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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떠나는 이유] 주인혜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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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떠나는 이유] 주인혜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었구나!”
  • 정리 조성란 기자
  • 승인 2019.08.01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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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후 있는 그대로의 날 받아들일 수 있게 됐죠!

대학 휴학 중 짧은 제주도 여행으로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었구나”를 깨닫게 됐다는 주인혜(25세, 대학생). 잠시 일상을 벗어났을 뿐인데 가져온 변화에 ‘여행의 매력’에 절로 빠져들었고, 해외여행으로 이어졌다.

125일간 9개국 29개 도시를 배낭여행하는 동안 갖가지 상황에 접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면서 ‘잊고 있었던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됐다는 그녀. 한층 유연해진 사고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면서 마음도 편안해졌다고.

그래서 ‘여행은 길 위에서 나를 마주하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여행담을 소개한다.

▲ ABC 트레킹

그의 여행 기록
* 여행 기간 : 125일
* 다녀온 여행지 : 9개국 29개 도시
                인도, 네팔, 미얀마, 태국, 체코, 독일,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헝가리
* 여행 경비 : 6,920,917원
* SNS 운영 채널 : 인스타그램 @jjuene, 페이스북 주인혜(Ju Inhye),  유튜브 주자몽

# 세계여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휴학하고 1년 정도 일하고 있던 당시 감정조절이 잘 안 될 정도로 몸과 마음이 지쳤어요. 그때 같이 일하던 동생이 세계여행을 간다고 하더라고요.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없을뿐더러 사람들이 떠나려고 하는 이유도 잘 몰랐어요.

그래도 짧게나마 ‘집이 아닌 타지에서 쉬고 싶다’는 마음에 숙소만 정하고 무작정 제주도로 떠났어요. 그런데 그 곳에서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었구나’라는 사실을 느꼈어요.

일상을 벗어났을 뿐인데,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환기가 됐다는 사실에 자연스레 여행의 매력에 빠져버렸죠. 바로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어요.

나보다 큰 배낭을 메고 정처 없이 떠도는 배낭여행을 하고 싶다는 로망이 생기더라고요. 일하며 모아둔 돈도 있어 주저할 필요가 없었어요.

▲ 인도 판공초

첫 여행지는 영화 ‘세 얼간이’의 촬영지로 유명한 호수 ‘인도 라다크 레(Ladakh Leh) 지역의 판공초’로 정했어요. 인스타그램의 사진을 보고 난 후 꼭 가보고 싶어졌거든요.

해외여행을 결심한 시기가 마침 일 년 중 석 달 정도 밖에 개방되지 않는 판공초 개방시기여서 드디어 여행을 실천에 옮기게 됐어요. 장기간 떠나는 것은 처음이라 최소한 100일만 넘겨보자 스스로 다짐 하고 떠났죠.

▲ 인도 판공초

# 여행지 중 추천 여행지와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태국 치앙마이와 빠이(Pai)에요. 치앙마이는 편의시설을 다 갖추고 있으면서 문화와 역사가 잘 보존돼서 참 매력적인 곳이에요. 특히 예술가분이라면 추천합니다.

▲ 태국 치앙마이

빠이는 생소할 수도 있는데, 치앙마이에서 봉고차를 타고 762개의 커브 길을 지나면 나오는 작은 마을이에요. 배낭여행자 사이에서는 명소로 꼽히는 곳으로, 가는 동안은 멀미로 고생을 하게 되지만, 막상 도착하면 멀미를 잊을 정도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곳이에요.

특히 스님이 운영하시는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며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 함께 요리해 먹고, 스쿠터를 빌려 이곳저곳 구경했던 게 가장 즐거웠고 기억에도 많이 남아요. 매일 느지막이 일어나 해먹에 누워 쉬고, 스님이 해주시는 한식을 정말 원 없이 먹었어요.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죠. 정말 저를 있는 그대로 편하게 내려 놓았던 곳이에요.

▲ 태국 빠이

빠이는 스쿠터를 빌려 관광명소를 도장깨기 하는 재미가 있는 곳이에요. 스쿠터는 탈 줄 몰라 염치없이 항상 스쿠터 뒷자리를 차지하면서 빠이에서 갈 수 있는 곳은 다 돌아본 것 같아요. 게다가 빠이에선 매일 워킹스트릿에 야시장이 서는데, 초밥이 200원밖에 안할 정도로 물가가 저렴해 부담이 없다는 점도 매력적이에요.

주의할 점은 겨울에 가야 생기가 넘치는 빠이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또, 스쿠터를 탈 줄 알아야 더 자유롭게 즐길 수 있어요.

# 여행 증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오스트리아에서 할슈타트–잘츠부르크–장크트길겐을 여행했을 때에요. 자연경관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멋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의외로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기도 해요.

▲ 오스트리아 샤프베르크

“노! 블라블라”하더니 노숙자가 있는 대합실이 아닌 대기하던 기차에 타게 해준 역무원, 야간이동에 지쳐 쪽잠을 자고 있는데 깨워준 청년, 휴대폰 전원이 꺼지는 바람에 무작정 찾아갔는데도 숙소까지 태워다준 정비소 직원, 가는 길이 같다며 먼저 호의를 베풀어 준 레베카 가족, 운동화가 미끄러워 못 올라가니 손을 내밀어주던
스키어 등 참 따듯했어요.

사실 언어와 인종차별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유럽여행을 꺼렸었는데, 이에 대한 경계심도 고정 관념도 모두 깨지면서 정말 반할 수밖에 없었어요.

▲ 오스트리아 레베카가족

오스트리아에 대한 인상이 좋아지니 다 좋아진 것 같아요. ‘샤프베르크’ 뷰도 너무 예뻐서 행복했었고, 비를 맞으며 고생해서 찾아간 숙소도 마음에 들어 하루 연장했어요. 동네 마트까지 거리가 꽤 있었지만 계란과 스프를 사와 직접 요리하는 재미도 쏠쏠했어요. 동남아에서 유럽으로 넘어온 뒤로는 숙소 가격 때문에 혼숙을 이용
했는데, 처음으로 마음 편하게 쉴 수 있었어요.

# 여행 중 가장 당황스러웠던 순간은

여행을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가 됐을까요. 당시 낮이었고, 동행자도 2명이나 있었는데, 델리 여행자의 거리 ‘빠하르간지’ 근처에서 성추행을 당했어요. 더군다나 전날에도 같은 일을 겪은 탓에 복장에 더 신경을 썼는데도 말이에요. 너무 화가 나서 그 남자의 가방 끈을 잡아당겨 지금 뭐하냐고 한국말로 소리쳤는데,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한 표정으로 가려고 하더라고요.

▲ 인도 레(좌측 상), 인도 콜카타(좌측 하), 인도 카르둥라(우측)

그래서 다시 잡았더니 인도인들이 몰려오고 근처에 있던 경찰이 왔어요. 동행자 언니가 상황을 설명해 주자 경찰이 바로 그 남자의 뺨을 때리더라고요. 경찰이 어떤 조치를 했으면 좋겠냐고 물어봤지만, 손이 떨리고 눈물이 나서 빨리 그 상황을 벗어나고만 싶었어요.

왜 나인가 싶었어요. 노출이 있는 옷을 입은 것도 아닌데. 내가 만만해 보였나. 그 후 사람이 많은 곳을 가면 경계를 바짝 세우곤 했어요. 인도가 너무 싫어졌고 행복하려고 온 여행인데 ‘내가 뭐 하고 있나’라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여행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렇게 억지로 버텨내면서 결국엔 ‘애증의 인도’가 되더라고요.

나중에 미얀마에서 만난 인도인과 대화를 나누는데 자신이 직접 사과를 해줬어요. 인도는 인구가 많아 개개인을 통제하기가 힘들다며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길이 엇갈린 동행자를 찾았냐고 먼저 물어봐 줬던 것도 인도인이고, 직접 여행사로 전화해 버스 탑승지를 알려준 것도 인도인이에요. 직접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고, 당연한 건 없는 것 같아요.

그 후 변화가 있다면 나쁜 기억을 없애기 위해 좋은 것에 더 집중하는 노력을 하게 됐어요. 덕분에 유럽에서 인종차별을 당해도 신경을 많이 안 쓰게 됐어요.

▲ 미얀마 껄로 트레킹

# 여행 중 가장 큰 고민은

모아둔 돈을 다 투자하는 여행이었기 때문에, 귀국 후의 생활이 걱정되긴 했지만, 언제 또 이렇게 여행을 해보겠나 싶은 마음으로 마지막 남은 2만원까지 탈탈 털어 썼어요. 사실, 여행 중에는 고민보다는 ‘언어가 잘 통하지 않는 타지에서도 살았는데 한국에서는 뭔들 못하겠어!’ 이런 자신감이 넘치던 때였어요.

▲ 네팔 스카이다이빙

# 주인혜에게 “여행은 000이다” 짧게 정의한다면

“여행은 길 위에서 나를 마주하는 과정이다.”

타지에서 다양한 일을 단기간에 겪으면서 나를 지킬 사람은 나뿐이었어요. 익숙해진 사람들과 헤어지는 과정을 통해 다시 혼자가되면, 가장 친해져야 할 것도 나 자신이었죠. 여행을 통해 일상을 벗어나 내가 잊고 있었던 나의 모습을 알게 됐어요.

▲ 체코 프라하

특히 여행에서 정말 다양한 분을 만날 수 있었어요. 일 년의 9개월은 열심히 일하고 3개월은 한량처럼 여행하시는 목수공, 꾸준한 여행을 위해 매번 퇴직하는 언니,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퇴직한 오빠 등 ‘삶엔 정답이 없다’고 느꼈어요. 그런 분들과 대화를 통해 생각이 유연해졌어요.

‘굳이 남을 의식할 필요가 없구나’, ‘나를 자책하면서까지 열심히 할 필요는 없구나’를 깨닫게 되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수월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어요. 그러고 나니 감정표현에 솔직해지고 남 눈치를 덜 보게 되면서 스스로도 많이 안정된 것 같아요.

▲ 미얀마 바간

# 앞으로의 계획은?

대학교 4학년이라 곧 졸업을 앞두고 있어요. 졸업 전 내년 1~2월쯤 2주 정도 태국여행을 떠날 계획이에요. 새로운 곳보다는 배낭 여행을 하며 좋았던 곳을 다시 방문할 예정으로, 이번엔 카오산로드에서 방콕을 제대로 즐기고 싶어요.

직업적으로는 영상 편집 회사를 들어가거나 나만의 채널을 운영하고 싶어요. 여행하며 좋은 풍경과 순간을 영상으로 담는 과정이 행복했어요. 여행자가 여행 작가를 꿈꾸는 이유도 자신의 경험을 타인과 공유했을 때 그 가치가 커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휴학 중 경험해본 일 중 영상이 가장 흥미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영상을 만질 때 행복하기 때문에 도전하고 싶은 분야에요. 현재도 경기도 미디어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어요.

▲ ABC 트레킹

# 세계여행에 도전(계획)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무작정 떠나라’라고는 할 순 없어요. 가는 건 본인의 자유라고 생각해요. 대신에 그 나라의 분위기(인도에서는 낯선 사람을 쭉 쳐다보거나 사진을 찍는 경우가 있어요)와 그 나라의 주된 사기 수법 및 주의해야 할 행동은 미리 알아가셨으면 해요.

▲ ABC 트레킹
▲ 차분한 목소리로 여행 경험담을 들려주며 내내 밝은 미소를 짓던 주인혜씨.

< 사진 / 주인혜씨가 여행 중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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