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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이야기의 땅 이란] 침샘 자극하는 이란 로컬 푸드 세계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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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이야기의 땅 이란] 침샘 자극하는 이란 로컬 푸드 세계로의 초대
  • 이경아 해외통신원
  • 승인 2017.05.16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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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사로잡는 ‘페르시안 카펫’과 ‘로컬 푸드’①
▲ 골레스탄 궁전의 태양궁 ⓒ주한이란이슬람공화국대사관
▲ 이란 가족 초대로 현지식 그대로 카펫을 깔고 그 위에서 이란 로컬 푸드를 맛봤다.

[투어코리아] 들을수록 세헤라자데의 천일야화에 빠져들 듯 ‘이란’은 겪으면 겪을수록 그 다채로운 매력에 빠져들게 되는 곳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페르시안 카펫’과 ‘로컬 푸드’다.

페르시안 카펫은 5,000년 이상 오랜 세월 이란인들의 삶을 묵묵히 지켜온 동반자이자 삶 그 자체다. 메소포타미아 지방, 동쪽으로 인도까지, 서쪽으로 그리스까지 지배했던 찬란한 페르시아제국부터 이후 굴곡진 역사까지. 그래서 이란인의 다채로운 삶을 씨실과 날실로 담아낸 페르시안 카펫은 ‘이란 문화의 정수’로 손꼽힌다.

그 카펫을 깔고 그 위에서 이란 로컬 푸드를 먹다 보면 절로 식신이 강림한 듯 정신없이 그 맛에 빠져들게 된다.

▲ 이란 친구 가족의 초대를 받았던 날. 카펫을 깔아 마련한 자리 위에 직접 꼬챙이에 꽂은 닭고기 케밥과 이란식 빵, 바르바리가 보인다.


침샘 자극하는 이란 로컬 푸드 세계로의 초대

* 돼지고기도 맥주도 없지만 ‘달콤한 나의 도시’

남편으로부터 이란 발령 소식을 전해 듣고, 이곳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며 가장 절망했던 순간이 있다. 히잡? 더운 날씨? 아니다. 그건 바로, 이란이 돼지고기도 술도 금기시되는 이슬람 국가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다.

최근에는 중동지역의 이슬람 국가들도 아랍에미리트처럼 술 문화에 관대해지고 있는 편이지만,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란과 같이 돼지고기나 주류의 반입부터 원천적으로 금지된 국가도 여전히 존재한다.

술이야 그렇다 치고, 돼지고기 없는 삶은 태어나 처음이었다. 밥이라는 것을 먹기 시작했을 때부터 만만하게 먹어오던 소시지나 햄은 물론이고, 돼지기름으로 만들어진 라면 역시 먹을 수 없는 삶이라니 상상해본 적도 없었다.

▲ 테헤란 북부의 쉬리니 가게. 한입 크기의 달콤한 디저트, 쉬리니.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이곳도 다 사람 사는 동네고 살다 보니 사람이라는 게 또 적응의 동물인지라 돼지고기 없는 삶도 그럭저럭 살만해져 갔다. 게다가 눈이 번쩍 뜨일만한 대안이 보이기 시작했다.

냄새 하나 나지 않는 신선한 양고기나 유럽 스피릿 충만한 베이커리류, 절대 이 가격에 나올 수 없는 달콤한 디저트와 양질의 유제품 같은 아주 매력적인 대안 말이다.

지금부터 낯선 여행지에서 생소한 식문화로 인해 당황하지 않도록 이 매력적인 대
안… 아니, 대체 불가! 침샘을 자극하는 이란 로컬 푸드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 이란 밥상 대표, 케밥

케밥의 원조가 누구냐에 대해 터키다, 이란이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어쨌든 분명한 건 케밥은 이란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이란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라는 거다.

이란에서 케밥은 길다란 꼬챙이에 꽂아서 숯에 구워먹는 음식을 통칭한다. 꽂힌 재료가 양고기면 양고기 케밥, 닭고기면 닭고기 케밥이 되는 식이다. 고기 외 토마토나 치즈, 고추, 파프리카 등을 함께 꽂아서 구워먹는데, 채소 안 먹는 내가 반할만큼 그 맛 또한 일품이다.

▲ 길다란 꼬챙이에 종류 별로 고기를 꽂은 후 숯으로 구워내면 맛있는 케밥 완성!

그래서 이란인들은 주말이면 가족, 친구와 함께 공원이나 뒷산에 모여 앉아 케밥을 구워먹으며 이야기를 하거나 게임을 하는 걸 최고의 여가생활로 친다.

나 역시 이란 친구 가족의 ‘뒷산 케밥 파티’에 초대받은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웰빙 바람에는 역행하는 비주얼 이었으나 매캐한 숯 연기와 함께 거뭇거뭇하게 구워지는 고기들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 이란의 평범한 가정식

바람 솔솔 부는 야외에서 갓 구운 고기라니… 자동반사적으로 술 한 잔이 간절하긴 했지만, 아쉬운 대로 탄산수와 함께 먹으니 앉은 자리에서 무한대로 케밥이 들어갔다.

케밥 중에서도 양고기는 케밥의 꽃,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겠다. 한국에서 먹었던 양고기는, 특유의 냄새를 덮기 위해 각종 양념으로 범벅이 돼있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냄새를 없애지 못했거나, 다행스럽게도 냄새가 안 난다면 가격이 엄청 비쌌다.

▲ 양고기 전문점의 양고기와 채소

이란의 양고기는 냄새가 없다. 신선하고 큼직하다. 그리고 가격이 좋다. 물론 이란에서도 양고기는 닭고기나 소고기에 비해 비싼 편이긴 하지만, 한국의 가격과 비교해본다면 돼지고기 먹는 정도의 금액으로 양고기를 즐길 수 있다.

그렇다면 양고기를 가장 맛있게 먹으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이란에서야 뭐 양고기 요리집이 흔하기도 하고 또 어딜 가서 먹으나 크게 실패는 하지 않겠으나, 아마 이란 사람 10명 중 8명은 양고기 전문점 <샨디즈>를 추천할 것이다.

▲ '샨디즈'는 테헤란 북부 조르단 지역에 위치한 양고기 전문점으로, 테헤란 대표 맛집이다.

테헤란 북부 조르단 지역에 위치한 <샨디즈>는 론니플래닛이나 이란의 맛집을 소개하는 해외사이트 등에서 항상 1,2위에 랭크 되는 명실공히“테헤란 맛집”이다. 나도 처음엔 큰 기대 없이 명성에 이끌려갔었는데, 이제는 귀한 손님이 오셨을 때 가장 먼저 모시고 가는 장소가 되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강남 한복판의 고급 식당이지만 분위기보다는 양질의 고기로 승부하는 곳이다.

늘 손님으로 붐비니 예약을 하고 하거나 이란인들의 식사 시간을 피해서 가는 편이 좋다. 만약 그럴 상황이 안되더라도 가서 기다리면 된다. 워낙 회전이 빠른 식당이라 금방 자리가 난다.

▲ 테헤란에서 유명한 sam cafe의 메뉴. 이란은 차문화에 익숙한 나라이기때문에 상대적으로 커피의 맛이 아쉬울 때가 많은데 이 곳 만큼은 예외다. 분위기 역시 수준급.

* 푸짐한 이란 가정식의 시작은 ‘넌’

케밥에는 ‘타친’이라고 불리는 이란식 누룽지 밥이나 폴폴 날리는 쌀밥, 그리고 ‘넌’ 이라고 불리는 빵을 곁들인다.

바르바리, 샹각, 타프툰, 라비쉬 등 두께에 따라 빵의 종류도 여러 가지인데, 식사 시간이 되면 동네마다 ‘넌’ 가게에 줄이 길게 늘어선다. 큰 가마에서 따끈하게 구워져 나오는 ‘넌’을 사가려는 사람들이다. 지름이 30센티는 족히 되어 보이는 큰 바르바리가 우리나라 돈으로 500원. 가격 경쟁력은 아마도 세계 최고일 듯.

▲ 넌의 종류 중 하나인 바르바리. 넌 중에서 가장 두툼하다.

듣자 하니 이란 정부에서 이런저런 강력한 정부규제에 국민들이 반발심을 가지지 않도록 먹거리에 한해서는 금전적으로 지원을 한단다. 덕분에 ‘넌’은 나 같은 이방인에게도, 이란을 거쳐 가는 배낭 여행객들에게도 환영 받는 만만한 음식이다.

개인적으로는 얄팍하고 쫄깃한 샹각을 추천하는데 그 식감과 맛은 인도음식점에서
맛볼 수 있는 ‘난’과 거의 비슷하다. 손으로 적당히 찢어서 맛보는 샹각은 그냥 먹어도 고소하지만 치즈도 싸먹고, 고기도 싸먹고, 올리브 오일에도 찍어먹고 쨈도 발라먹는다. 싸고, 맛있고, 입맛대로 골라서 먹을 수 있으니 새로운 음식에 두려움이 있는 여행객들에게 추천한다.

▲ 동네마다 하나씩 있는 넌 가게 앞. 보통 갓 나온 넌을 그물망 위에 올려놓고 돌맹이나 먼지 등을 털어낸다.

그 외에도 ‘업구쉬트’라고 불리는 되직한 고기 수프나 양고기와 채소를 함께 끓인 ‘골메 사브지’ 등 이란 가정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먹는 음식도 한번쯤 맛볼 만한데 솔직히 접근하기 쉬운 맛은 아니다.

내가 처음 ‘업구쉬트’를 경험했던 날은 비가 오락가락 내리던 초겨울이었는데, 몸이 으슬으슬하다는 내게 “이라니안 마더 수프”라며 이란 친구가 추천해준 음식이 바로 업구쉬트였다. 우리나라의 국물요리처럼 후루룩후루룩 넘어가는 음식이 아니라 먹기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정말 속이 든든하고 뜨끈해졌던 기억이 있다.

▲ 세련된 인테리어와 까눌레, 마카롱 등 유럽발 디저트로 인기있는 베이커리.

자, 여기까지 정찬을 즐겼다면 이제 후식을 즐길 차례다. 이란인들에게 달콤한 디저트는 식사만큼이나 비중이 크다.

‘쉬리니’라고 불리는 디저트는 보통 한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의 쿠키, 케이크류다. 종류가 엄청 다양한데 공통점은 많이 달다는 것! 이란 전통 차인 ‘차이’와 함께 먹으면 차이의 씁쓸한 맛이 쉬리니의 단 맛을 중화시켜서 퍽 어울린다.

▲ 이란 전통 쉬리니
▲ 세련된 인테리어와 까눌레, 마카롱 등 유럽발 디저트로 인기있는 베이커리.
▲ 넌 가게 내부 모습
▲ 베이커리 누텔라. 전세계적으로 인기있는 초콜릿 크림 '누텔라'를 주재료로 하는 베이커리. 누텔라 핫초코를 먹고나면 강한 단맛으로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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