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 화려한 문화를 자랑하던 거대제국 페르시아의 역사를 간직한 곳. 79년 이슬람 혁명 이후에는 핵무기 보유, 미국의 악의 축 발언, 경제 제재, 테러 위험성 등으로 인해 검은 차도르에 가려진 듯 어두운 면만 연상되는 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이야기의 땅’으로 여전히 많은 여행객들을 설레게 하는 나라 ‘이란’.
익숙한 문화권도 아닌 생경한 이슬람국가에서 내 인생 가장 ‘뜨겁고 핫한’ 시간을 보냈다. 40도를 웃도는 한여름에 간단한 인사말조차 모른 채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도착해 보낸 지 반년. 머리에 걸쳐진 ‘히잡’ 만큼이나 답답하기만 했던 이란 생활 정착기.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베일에 가려졌던 이란의 매력이 내게도 점차 보이기 시작했다.
이란을 찾는 모든 여러분의 행운을 빌며 “호다 하페즈!(신의 가호가 있기를!)”
‘아나르’에서 ‘바자르’ 한 잔?
전통시장 구경 할 땐 시원한 과일 주스와 함께~
테헤란 여행에서 가장 먼저 추천하는 장소는 바로 전통시장이다. 이란어, 즉 파르시(Farsi)로는 ‘바자르’라고 부르는데, 테헤란에서 가장 큰 바자르는 바로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테헤란 바자르다. 꼭 무언가 사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어느 나라에서나 시장은 그 나라의 문화, 생활의 지표가 아니던가?
유럽이며 동남아며 여행 때마다 들렀던 시장구경은 나에게 퍽 좋은 기억이었고, 테
헤란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게다가 테헤란 바자르는 테헤란의 주요 관광지인 골레스탄 궁을 비롯하여 국립박물관, 보석박물관 등과 지척 거리에 있어 하루 일정으로 걸어 다니며 구경하기 좋은 곳이다.
바자르로 향하는 길에 사람만큼이나 많이 보이는 것이 바로 생과일주스 가게다.
이란은 열대성 기후와 온난한 기후를 모두 갖추고 있어 사시사철 각종 과일을 싼 가격에 풍부하게 먹을 수 있다. 때문에 어디서나 물 한 방울도 섞지 않은 생과일주스 라지사이즈 한 잔을 500~1000원 정도에 마실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과일은 석류. 이란어로 아나르 주스다.
이란은 세계 제1의 석류 생산지로 알려져 있는데 역시나 한국에서 보던 석류와 크기와 색깔부터 차이가 많이 난다. 그 맛은, 엄지 척! 이름을 걸고 보장할 정도로 훌륭하니 잊지 말고 꼭 드셔보시길.
주스 한 잔을 들고 사람들이 가는 방향을 따라 조금 더 걷다 보면 이란 상거래의 중심, 테헤란 바자르가 나타난다. 무려 250년 전에 생성된 테헤란 바자르는 아직도 사람들로 북적이며 그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참고로 테헤란 외에도 이란의 주요도시인 ‘타브리즈’나 ‘쉬라즈’의 바자르는 약 1000년 전 생성되었다고 하니 놀라움 반, 부러움 반이다.
테헤란 바자르는 중동 지역 대부분의 시장이 그러하듯이 돔 형태의 지붕이 하늘을 가리고 있어 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터널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중동의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위한 건축법이라고 하는데 최소한의 햇빛을 이용해 빛을 내도록 돔의 한가운데는 구멍을 뚫어놓았다. 작은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시장의 먼지와 섞여 뿌옇게 보이는데 오랜 역사의 오라 때문인지 그마저도 멋있어 보인다.
테헤란 바자르는 그 큰 규모로 인해 흔히 그랜드 혹은 빅 바자르라고 불리는데 10Km 길이의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있어서 하루에 다 돌아보기 어렵고 우리 같은 여행객들은 들어왔던 입구로 다시 나가기가 어려울 정도다. 입구도 여러 군데 있는데 각 입구마다 파는 물건의 종류가 어느 정도 구분된다고 하니 원하는 품목을 미리 생각하고 들어가는 게 좋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파트는 역시 화려한 무늬의 페르시안 카펫과 깔개가 집중된 바자르의 서쪽. 가격 역시 테헤란의 어느 곳보다 저렴하니 카펫은 바자르에서 구입하는 편이 좋다. 단, 카펫에 대한 기본적인 공부, 예를 들어 핸드메이드 구분법 등은 알고 가야 고품질의 카펫을 제대로 살 수 있다.
테헤란에도 강남이 있다?
쇼핑몰에서 만나는 테헤란의 오늘
물론 이란 역시 대도시를 중심으로 현대식 쇼핑몰이 점차 늘어가는 추세다. 이러한 몰들은 테헤란에만 50여 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슈퍼마켓을 비롯해 레스토랑이나 카페, 서점, 영화관 등이 모여 있어 이란인들은 이곳에서 쇼핑뿐만 아니라 여가 생활까지 즐긴다.
2017년 현재 이란을 대표하는 최신식 몰은 테헤란의 강남으로 불리는 북부지역에 위치한 ‘팔라디움 몰’이다.
이곳이 과연 아까 그 바자르가 있던 같은 테헤란이 맞나?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고급스런 자재와 화려한 인테리어로 치장 되어있으며 우리 눈에 익은 각종 해외 브랜드 역시 입점 돼있다.
몰 내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도 시장에서 만난 모습과는 대조적이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또 다른 재미가 있는 곳이다.
나도 편의상 주로 몰에 위치한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게 되는데, 서방 경제 제재로 인해 수입상품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물론 도시에 위치한 대형 슈퍼마켓에 한정된 이야기겠지만, 지리적으로 가까운 유럽산의 식품, 공산품들이 모두 갖춰져 있으며 가격 또한 우리나라에서 유럽산 상품을 살 때보다 싸다. 최근엔 우리나라 브랜드의 과자도 찾아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이경아 통신원은
방송작가로 일하다가 남편의 직장을 따라 지난 2016년 여름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정착했다. 해외여행에 필수라는 현지어 문장들- “얼마입니까?”, “너무 비싸요”등의 간단한 문장조차 알지 못한 채, 그것도 하필 40도를 웃도는 한여름에 도착해서는 내 인생 가장 ‘뜨겁고 핫한’시간을 보냈고, 얼마 전, 드디어 첫 새해(3월)를 맞이했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한국어로 된 이란 여행책 한 권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최근엔 여러 여행사에서 패키지상품도 내놓는 등 이란을 찾는 한국 여행객들도 늘어가는 추세다. 그런 이들이 조금의 두려움이나 편견 없이 이란을 만날 수 있도록, 생생한 이란 체류기를 담아 이란을 소개한다.
다음호(5월)에는 이란의 음식·카펫 문화를 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