‘고전시가’ 대표작 탄생지?

전남 완도군 완도항으로부터 12㎞ 떨어져 있는 섬 ‘보길도’. 면적 33㎢, 해안선 길이 41㎞인 이 섬은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대학을 가려면 꼭 치러야하는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에 꼭 나온다는 고전시가(古典詩歌)의 대표작인 탄생한 곳이다.

고3 11월에 한번 치르는 수능을 위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여러 차례의 모의고사를 시행하고 있다. 1교시 국어영역은 45문항으로 80분의 시간이 주어지는데 이때 고전시가(古典詩歌) 한 편이 반드시 지문으로 등장한다.

우리의 고전시가로는 향가·고려가요·악장·경기체가 등이 있으나 주로 가사와 연시조 작품이 출제되고 있다.

대표적인 연시조로는 이황의 도산십이곡, 안민영의 매화사, 정철의 훈민가, 윤선도(1587-1671)의 오우가 등이 있다. 이 중 고산(孤山) 윤선도의 연시조 작품이 자주 등장하는데 만흥, 견회요, 어부사시사가 그의 작품 군에 속한다. 그 중 하나인 ‘어부사시사’가 바로 보길도에서 창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 보길 보죽산에선 내려다본 보옥리 공룡알 해변

* 춘하추동 사계절 흥취 담긴 ‘어부사시사’

목포시 바로 옆의 무안군 삼향읍에는 전남도청이 자리하고 있는데 도청 민원실에는 어부사시사의 구절들이 적혀 있다. 우리나라에서 섬이 가장 많은 곳이 전남이기에 참으로 괜찮은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대개 민원인들은 공무원들과 딱딱한 분위기에서 일을 볼 수밖에 없을 건데, 민원실 벽면 요소요소에 기록된 고산의 시향을 접하면서 잠시 여유롭고 한가한 세상을 생각해 볼 수 있으리라.

65세 되던 해 보길도에 은거하면서 지은 이 작품은 춘하추동 사계절의 흥취를 각 10수씩 읊었는데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와 같은 독특한 여음구가 들어 있어 매우 이채로운 시조이다.

춘사(春詞)에서는 고기잡이 떠나는 광경을 한 폭의 동양화처럼 그려 내어 자연과 더불어 풍류 속에서 살아가는 은일사상을 나타냈고, 하사에서는 소박한 늙은 어부의 생활을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

추사에서는 속세를 떠나서 자연에 동화되어 가는 생활을 드러냈고, 동사에서는 눈 덮인 산을 바라보는 한가한 마음을 나타냈다.

▲ 보길 부황리 윤선도원림 세연정

* 윤선도 발자취 찾아 ‘보길도 여행’

보길도의 청별항과 노화도의 이목항 사이에 2008년 보길대교가 개통돼 두 섬이 하나가 됐다. 620m의 다리의 등장으로 보길도를 찾는 여행객들은 시간과 뱃삯을 절반으로 줄이면서 노화도까지 아울러 돌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보길도의 동쪽 끝은 선백이다. 여기서 조금 더 가면 바위 위에 철제로 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송시열의 암각시문이다.

안으로 더 들어가면 주변은 온통 바윗덩어리. 앞에는 밧줄로 테두리 쳐진 영역이 보이는데 ‘글씐바위’ 부분이다. 무수히 탁본을 떠 간 터라 바위에 새겨진 글씨는 온통 먹칠이 되어 있다. 그래서 눈을 크게 뜨지 않으면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이다.

윤선도의 정적(?)이었던 송시열 역시 당쟁에 밀려 83세의 늙은 나이에 제주로 유배를 가던 중 풍랑을 만나 보길도 선백리로 피했다.

이때 ‘83세의 늙은 이 몸이/ 거칠고 먼 바닷길을 가노라’로 시작되는 한시를 남겼는데, 보길도 선백리의 ‘글씐바위’에 새긴 시가 바로 그것이다.

▲ 글씐바위

* 윤선도 발길 10년간 사로잡은 곳

다시 보길도의 서쪽 해안길을 따라서 고산의 유적지가 있는 부용리로 향한다. 고산 윤선도가 제주도를 찾아가다가 심한 태풍을 피하기 위해 우연히 들른 보길도는 그의 발길을 10여 년간 묶어둔 곳이다.

세상을 등지고자 결심한 뒤 배를 타고 제주도로 향하던 고산이 도중에 심한 풍랑을 만나 보길도의 황원포에 상륙했다가 이곳의 아름다운 풍광에 매료되어 아예 눌러앉았다. 천문과 지리에 통달했던 고산이 그 많은 섬 중에서 이 섬을 택해 말년을 보낸 것이다.

윤선도의 문학과 삶이 어린 보길도에는 세연정을 비롯해 곡수당과 낙서재, 동천석실이 있다. 고산이 연못을 파고 정자를 세워 시를 읊고 자연을 노래한 곳으로 알려진 ‘세연정’은 담양의 소쇄원과 더불어 조선시대 최고의 정원으로 손꼽힌다.

세상의 때를 씻는다는 세연지는 개울에 보를 막아 논에물을 대는 원리로 조성되었는데 여기에 5개의 정자를 세운 것이 특징이다. 세연정에는 손수 심은 고송, 수량을 조절할 수 있는 굴뚝다리 등이 잘 어우러져 있다.

* 아슬아슬 절벽 위에 들어선 ‘동천석실’

동천석실은 마을에서 20분쯤 산을 타고 올라가야 만날 수 있다. 울창한 밀림 속으로 난 산길이어서 ‘길의 아름다움’이 배어난다. 하지만 아슬아슬한 절벽 위에 들어서 있어 나중에는 제법 가파른 등산을 해야 한다. 고산은 이곳을 부용동 제일의 절경이라 했고, 절벽에 세운 한 칸짜리 정자에서 여유롭게 책을 읽으며 신선처럼 소요했다.

▲ 보길 부황리 윤선도원림 동천석실

어부사시사의 고장 보길도는 특히 ‘전복섬’으로 유명세를 타고있다. 보길도와 노화도 학생들은 배가 고프면 육지 학생들처럼 가끔씩 라면을 끓여 먹는데, 마지막에는 계란 대신 전복을 넣는다. 값으로 치면 라면보다 전복이 훨씬 비싸지만, 섬 주위가 온통 전복양식장이고 또 하품(下品)이라 할지라도 버리기 아깝기에 라면과 같이 먹는다고 한다.

해남윤씨 종가인 녹우당(綠雨堂)과 유물전시관 그리고 고산의 유적지를 먼저 둘러본 다음, 땅끝에서 여객선을 타고 보길도의 세연정 등을 찾아가는 게 순서이다.

구경 후 부둣가 식당에서 전복죽을 마주한다면 뷔페 때 먹는 전복죽과 차이가 있음을 확인 가능하기에 일석삼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자부한다.

▲ 보길 부황리 윤선도원림 낙서재

<사진 완도군 제공>


최홍길 서울 선정고 교사(수필가)  tournews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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