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유경훈 기자] 북알프스 다테야마 연봉 등 험준한 산맥에 둘러싸여 있는 '도야마현'(Toyama, 富山縣)의 겨울은 눈이 많아도 너무 많은 곳이다. 특히 1월부터 2월 중순까지 한국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폭설이 내린다. 하루 3~4m 이상의 눈이 내려 만들어낸 풍경은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어딜 가나 하얀 눈이 내린 도야마현의 풍경은 멋진 엽서속 풍경은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하다.옛것 그대로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촌락은 도야마현의 관광명소로 거듭나,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겨울왕국 도야마현으로 가봤다.
설국으로의 초대 ‘쇼가와유람선’
어시장 구경을 마치고 버스가 향한 곳은 도나미시에 있는 오마키(大牧) 온천의 선착장. 주변이 온통 눈에 뒤덮여 절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삼나무 가지마다 수북이 쌓인 눈을 볼 때면 내가 마치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고마키 댐(쇼가와 강(庄川)의 줄기를 막아 만든 것)의 선착장에 메어 있는 쇼가와 유람선도 흰 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 유람선을 타면 오마키 온천까지 8km(편도)가량 경승지여행을 떠날 수 있다. 봄철엔 신록, 가을철엔 단풍 경관을 즐길 수 있고, 겨울철에는 1월부터 3월 초순까지 설경이 장관이다.
이곳은 한번 눈이 내리면 평균 3~4m가량 쏟아진다고 하는데, 마침 내가 도착한 날(1월 28일)에도 주변이 온통 눈 속에 파묻혀 있었다. 그래도 성에 차지 않은 듯 하늘에서는 여전히 흰 눈이 쏟아졌다. 설경을 만끽하며 물살을 가르는 유람선 주위로는 새들이 훌쩍 날아오르며 여행 분위기를 띄웠다. 그 풍경을 배경으로 아무데나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도 화보에 나올법한 사진이 완성됐다. 아마도 이날 연인들이 유람선을 타게 됐다면 사랑 고백을 하지 않고는 못 배겼을 것이다.
쇼가와강 물길이 지금은 관광객들에게 낭만을 선사해주고 있지만, 예전에는 목재를 실어 나르는 현장이었다고 한다.
고카야마 화지( 和紙) 종이뜨기 체험
오마키(大牧)온천 선착장에서 쇼가와 강 상류로 이어지는 2차선 도로를 타고 달려간 곳은 휴게소와 붙어 있는 화지(和紙) 체험장. 닥나무를 스팀에 삶아 벗겨낸 껍질을 찧어 묽은 풀처럼 만든 다음 대나무 발을 이용해 한 장 한 장 떠서 말리는 과정이 한국의 전통 한지를 만드는 방식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다만 닥나무 껍질을 눈 위에 2주 동안 말리는 과정은 한국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이는 ‘껍질에 습기를 충분히 공급해 섬유질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데, 일본에서도 이 지역에만 존재하는 공정이란다. 화지 만들기 체험은 다양한 단풍잎을 사용해 예쁜 엽서를 3장까지 만들 수 있다.
번거롭지 않으면서 소소한 여행의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번 해볼 만한데, 체험료는 600엔이다.
겨울 왕국으로 초대 ‘고카야마’
화지 체험장은 도야마현 남서부의 깊은 산간 오지인 고카야마(五箇山) 산촌이 시작되는 곳이다. 고카야마 산간부에는 아직도 화전을 일구며 생계를 꾸리던 촌락이 60여 곳 남아있다. 이들 촌락들은 중세 가가한(加賀藩) 시대에 벼슬아치들이 귀양지였다고 한다. 그들은 척박한 산간지역에서 화전을 일구고 옻나무 진액을 채취하며 겨울철에는 종이를 생산하고, 여름철에는 누에를 치며 생활했다고 한다. 또 누에 분뇨를 유황, 목탄 등과 섞어 화약을 생산하기도 했단다. 그럼에도 그들은 극심한 생활고를 떨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은 사정이 달라졌다. 다양한 볼거리들을 내세워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관광객 발길 붙드는 일본 전통춤 ‘고키리코’
그중 한 곳, 가미나시(上梨) 촌락은 에도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일본 전통춤인 ‘고키리코’ 공연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고키리코’는 우리나라 지신밟기처럼 마을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마을의 안강(安康 : 평안과 건강함)과 가정의 다복을 축원하는 민속놀이에서 유래한 것이란다. 원래는 매년 4월과 9월 26일 마을 축제 때 공연을 했지만, 요즘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상시 공연 갖고 있다.
공연 장소는 일본 국가지정 중요문화재인 ‘무라카미가’(村上家)주택이다. 이 집은 에도시대(1600년대)에 지어진 ‘합장(合掌) 양식’의 주택으로, 건축 당시 단 하나의 못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붕은 6~70도는 족히 될 정도로 뾰족한데, 삼대 위에 억새를 얹었다. 참고로 합장 지붕은 20년에 한 번씩 억새를 새로 얹는데, 그 비용이 우리나라 돈으로 2억5천만 원에서 3억 원 가량 든다고 한다.
주택 안으로 들어가자 바닥에 다다미가 깔려있고, 중앙에는 일본 전통 화로에서 모닥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고키리코 공연은 모닥불 앞에서 행해진다. 일본 전통 복장을 한 3명의 악단이 북을 치고 피리를 불면 2명의 여자 무용수와 1명의 남자 무용수가 번갈아가며 장단에 맞춰 춤을 춘다. 남자 무용수는 나무로 만든 악기로 ‘사~악, 사~악’소리를 내며 춤을 추는데, 유려한 몸짓이 묘하게 사람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묘한 마력을 지녔다.
가미나시 촌락은 20여 가구가 모여 살고 있는데, 마을 구경과 고키리코 춤을 구경하고자 한 해 6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고 한다. 고키리코 공연은 30분 정도 이어지는데, 20명 이상 단체관람 할 경우 1인당 500엔의 관람료를 받는다.
이 작은 촌락에는 고키리코 춤 말고도 유면한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도야마현의 대표 술을 생산하는 산쇼라쿠(三笑樂) 주조회사이다. 공장입구에 들어서니 처마에 매달린 갈색 원구가 눈에 들어왔다. 삼나무의 잔가지를 잘라 만든 것이라는 데, 술을 담을 때 처마에 매단다고 했다. 푸른색의 원구가 갈색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고 술이 되어가는 것을 가늠하기 위해서란다.
산쇼라쿠는 6대(300년)째 가업을 잇는 주조회사인데, 60% 도정한 쌀로 만든 다이긴조를 최고로 친다. 술맛을 결정짓는 또 하나의 재료, 즉 물은 산에 쌓인 눈이 녹아 흐르는 계곡 물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공장 견학은 입맛만 다시고 나와야했다. 공장장이란 사람이 술 자랑만 줄줄이 늘어놓을 뿐, 술은 한잔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짠물 경영’도 이 회사의 비밀경영 중 하나인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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