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빙빙 돌며 무아지경에 빠져 신과 만나는 의식이자 터키 전통 춤 ‘세마(Sema)’.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이 춤은 긴 흰색 스커트를 입은 군무단이 빠르게 회전하는 모습이 마치 꽃이 피는 모습을 연상케 하며 환상적이며 이색적이다.
세마는 이슬람 신비주의 중 하나인 ‘메블라나교’의 종교의식을 기원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영유하고 오랜 시간 유지해온 이유는 ‘대중성 확보’다.
보통 정통 이슬람교는 신을 향한 마음이 흐트러지고 타락과 유혹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세속적인 춤과 음악을 금지했다. 이와 달리, 세마는 어려운 경전 대신 쉽고 즐거운 춤 동작을 통해 누구든 신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기본 사상으로 한다. 때문에 서민들에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가며, 이 춤을 추는 사람 ‘세마젠(수도승)’들이 무수히 생겨나게 됐다고.
신과 만나는 경건한 의식 ‘세마’
빙글빙글 회전하는 세마의 주된 동작은 모든 만물은 돈다는 세상의 이치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태양계의 행성들을 상징하며, 계속되는 회전이라는 고통스러운 동작은 신을 만나기 위해 이겨내야 하는 하나의 관문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세마를 추는 수도자들을 세마젠(Semazen)이라고 부르는데, 세마젠들은 코란을 외우며 기도한 후, 대나무 피리 ‘네이(Ney)’의 반주에 맞추어 둥글게 회전하는 춤을 춘다.
신비로운 음악을 배경으로 빙빙 돌려 양팔을 벌려 오른손은 하늘을, 왼손은 대지를 가리키는 동작은 하늘로부터 전해지는 사랑과 은총을 사람들에게 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회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신과 더 가까워진다고 믿으며, 신과의 소통에서 나아가 마침내 신과의 합일을 추구한다.
죽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의미 담긴 ‘세마 의상’
세마의 복장 또한 신성한 가르침을 담고 있다.
‘시케(Sikke)’라는 기다란 모자는 무덤 앞에 있는 비석을 상징하는데, 사람은 모두 언젠가는 죽을 운명이니 늘 선한 마음을 갖자는 뜻이다.
‘히르카(hırka)’라고 불리는 검은색 망토는 흙을 상징하며 우리가 죽으면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옷이다. 춤을 시작하기에 앞서 히르카를 벗는 것은 무덤에서 나와 신을 만날 준비가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마의 대표 의상이라고 할 수 있는 흰옷은 ‘텐누레(Tennure)’라고 하는데, 수의를 상징한다. 세마를 추는 수도자들은 세마를 위한 옷으로 환복할 때 모든 행동에 앞서 모자와 신발 등에 입을 맞춰 배려를 표현한다.
세마 장관 명소와 축제 ‘루미 페스티벌’
터키 전통 춤인 ‘세마’는 이스탄불(Istanbul)이나 부르사(Bursa)와 같은 터키 주요 관광지 문화센터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세마는 터키에서 가장 이슬람 색채가 강한 도시로 꼽히는 ‘콘야(Konya)’ 지역에 그 뿌리를 두고 있어 콘야에서도 세마를 만날 수 있다.
콘야에서는 매년 12월 중순 도시 전체에 메블라나 루미 페스티벌(Mevlana Rumi Festival)이 열린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신과의 합일을 이루는 밤이라는 뜻의 ‘세비 아루즈 나이트(Seb-i Arus Night)’로, 수백 명의 세마젠들이 진행하는 세마 군무가 펼쳐진다.
매년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 국내외 백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등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하였다.
한편, 유네스코는 세마 창안자인 ‘메블라나 젤랄레딘 루미(Mevlana)’의 탄생 800주년인 2007년을 '루미(Rumi)의 해'로 선정한바 있다.
<사진/터키문화관광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