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하면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신사 문화다. 갖가지 온갖 것을 신격화 하다 보니 신만해도 800만 가지가 넘고, 크고 작은 신사도 12만 개에 달할 정도. 그 중에서도 미에현 이세시(伊勢市)에 있는 ‘이세신궁(伊勢神宮)’은 일본 전역에 흩어져 있는 신사(神社)의 중심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세신궁’은 일본 건국 신화에 등장하는 태양신이자 일본 천황의 조상(하늘)신 ‘천조대신(天照大神,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을 모시는 신사로, 신사 중 으뜸으로 친다. 이름 마저 ‘이세시에 있는 신의 궁전’이다.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그 옛날에는 ‘이세신궁’을 가보는 게 ‘평생의 소원’이었을 만큼 일본인들이 신성시하는 곳으로, 이세시를 찾는 여행자의 가장 큰 목적은 ‘이세신궁참배’일 정도다. 실제 연간 약 800만 명 정도가 이세신궁을 찾고 있다.
이처럼 일본인들이 이세신궁을 가고 싶어 하는 이유에는 ‘소원빨’이 좋다는 믿음도 은연중에 깔려있다. “이세신궁에서는 소원을 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는 일본인들이 의외로 많다고.
신사에서 좋은 기운을 받으려는 여행객, 참배객들의 마음은 이세신궁 내궁에서 정궁으로 가는 참배 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오랜 역사를 짐작케 하는 거목들이 늘어서 있는데, 좋은 기운을 받으려는 여행객들이 이 거목을 손으로 어루만져 반질반질 해졌을 정도다. 어떤 거목은 독특한 모양이 생겨 눈길을 끌기도 한다.
신들의 신을 모시는 곳인 만큼 그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이세신궁은 5,500헥타르(약1,664만 평)의 규모로, 내궁과 외궁 등 총 125개의 신사로 구성돼 있다. 내궁과 외궁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면적이 워낙 넓다 보니, 다 돌아보긴 힘들어 여행객들은 보통 내궁만 돌아보지만, 본래는 외궁을 참배하고 나서 내궁을 참배하는 게 정석이라고.
또 소원을 비는 방식도 외궁에서 ‘세상의 잡다한 일’, 소소한 소원 등을 하나하나 빈 다음에, 내궁에서는 간절하게 바라는 ‘일생의 소원’을 비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세신궁의 독특한 오랜 전통도 호기심을 사로 잡는다. 20년 년 마다 신을 모신 집을 허물고, 그 옆의 터에 신의 집을 새로 짓고 이사하는 ‘식년천궁(시키넨센궁)’행사가 1300년간이나 이어오고 있는데, 터를 옮김으로써 기운을 새로이 하기 위함이란다. 마지막 식년천궁행사는 지난 2013년 진행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