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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여행 - 발레타, 수도의 품격 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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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여행 - 발레타, 수도의 품격 그 이상
  • 김관수 기자
  • 승인 2023.10.05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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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박타박 400년의 시간여행
인스타그래머블한 발레타여행 (사진. 김관수)
인스타그래머블한 발레타여행 (사진. 김관수)

[투어코리아=김관수 기자]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 제주도의 6분의 1, 우리나라 강화도 정도 크기의 작은 섬나라 몰타여행의 시작은 유럽 최초의 계획도시이자 적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한 요새 도시로 건설된 몰타의 수도 발레타(Valletta)이다.

도시 면적이 불과 0.8제곱킬로미터 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수도이지만 도시의 활기만큼은 세계적인 대도시 서울 못지않다. 수도의 품격 그리고 그 이상의 무언가가 여행자들을 반겨주는 곳. 발레타 옆 옛 수도 쓰리 씨티즈도 함께한다.

사진. 김관수
사진. 김관수

400년의 공존

이른 아침부터 여행객들은 발레타의 골목들을 누비고, 몰티즈들은 바지런하게 그들의 일상을 살아간다. 도시의 좁은 면적은 상반된 두 풍경의 거리를 부쩍 좁혀 놓았다. 특별한 경계 없이 어느 순간 몰타 대통령의 집무실 앞을 지나기도 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발레타와 그곳의 하루를 함께 나눈다.

16세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4백 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지닌 도시의 이야기가 발레타 구석구석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수많은 여행객들이 그 과거의 시간을 만나기 위해 끊임없이 이 작은 도시를 찾는다. 아픔의 시간을 수없이 겪으면서도 자신들의 정신과 흔적들을 지켜왔기에 1980년 이 도시는 통째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당시 유네스코가 밝혔던 선정의 이유, '세계에서 가장 역사가 밀집된 지역 중 하나'라는 사실은 발레타의 미로 같은 골목 속에서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켜켜이 쌓인 세월의 파편들이 오늘의 우리로 하여금 발레타를 더욱 북적이고 복잡한 도시로 느끼게 해준다.

사진. 김관수
사진. 김관수

그렇게 분주한 삶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중해의 여유와 유럽만의 뽀송뽀송함 그리고 블링블링한 분위기를 잃은 것은 아니었다. 여행객들이 몰리는 몇몇 골목을 벗어나자 소문나지 않은 발레타의 이면들이 곳곳에서 발걸음을 붙잡는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자면 한 발자국 걸음을 옮길 때마다 명소가 하나씩 나타난다고 해도 좋다. 지나치는 모든 것이 역사의 한 페이지이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 인스타그래머들을 위한 힙플레이스들이다.

400년의 세월이 과거와 현재라는 구분 없이 한데 잘 어우러진 모습이 어색하지 않아 더욱 정겨움이 느껴지는 도시. 작지만 쎈 한방이 있는 몰타의 수도. 그렇게 ‘완소’ 여행지로서 발레타의 품격은 여행자들의 마음 깊은 곳으로 빠르게 스며든다.

발레타를 연결하는 고풍스러운 골목길 (사진. 김관수)
발레타를 연결하는 고풍스러운 골목길 (사진. 김관수)

당신에게만, 발레타 한 바퀴

발레타에는 꼭 한 번 찾아가도 좋을 명소들이 많다.

온통 금으로 장식된 화려한 내부에 이탈리아의 유명 화가 카라바조(Caravaggio)의 명작 <세례 요한의 참수>가 보관된 성 요한 대성당(St. John’s Co-Cathedral)과 옛 기사단장의 생활상과 수많은 예술품이 소장된 그랜드 마스터 팰리스(Grand Master 's Palace), 최고의 전망을 선사하는 어퍼 바라카 가든(Upper Barrakka Gardens), 발레타가 시작되는 발레타 시티 게이트(Valletta City Gate), 몰타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인 카페 코르디나(Cafe Cordina) 그리고 요즘 여행객들의 'Like'를 끌어 모을 핫플레이스들까지 모두 못 가면 서운한 곳들이다.

발레타 시티게이트 (사진. 김관수)
발레타 시티게이트 (사진. 김관수)

발레타가 시작되는 시티 게이트에서부터 발레타의 외곽을 산책하듯 한 바퀴 느릿느릿 둘러봤다.

화창한 하늘 아래 작은 분수가 싱그러운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는 어퍼 바라카 가든에는 수많은 여행객들이 모였다. 마침 아름다운 전망대 아래에서 매일 낮 12시에 대포를 발사하는 예포 의식(Saluting Battery)이 열리는 시간이었다. 이미 긴 성벽 앞에는 먼저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눈으로 볼 수 없으니 양 귀를 쫑긋 세우고 대포 소리를 들었다.

한 때 발레타를 보호하며 무려 500년간을 이어온 대포 소리이지만 이제 과거의 긴장감은 모두 내려놓은 축제의 포성이 울렸다. 때 맞춰 운집한 전 세계 관람객들의 박수와 함성이 터지는 순간, 눈앞에 두고 보지 못한 아쉬움이 더욱 커진다.

어퍼바라카가든 전망대 (사진. 김관수)
어퍼바라카가든 전망대 (사진. 김관수)

​정원을 빠져나와 성벽 아래로 내려갔다. 운치 넘쳐보이던 그 골목 안으로 들어선 순간, 색색깔 몰타식 발코니가 늘어서서 알록달록한 길을 열어놓고 있다. 다음 목적지인 로워 바라카 가든(Lower Barrakka Gardens)으로 이어지는 길. 어퍼 바라카 가든 보다 낮은 곳에 위치한 작고 아담한 정원은 여전히 훌륭한 풍경을 잊지 않고 내어준다.

여행객들이 잘 찾아오지 않아서 정원의 싱그러움을 넉넉하게 느낄 수 있다. 어퍼 바라카 가든에 비해 낮은 곳에 있지만, 그만큼 더 바다와의 거리는 좁혀졌다.

로워바라카가든 (사진. 김관수)
로워바라카가든 (사진. 김관수)

가든 전망대 바로 아래에는 추모의 종(Siege Bell War Memorial)이 걸린 거대한 종각과 그 곁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누워있는 한 남자의 조각상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집중 포화로 희생된 약 7천 명의 시민들을 기리는 마음과 함께 영원한 평화를 꿈꾸고 있다. '이 작은 도시에서 7천 명이라니.' 어디에서나 그렇듯 전쟁의 흔적 앞에서는 늘 애잔하다.

발레타는 관광지가 아닌 평범한 도시의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다. 바다 위에 놓인 풍경은 군더더기들을 걷어내고 파란 평화의 공간을 선사한다.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듯, 두 다리와 그 끝에 선 두 등대만이 바다를 지키고 있다.

널찍한 광장이 인상적인 성 엘모 요새(Fort St Elmo)의 국립 전쟁박물관(National War Museum)을 지나자 해안의 곡선을 따라 바다 풍경이 숨었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숨바꼭질이 시작된다. 그리고 불쑥 예쁘장한 횡단보도를 만났다. 바닥에 무지개를 띄워놓은 것처럼 파스텔톤 색들로 칠한 횡단보도.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몰티즈들의 예술적 감성이 도로 위에서 빛나고 있는 장면이다.

성 엘모 요새 (사진. 김관수)
성 엘모 요새 (사진. 김관수)

‘딱딱딱딱’ 소리를 내며 마차들이 돌아다니고, 발코니 문을 열고 나온 사람들은 각자의 하루를 즐기고 있다. 언뜻 봐도 이곳 주민임을 알 수 있는 사람들. 화려함은 빠졌지만 깊은 호흡을 이어가고 있는 리얼 지중해 라이프다.

몰타의 수도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정서에 발걸음은 느려진다. 여행객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쉬어가는 시간은 점점 늘어난다.

놀이터에서, 카페에서, 그냥 길거리에서. 혼자서 때로는 꼬맹이들, 아니면 길냥이들과 느릿느릿 먹고 놀다보니 어느 샌가 어퍼 바라카 가든의 반대편, 발레타 서쪽이다. 그렇게 3시간 쯤, 발레타는 나에게만 주는 새로운 선물이라도 되는 것 같았다.

슬리마를 오가는 페리의 선착장 너머로 석양이 조금씩 물들기 시작했다. 골목으로 들어가 조금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바다 건너 슬리마 그리고 세인트 줄리안의 하늘에 붉은빛이 감돌았다. 어디선가 연인들이 모여들었고, 주변의 모든 이들이 잠시 동작을 멈추고 바다를 바라보기만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머리 위까지 붉게 물들인 석양은 이미 발레타의 골목 안을 뒤덮었다.

다시 한 바퀴 여행을 시작했던 시티 게이트로 돌아가는 길의 기억. 그토록 황홀한 발레타를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발레타에서 바라본 슬리마 (사진. 김관수)
발레타에서 바라본 슬리마 (사진. 김관수)

발레타의 대표 명소들

성 요한 대성당 St. John’s Co-Cathedral

성 요한 대성당은 1573년에서 1577년 사이 성 요한 기사단의 단장이었던 장 드 라 카시에레(Jean de la Cassiere)의 통치기간에 지어졌다.

8개 예배당 속, 8개 수호성인을 위한 공간으로 이루어진 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감탄사 하나쯤은 톡 튀어나올만한 바로크 양식의 화려하고 우아한 내부 장식이 단연 압권이다. 성당 안에서는 배낭을 전부 앞으로 메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혹시 모를 접촉으로부터 금으로 장식된 내부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대성당을 찾는 이유로 이탈리아의 유명 화가인 카라바조가 전 생애를 통틀어 유일하게 직접 서명을 남긴 그림으로 기록된 <세례 요한의 참수>를 감상하거나, 각기 다른 색의 천연 대리석을 일일이 조합해서 맞춘 성당의 화려한 바닥 장식을 꼽는다.

하지만, 성당의 어느 것 하나도 빼놓을 수 없었다. 그림 하나, 작은 장식 하나도 완벽한 미학의 집합체를 만들어주는 진정한 명품들뿐이었다.

바닥 대리석에는 비밀이 숨어 있다. 성당 바닥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각 대리석 판은 약 400여 명이나 되는 기사단의 무덤 뚜껑이다. 지하에 그들의 무덤이 안치되어 있는 것이다.

성요한대성당 (사진. 김관수)
성요한대성당 (사진. 김관수)

어퍼 바라카 가든 Upper Barrakka Gardens

1775년에 이탈리아 기사단들의 휴식공간으로 지어진 정원이다. 발레타의 좁고 복작대는 길을 빠져나와 어퍼 바라카 가든으로 들어서는 순간 ‘탈출’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걸음은 느릿느릿 바뀌고, 드디어 벤치에 앉아서 쉬어갈 수 있다는, 그런 뜻밖의 감사함의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그리고 정원을 지나 ‘짠’하고 나타난 숨어있던 풍경은 몰타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전망의 끝판왕이었다.

비토리오사를 비롯한 쓰리 시티즈와 항구, 그리고 지중해. 라임스톤과 파란 바다가 만들어 내는 완벽한 조화에 다시 한 번 뜨거운 감사를 전하게 되는 곳.

카페 코르디나 Cafe Cordina

몰타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로 몰티즈라면 간첩 빼고는 다 아는 이름이다. 1837년 문을 연 곳으로 간판에서 쓰인 ‘1837’이라는 숫자를 통해 그 긴 세월을 짐작할 수 있다. 커피와 디저트는 물론 몰타 전통 음식까지 준비된다.

밖에서 입구만 보면 작은 카페로 보이지만, 널찍한 실내공간을 비롯해 발레타광장을 앞마당처럼 쓰는 야외 좌석까지 마련되어 있어 조금 더 유러피언스럽게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카페 코르디나 (사진. 김관수)
카페 코르디나 (사진. 김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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