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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창평 슬로시티, “쉬어가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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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창평 슬로시티, “쉬어가도 괜찮아”
  • 김초희 기자
  • 승인 2018.04.06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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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 현재와 전통이 함께 머무르는 곳

[투어코리아] 따사로이 내리 쬐는 봄 햇살에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겨울의 기억이 벌써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빨리, 빨리” 너무도 친숙한 이 단어는 나를, 우리를 멈추지 않고 앞으로만 쉼 없이 달려가게 한다.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의 추억을 끄집어내고 있기엔 세상이 너무도 빠르게만 흘러간다.

내 의지에 힘입어, 때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나도 모르게 편승해 달리고 또 달리다 턱 밑까지 차오르는 숨이 와락 쏟아져 내린다.

그제 서야 주저앉아 숨을 고르고 주변을 돌아본다. 여기가 어디인지 무엇을 위해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렸는지. 괜찮다. 쉬어가도 괜찮다.

 

시간도 쉬어가는 곳

온 마을을 감싸고 있는 봄볕을 맞으며 초록초록한 넝쿨과 소담스런 봄꽃들을 벗 삼아 유유히 걷기 좋은 곳이 있다.

전라남도 담양군 창평에는 시간도 쉬어간다는 슬로시티 삼지내 마을이 있다. 고즈넉한 고택과 돌담사이로 천천히 한걸음씩 옮기다 보면 내 안에 응어리졌던 무언가가 비워지는 것만 같다. 마을은 묵묵하게 조용하게 나를 위로한다.

시간이 멈추어 버린 듯한 이곳도 시계는 흐르고 있다. 과거 백제 시대에 형성된 이 마을은 동편의 월봉산과 남쪽의 국수봉이 마치 봉황이 날개를 펼쳐 감싸 안은 형국으로 월봉천과 운암천, 유천이 마을 아래에서 모인다하여 삼지내라고 불렸다.

시간이 서서히 흐르고 있는 이 곳 마을은 여전히 전통가옥과 아름다운 옛 돌담장이 마을 전체를 굽이굽이 감싸며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둥글게 자리 잡은 한옥 집들을 둘러 사람이 다니는 길로 둥글게 조성된 돌담의 길이는 무려 약 3,600m에 이른다.

▲ 고즈넉한 한옥 담벼락을 장식하고 있는 초록 넝쿨과 꽃이 정겹다

돌담은 기나긴 세월 동안 한번에 세우고 무너뜨림 없이 사람의 손으로 직접 쌓고, 또 허물어지면 보수 하면서 쌓여져 왔다.

돌 하나하나에 사람의 손길과 정성이 담겨져서 일까. 기나긴 돌담길을 홀로 걸어도 외롭지 않다. 돌담에 쌓인 추억들에 따뜻한 기운이 가득하다. 사람의 손길로 제각각 만들어졌다보니 돌담마다 생김새가 달라 골목의 느낌도 제각각이다.

담쟁이 넝쿨로 뒤덮인 돌담의 좁은 골목길은 신비한 나라로 가는 길목 같기도 하고, 대충 쌓아올린 것 같은 돌담과 그 아래 피어난 봄꽃과 풀들은 절로 웃음 짓게 한다. 그리 높지 않은 돌담의 높이 역시 사람과 사람을 잇는 정이 샘솟게 한다.

 

시간을 찾아 떠나는 ‘감성’ 여행

이렇듯 돌담길을 걷다보면 조선후기 전통적인 사대부 가옥으로 남방 가옥의 형태를 지니고 있는 삼지내 고택들을 자연스레 접할 수 있다. 잘 보존되고 있는 전통한옥들이 이 곳 마을의 가치를 높여준다.

여러 채의 한옥 들 중에서도 지방민속문화재 제5호인 담양 고재선가옥은 전통적인 상류주택의 모습을 간직한 집으로 둘러 보는 재미가 있다. 대문을 들어서면 각종 나무와 네모난 연못으로 구성된 사랑마당이 보이며 문채와 사랑채, 안채, 헛간채 등으로 이루어져있다.

사랑채 앞을 지나서 왼쪽 뒤편으로 가면 안채로 통하는 중문이 있고, 대문 너머에는 안채와 사랑채를 나누는 시선 차단용 담장이 있어 흥미롭다. 헛간채는 안마당의 왼편에 자리잡고 있으며 바깥쪽으로는 넓직한 마당이 딸려있다.

전남지방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ㄷ자형 고택인 고정주 주택도 눈길을 끄는데 이 곳 역시 지방민속문화재 제 42호 지정된 고택으로 양반가가가 갖추어야 할 구성요소인 문간채, 사랑채, 중문간채, 안채, 사당, 곡간 등이 잘 갖추어져 있다.

누마루가 있는 남방가옥 특유의 형태를 갖고 있는 고재욱 가옥은 마당에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는 소나무 두 그루와 철마다 꽃을 피우는 아름다운 화단이 눈길을 끈다.

마을 안에는 향토유형문화유산 제3호인 남극루도 만나 볼 수 있는데 이 곳은 안동 선비들과 창평의 선비들이 봄·가을로 오고가면서 시(詩)와 가(歌)를 교류했던 곳으로 창평군이 담양군으로 편입된 후 지금의 자리로 옮겨 양로정으로 쓰였다. 이 곳에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동별을 보고 있노라면 감성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이 공존하는 삼지내 마을에서는 다양한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재미도 있다.

한과 만들기, 떡메치기, 쌀엿 만들기, 오물떡 조물떡 체험, 다례체험 등 전통 음식을 만들고 접할 수 있는 슬로푸드 체험을 비롯해 한지공예와 죽물공예, 미니앨범 만들기 등 슬로아트 체험도 할 수 있다.

사투리 많은 교사들의 정겨운 가르침에 어깨가 들썩이다 보면 어느새 뚝딱 작품이 손안에 들려있다. 단 모든 체험 프로그램은 반드시 최소 10일전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 국제연맹으로부터 슬로시티로 지정 받은 담양 창평의 삼지내 마을에서 나른한 봄 쉬었다 가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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