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닥터스·개성병원추진위, 국회서 정책세미나 개최/사진제공=그린닥터스.
그린닥터스·개성병원추진위, 국회서 정책세미나 개최/사진제공=그린닥터스.

[투어코리아=김형석 기자] 남북관계가 장기 경색 국면에 놓인 가운데, 시민단체와 의료계, 정부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개성공단 재가동과 남북 의료협력의 새로운 해법을 모색했다. 정치·외교 경색 속에서도 보건·의료 분야는 남북 간 협력의 마지막 통로이자 현실적 출구라는 데 공감대가 모였다.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와 개성병원추진위원회는 2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성공단 재개 전망과 남북의료 협력방안 모색’ 세미나를 열었다. 이학영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 김남중 통일부 차관,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 정근 그린닥터스 이사장 등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번 세미나는 2016년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사실상 10년 넘게 멈춘 남북 경제·의료 교류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마련됐다.

◆ “의료는 남북을 잇는 마지막 통로”… 개성병원 재건 제안도

개회식에서 정근 그린닥터스 이사장은 과거 개성공단 내 ‘개성 남북협력병원’ 운영 경험을 언급하며 의료 협력의 상징성을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의료는 정치적 대립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마지막 통로”라며 “당시 남북 근로자와 북한 주민 35만 명을 무료 진료한 경험이 있었던 만큼, 현대식 ‘개성종합병원’ 모델로 다시 협력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학영 국회부의장은 축사를 통해 “개성공단 폐쇄는 모두에게 큰 충격이었다”며 “의료를 통한 교류는 남북 신뢰 회복에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남중 통일부 차관도 “개성공단은 남북 평화공존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업이었다”며 “보건의료 분야에서 협력의 길을 다시 찾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지금이 두 번째이자 마지막 기회”… 개성공단 재개 ‘창구론’ 제기

첫 발제는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일기 평화공존전략센터장이 맡았다. 김 센터장은 최근 미국과 한국 정부의 대북 신호를 언급하며 “지금이 개성공단 재개를 모색할 수 있는 두 번째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진단했다.

그는 “유엔 안보리 제재 체제에서도 보건·의료 협력은 상대적으로 추진 가능성이 높다”며 감염병 공동 대응, 의료 인프라 확충, 의료인력 교류 등을 현실적 협력 분야로 제시했다.

이어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은 “의료는 국제 제재 환경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인도적 분야”라며 “개성공단과 의료협력은 남북 신뢰 회복의 가장 현실적 경로”라고 강조했다.

◆ 감염병 대응·의료인력 교류·첨단 의료 인프라 등 분야별 협력 제안

전문가 토론에서는 외교·보건·언론 각 분야에서 다양한 의견과 제안이 이어졌다.

홍정익 질병관리청 감염병정책국장은 팬데믹 경험을 언급하며 “장기간 단절된 남북의 감염병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며 “교류 재개 시 상호 감염병 유입에 대비한 공동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한평 전 부산MBC 국장은 개성공단 당시 남북 의료진이 수술실·진단실을 함께 운영한 경험을 소개하며 “그야말로 의료를 통한 작은 통일의 현장이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그는 “중단이 가져온 단절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북한의 의료 수요 분석과 지속 가능한 협력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유리 국민대 연구위원은 북한이 최근 보건의료를 체제 전략의 핵심으로 격상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첨단 의료기기·정밀진단 장비를 필요로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그러나 이는 유엔 제재 품목과 겹치기 때문에 기존 인도적 지원 모델로는 대응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변화된 정책 흐름을 정밀하게 반영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 “개성공단·개성병원을 미래형 플랫폼으로 재설계해야”

참석자들은 공통적으로 ▲대북제재 체제 속 합법적 경로 설계 ▲남북 의료체계 격차 해소 방안 ▲국제기구와의 삼각협력 모델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개성공단과 개성병원을 과거 형태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형 남북협력 플랫폼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세미나를 주최한 그린닥터스는 2004년 보건복지부에 등록한 국제 의료봉사단체로, 개성 남북협력병원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남북 공동의료의 대표 사례를 만든 바 있다. 국내외 재난·취약지역에서 의료 활동을 이어온 단체로, 이번 세미나에서 개성공단 재개와 의료협력의 결합 모델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그린닥터스 관계자는 “남북 협력의 핵심은 정치가 아니라 사람”이라며 “개성공단 재개와 함께 의료 협력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실질적 로드맵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도 보건·의료 분야 협력이 남아 있는 마지막 협력 통로라는 현실적 문제의식이 공유된 이번 세미나는, 앞으로 개성공단 재가동 논의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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