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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3일 위해 만든 자항기르 마할 등 보석 같은 유적지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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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3일 위해 만든 자항기르 마할 등 보석 같은 유적지 가득
  • 문지연 기자
  • 승인 2014.11.12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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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된 마을 숨은 보석을 찾아서 ‘인도 오르차’②
▲자항기르 마할. 중세 이슬람 전성기 시절의 건축양식을 접할 수 있는 자항기르 마할은 무굴 제국 4대 황제 자항기르가 오르차에 머무는 동안 사용하기 위해 지은 궁전이다.

 

[투어코리아=문지연 기자] 어제와 오늘이 공존하는 땅 ‘인도 오르차’. 아그라와 카주라호 사이에 있는 한적한 시골마을 오르차를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막상 오르차에 발을 디딘 이들이라면 마을 곳곳에 산적한 궁전과 사원 등 수많은 유적들에 금세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폐쇄된 마을 안에 꽁꽁 숨겨놓은 화려한 과거. 언덕에 자리 잡은 장엄한 궁전들. 들리지 않았다면 크게 후회할 뻔한 보석 같은 여행지다.

 

3일 위해 만든 자항기르 마할
대표 유적지 자항기르 마할 등 7곳을 둘러볼 수 있는 입장료는 250루피. 표를 사들고 처음 간 곳은 라즈 마할 궁전이다. 매표소 쪽으로 올라가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라즈 마할은 왕과 왕비가 머물던 곳으로 라마, 크리슈나 등 왕족의 삶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방안의 정교하고 아름다운 벽화가 유명하다. 이곳의 또 다른 백미 중에 하나는 성에서 바라보는 마을의 풍경이다. 궁전 꼭대기에 올라 눈앞에 펼쳐진 전경을 바라보면 마음 언저리의 답답한 무언가를 잠시나마 탁하고 떨구어버리는 느낌이다.

▲자항기르 마할외부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중세 이슬람 전성기 시절의 건축양식을 접할 수 있는 자항기르 마할이다. 황제 자항기르가 오르차에 머무는 동안 사용할 궁전으로 만든 것이다.

17세기 살림 왕자는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것 때문에 아버지인 악바르대제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살림은 황제 계승권을 박탈당하자 반란을 일으켰으나 실패,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다. 그 직후 몸을 숨길 곳을 찾다 당도한 곳이 오르차다. 당시 오르차의 왕이던 비르 싱 데오는 숨겨달라는 살림의 요청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요청을 받아들인다.

살림은 훗날 황제가 된다. 그가 바로 인도 무굴제국의 제4대 황제인 자항기르다. 그는 황제가 된 뒤 과거 자신을 보호한 비르 싱을 잊지 않고 분델라 왕가의 왕으로 임명한다. 자항기르는 비르 싱의 대관식 참석 차 오르차에 들르는데 그때 3일간만 머물렀던 궁전이 바로 자항기르 마할이다. 고작 3일, 권력의 사치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자항기르마할 내부

 

궁전은 이곳에 얽힌 이야기만큼이나 화려하다. 붉은 사암으로 지은 외관은 분델라 왕가의 영화로운 시기를 충분히 짐작하게 할 만큼 으리으리하다. 내부 역시 호화롭다. 말, 코끼리 등 타는 동물의 높이에 맞추어 내리는 곳의 위치를 달리한 것도 눈에 띈다.

궁전에 올라 바닥을 밟고 벽을 만지며 화려했던 시절의 온기를 느껴본다. 왕가의 화려한 시절부터 퇴색하던 때까지의 이야기가 바람을 타고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억겁의 세월이 흘러 영화로움의 흔적만 남은 지금 이 순간이 왠지 모르게 쓸쓸하다.

폭이 좁은 계단을 따라 더 높은 곳으로 향한다. 여차하는 순간에 아래로 ‘쿵’하고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밀려온다. 그 길을 따라 미로처럼 얽히고설킨 방들을 통과하고 이내 난간에 걸터앉아 거친 바람과 마주한다. 얼굴을 스치는 것이 뜨뜻미지근한 바람일지언정 궁전에서 내려다보는 광대한 고원과 그 사이사이에 들어선 고성들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기만 하다. 정말이지 다른 세상이다.

▲자항기르 마할 내부

 

화려한 과거 안의 소박한 삶
궁전에서 내려다보는 유적 중에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뾰족한 모양의 힌두사원 차투르부즈 만디르다. 마을 어느 곳에 위치해 있어도 쉽게 눈에 띄는 곳이다. 불에 그슬린 듯 거뭇한 모습이 약간은 오싹하다.

▲뾰족한 모양의 힌두사원 차투르부즈 만디르. 불에 그슬린 듯 거뭇하다.

마을에는 이외에도 가볼만한 유적이 많다. 분델라 왕족이 수도를 옮길 당시 머물던 시슈 마할이 있다. 지금은 호텔, 레스토랑 등으로 쓰고 있다.

하르다울 왕궁은 비르 싱 데오의 아들이 형제의 아내를 탐했다는 오해를 받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곳이다.

▲시슈마할. 분델라 왕족이 수도를 옮길 당시 머물던 시슈 마할. 현재 호텔, 레스토랑 등으로 쓰고 있다.

힌두 사원 람 라자 만디르는 지금도 사원으로 쓰인다. 왕비를 위해 아요디아 지역에서 가져온 비슈누신의 화신인 라마 신상이 모셔져 있다. 사원 앞은 행상들의 삶의 각축장이다. 과자를 파는 총각, 각종 액세서리와 염색제를 파는 할머니가 멀리서 온 관광객에게 손짓을 한다.

▲힌두사원 '람 라자 만디르'는 지금도 사원으로 쓰인다. 왕비를 위해 아요디아 지역에서 가져온 비슈누신의 화신인 라마 신상이 모셔져 있다.

좀 더 적극적인 이들은 그 옆에 돗자리를 펼쳐 놓고 팔찌 등 각종 기념품을 파는 꼬마 장사꾼들이다. 일단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부풀려 놓고 흥정을 하는 품새가 어른 못지않다. ‘30% 특별 할인’, ‘1+1’ 등 이들에게서 장사꾼의 달변이 쏟아진다.

과거를 품은 고성들 사이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 이 역시 오르차에서 유유자적하는 지금 이 순간을 끝낸 뒤 또 다시 마주해야할 ‘나의 모습’들이다.

고성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 소박한 삶을 엿보는 것은 오르차에서 느낄 수 있는 또하나의 즐거움이다.

▲람 라자 만디르 앞 시장.

 

여행 Tip

◆가는방법 : 우리나라에서 인도 델리와 뭄바이로 향하는 비행기 직항편이 운항 중이다. 델리나 뭄바이 등에서 아그라까지 기차와 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아그라에서는 잔시까지 기차를 이용하면 편하다. 잔시역에서 오르차까지는 오토릭샤를 이용한다.

◆치안주의 : 오르차 여행을 망설였던 이유는 소개하는 글이 너무 적어 혹시 ‘볼 것이 없나’ 싶은 막연한 우려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흉흉한 소문이 더 큰 이유였다. 여행 책자에 치안 상태가 예전보다 더 나빠졌다고 적혀 있었던 것이다. 과거 외국 배낭여행객이 이곳에서 살인, 강도 등의 피해를 겪었다는 것이 골자다. 또 치안상태 때문에 한 밤중에는 오토릭샤가 마을 쪽으로는 아예 눈도 안 돌린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런 내용을 읽고 미리 겁을 집어 먹은 이유였던 것인지, 실제 잔시역에서 마을로 진입할 때 왠지 모를 스산한 공포가 밀려오곤 했다. 여기에 정점을 찍은 것은 게스트하우스 주인의 말이었다.

“한 밤중에는 아예 마을 밖으로 나갈 생각도 말아요, 매우 위험하니까. 늦은 밤에는 숙소 문을 잠그니까 애당초 해떨어진 뒤에 다닐 생각일랑 말고요.” 볼 것 많은 이 동네, 주민까지 주의를 주니 무조건 밝은 낮에만 다녀야할 모양이었다.

어찌되었든 처음에는 책자의 문구 때문에 선입견을 갖고 겁을 먹었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오르차야 말로 최고의 여행지 중에 하나였다.

▲시장에는 각종 액세서리와 염색제 등을 파는 행상들이 늘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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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관광뉴스 투어코리아, Tou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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