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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술 여행] 중국 와인의 표준(標準) ‘장유(張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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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술 여행] 중국 와인의 표준(標準) ‘장유(張裕)'
  • 글 김응구 기자/현지 가이드·통역 권혁(权赫)
  • 승인 2020.06.1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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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張裕)는 곧 ‘중국 와인’이다. 한마디로 와인에 관해서는 장유의 표준(標準)이 곧 중국의 표준이다. 그만큼 역사가 오래 됐고, 그 자체가 자부심이다. 올해가 막 시작된 지난 1월 2일, 중국 산둥성(山東省) 옌타이(烟台)의 ‘장유술문화박물관(張裕酒文化博物館)’을 방문했다. 우리 일행을 반긴 사람은 장유의 진광송(陈广松) 수출부장이었다.

중국에서 가장 큰 와인업체 ‘장유’

장유는 중국에서 가장 큰 와인회사다. 전 세계에선 네 번째 규모.

프랑스의 샤토(chateau)처럼 포도원·양조장·숙소가 한데 모여 있는 와이너리가 베이징(北京), 신강(新疆), 시안(西安) 등 중국 전역에 골고루 퍼져있다.

중국 전역에 와인양조장만 총 23곳이 있고 그중 옌타이에만 16곳이 있다.

진광송 수출부장은 “그 옛날 이백(李白)이 포도주를 마시며 시를 썼다는데, 그때부터 중국에 포도주가 있었다는 얘기”라며 “집집마다 조금씩 만들어 마셨을 순 있지만, 중국에서 포도주를 전문적으로 만들고 대량생산한 것은 장유가 첫 번째”라고 말했다.

중국 와인 역사의 시작점

장유는 장필사(張弼士・1841~1916)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1892년 장유양주공사(張裕釀酒公司)를 설립, 장유는 물론 중국 와인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달리 얘기하면, 중국인들은 126년 전부터 와인을 마시기 시작한 셈이다.

장필사는 중국에선 꽤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18세에 말레이시아로 건너가 돈을 벌기 시작했고, 이후 손대는 사업마다 빛을 발하면서 많은 부를 쌓았다. 이 소식은 청나라 서태후(西太后)의 귀에 들어갔다. 측근들은 서태후에게 “애국심이 강하고 사업 쪽으로 탁월한 이가 있다”고 소개했고, 곧 말레이시아에서 들어오기를 요청했다.

장필사는 양조(釀造)사업으로도 대성했다. 당시 난양(南陽) 최고 부자(富者)로 이름을 날렸는데, 그의 재산은 8000만냥에 이르렀다. 이 금액은 그 시절 청나라 1년 재정수입과 맞먹는 수치(數値)다. 장유를 설립할 땐 그의 재산 가운데 300만냥을 투자했다고 알려져 있다. 장필사는 그의 명성과 부는 중국의 근대화를 이끄는 주요인이 됐다. 이 때문에 지금도 중국인들에게 존경과 찬사를 받고 있다.

장필사는 1915년 미국에서 열린 ‘파나마태평양만국박람회’에 브랜디, 와인 등을 출품했는데 그중 4개 제품이 그랑프리를 받았다. 장필사는 이때 같이 간 직원들과 한 달 동안 미국에 머물면서 시장조사까지 마치고 돌아왔다.

장유는 유명 정치인들과의 인연도 깊다. 청나라를 없애고 중화민국을 창건한 쑨원(孫文)은 1912년 옌타이에 직접 와 장유를 위한 귀한 문구를 직접 써주었다.

중국 근현대 정치가 저우언라이(周恩來)는 1954년 한 국제회의에서 외국손님들에게 장유와인을 대접했다. 1965년에는 전 세계에 장유와인을 알리라고 65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역시 중국 근현대 정치가 마오쩌둥(毛澤東)은 직접 방문하진 않았지만 1956년 3월 중국인들이 많이 마실 수 있게끔 좋은 포도주를 만들어달라는 의미의 글을 써서 전달해줬다.

중국 넓고 다양한 기후 장점 살려 세계 각국 와인 생산

장유에선 초기 유럽에서 포도 종자(種子)를 가져와 심고, 이를 개량하면서 발전시켜 나갔다. 지금은 여기저기서 재배하는 포도품종이 수를 세기 힘들 정도로 많다.

또 하나. 중국은 땅이 워낙 넓어 위도(緯度)가 비슷한 나라의 포도 재배가 가능한 점을 충분히 이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와 위도가 비슷한 지역에선 같은 품종을 재배할 수 있다. 독일 리슬링도 마찬가지고, 캐나다 아이스와인 품종 역시 그렇다.

그런 이유로 장유에선 아이스와인도 생산한다. 이곳에선 ‘빙주(氷酒)’라고 부른다.

중국 동북쪽 랴오닝성(요녕성・遼寧省)에는 아이스와인 와이너리가 있다. 북한과 가까운 지역이다. 위도상 독일 또는 캐나다와 비슷한 지역이 바로 랴오닝성이다. 이곳에선 대략 100여종의 포도를 재배한다.

청나라-프랑스 전쟁이 ‘와인사업’ 시초

장필사가 와인사업에 관심을 가진 건 우연한 기회였다.

청나라와 프랑스 간 전쟁이 그 시작이었다. 당시 옌타이에 있던 그는 어느 날 주변 야생 포도로 술을 만들었는데, 평소 알고 지내던 프랑스 사람들의 평이 좋았다. 훗날 전쟁이 끝나고 다른 지역에 있던 장필사는 그 와인이 생각났고, 다시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옌타이로 돌아가 본격적으로 기후, 토양 등을 조사한 끝에 와인사업에 뛰어들기로 맘먹었다.

진광송 부장은 “한참 후에 알아보니 지구상 옌타이의 위도가 프랑스와 비슷해 기후, 토양, 햇살 등이 딱 맞아떨어짐을 알았다”며 “보통 옌타이는 ‘3S’라고 해서 햇빛(sunshine), 토양(soil), 바다(sea)가 뛰어난 지역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렇듯 포도 재배 조건이 무척 좋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진 부장에 따르면 옌타이는 포도 외에도 사과, 배, 앵두도 유명하다.

와인 원조국 유럽에 수출

장유그룹이 중국 전 지역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주로 유럽으로 수출한다. 프랑스, 독일, 영국이 주요 수출국이다. 그로 인해 한 해 평균 400~500만 달러 정도를 거둬들인다.

진광송 부장은 “와인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원재료인 포도”라며 “그게 70%를 차지하고 나머지 30%가 정성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프랑스에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이유는 장유와인의 원재료인 포도품종이 그 나라에 없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등급제로 와인 품질관리! 장유와인이 중국표준이 되다!

장유도 프랑스나 이탈리아처럼 와인에 등급을 매긴다. 모두 네 개의 등급이 있는데 모든 와인은 이 급에 맞게 관리한다.

진광송 부장에 따르면, 중국의 와인은 원래 유럽식 표준을 따랐는데 그러다보니 소규모 와인회사들이 경쟁력을 잃게 돼 장유가 나서서 중국 전 지역의 와인을 관리하게 됐다.

지금도 장유그룹의 와인 전문가들은 전국 각지를 다니며 와인을 맛보고 등급을 평가한다. 이는 전국 각 지역에서 어떤 와인들이 생산되는지 장유그룹이 모두 파악하고 있다는 얘기다.

와인회사 한 곳이 전국 각지에 퍼져있는 수많은 와인회사의 와인들을 모두 관리하는 셈이다. 그런 이유로 ‘장유의 표준(標準)이 곧 중국의 표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장유그룹에는 와인 연구소가 따로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 연구하고 개발하는 모든 와인의 기술과 데이터는 중국 정부에서 책임지고 보호한다.

유럽식 샤토 포토밭에서 와이너리 투어

박물관에서 나와 차로 약 30분 정도를 달려 가장 가까운 와이너리를 방문했다.

2002년 프랑스 회사와 함께 유럽식 샤토를 본떠 만든 이곳은 포도밭과 대규모 양조시설, 그리고 호텔로 구분돼 있다. 포도 재배가 한창일 때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옌타이에선 신혼부부 웨딩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이 와이너리는 2002년에 세웠다. 이곳에서만 186가지 포도품종이 재배된다. 이곳에서만 1년에 50만병의 와인을 생산한다. 대형 마트 등에선 팔지 않고 오직 이곳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전체 생산량의 80%가량이 내수용으로 풀리고 나머지는 수출용이다.

중국에서 국제 포럼이 열렸을 때 당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방문한 적이 있고, 중국의 정・재계 인사들도 다수 다녀갔다.

11년 거처 만든 지하 숙성창고 ‘오크통’도 장관

지하 숙성창고로 들어가니 수없이 펼쳐진 오크통들이 장관이다. 1년 사계절 내내 온도는 14℃, 습도는 75% 정도를 항상 유지한다. 지하 숙성창고 전체 규모는 약 2600평방미터(㎡)지만 실제 사용면적은 1300평방미터다. 장유에선 이 숙성창고가 가장 오래됐다. 이곳에는 오크통이 500통 정도지만 다른 곳은 보통 1만 통을 넘게 보유하고 있다.

오크통은 통 바깥 면에 보기 쉽게 용량과 설비번호, 통 번호 등이 적혀있다.

보통 이 통에서 18개월을 숙성시킨 후 병입하고, 다시 숙성창고에서 2년을 묵힌 다음 소비자에게로 보낸다. 그러니까 한 와인을 만들기 시작해 소비자의 손에 쥐어지기까지 4년여의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숙성창고가 오래된 만큼 오래된 오크통도 몇몇 보인다. 대부분 중화인민공화국이 설립된 이후 유럽에서 들여온 것들이다. 그중 아시아에서 가장 큰 통이 세 개나 있다. 한 통에 약 1만5000ℓ, 즉 15톤이 들어간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역사적 가치로 보존 중이다. 중국 정부 역시 이들을 문화재급 가치로 예우한다.

이 지하 숙성창고는 1894년에 만들어 1905년에 완성했다. 기간만 11년이 걸렸다. 바다와 무척 가까워 지반(地盤)이 약하다보니 계속 무너졌기 때문인데, 100년이 훨씬 넘은 지금까지 사용 중이다.

수많은 와인 종류로 취향 저격

장유와인은 종류가 무척 많다.

그중 ‘제바이나’라는 제품이 가장 유명하다. 가격은 전 제품 중 중간 정도. 1937년에 이 브랜드가 처음 출시됐는데, 8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 약 4억6000만병이 팔려나갔다. 그밖에 장유 카스터와 장유 리슬링도 대표 브랜드다. 제바이나는 9개월, 카스터는 18개월을 오크통에서 숙성시킨다. 제바이나는 한국으로 수출할 계획도 갖고 있다.

 

진광송 부장은 “원래는 주력 상품을 인민폐 100원(한화 1만6500원) 내외로 맞추려고 했는데 최근 중국에 젊은이들, 특히 여성들의 와인 소비가 많이 늘어나면서 그들의 소비수준에 맞춰 68원짜리를 주력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광송 부장은 이어 “고급 와인도 300원대에서 2000원대까지 다양하게 마련돼 있는데, 주로 450원대가 많이 팔리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와이너리마다 와인은 물론 여러 증류주를 판매하는 갤러리가 따로 마련돼 있다.

장유, 중국 술의 대명사되다!

장유는 중국에서 술의 대명사(代名詞)다.

현재 전 세계에서 중국으로 수입되는 유명 양주는 장유가 독점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진광송 부장에 따르면 이미 절반은 진행이 완료됐다.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와인시장은 바로 중국”이라며 “이는 장유가 중국의 가장 큰 도매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의 술이 중국에 들어오면 그것들은 모두 장유를 통해 시장에 풀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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