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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유럽의 문화 수도 이탈리아 ‘마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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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유럽의 문화 수도 이탈리아 ‘마테라’
  • 지태현 기자
  • 승인 2016.03.17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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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남부 숨은 보석 마테라의 동굴 주거지 ‘Sassi’②
▲ 비토리아 베네토 광장 근처의 지하 동굴 입구

이탈리아에서 인류가 최초로 정착한 자연 동굴의 주거 형태 '사씨(Sassi)'. 2000년 이상 세월의 흔적을 이어오며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는 곳, 오랜 삶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그 자체로 오롯이 빛을 바라는 곳, 바로 선사시대부터 이어온 ‘마테라(Matera)의 동굴 주거지 사씨(Sassi)’로 가봤다.

‘티피칼 파스타’로 우울한 마음을 달래고

화석화 돼 시간이 멈춰버린 듯 '사쏘(Sasso; Sassi의 복수형)마을' 풍경. 그 어떤 곳에서도 만나보지 못했던 독특한 사쏘마을이 아름답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때마침 낮게 내려앉은 구름 때문인지 오랜 세월을 힘들게 견뎌온 지친 모습처럼 보여 쓸쓸해 보여 왠지 마음도 착 가라앉았다.

울적한 기분을 달랠 겸 숙소에서 소개받은 사씨 지구 내에 있는 이름난 식당을 찾아 나섰다. 골목골목을 돌아 식당을 찾아가보니 광장 입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테라찌노(Il Terrazzino)’라는 식당이 있었다. 커다란 동굴 형태의 식당 내부에는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 사쏘마을에 있는 동굴식당 테라찌노 내부

식당에서 가장 유명하고 추천 할만한 음식을 물으니 ‘티피코 파스타’란다. 잠시 후 질그릇 투가리에 보글보글 끓는 것이 우리나라의 순두부 찌개와 비슷한 음식이 나왔다. 전혀 파스타 같아 보이지 않아 잘못 나온 듯해 다시 확인했더니 나이 지긋하고 맘씨 좋게 보이는 주인이 직접 이 음식이 자기네 식당에서 가장 유명한 ‘티피코-파스타’라며 먼저 먹어 보길 권했다.

잘 숙성된 치즈의 진한 향과 우리나라 떡국용 떡 비슷하게 생긴 파스타의 쫄깃한 맛, 그리고 함께 씹히는 돼지의 육질이 잘 조화를 이뤄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했던 독특한 맛이었다.

식사를 마치자 주인이 식당 안에 있는 지하 동굴 창고를 보여주며 자랑하는 모습에선 식당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식당의 내부와 외부를 찍은 여러 장의 그림엽서도 선물로 받았다.

▲ 마테라 시내에 걸려 있는 ‘2019 유럽 문화수도’ 현수막


2019년 유럽의 문화 수도 '마테라’

식사 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마을 탐방에 나섰다. 마을 곳곳에는 사람들이 실제 거주하는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실제 지금도 350 가구가 살고 있다고. 종종 카페와 B&B간판도 눈에 띄었다.

어떤 사씨는 작은 상점으로 변신, 기념품을 가득 전시해 놓아 눈길을 끌었다. 또한 어떤 사씨는 한창 내부 수리 중인 곳도 있었지만,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고 방치된 듯한 사씨도 을씨년스럽게 한 모퉁이를 차지하고 있었다.

물론 가장 눈에 띄는 건물들은 ‘교회’와 ‘성당’. 사쏘마을의 요지에 첨탑과 함께 우뚝 솟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좁은 돌계단 길을 오르내리며 남동쪽 사면의 ‘사쏘 카베오소(Sasso Caveoso) 지역’의 절벽에 있는 산-피에트로 교회 근처의 전망대로 가봤다.

▲ 산페트로 카베오소 근처 전망대에서 바라본 선사시대 동굴 주거지 모습

전망대에선 강 건너편의 협곡과 그 건너 산기슭에 가장 원시적인 동굴집의 입구의 구멍이 뚫린 채 있는 선사시대에 인류의 집단 거주지의 모습이 보였다.

골목길을 돌아 반대편 ‘사쏘 바리사노(Sasso Barisano)’ 쪽으로 방향을 바꿔 내려가 봤다. 수 많은 돌계단과 작은 골목길을 지나 한참을 지나다 보니 방향 감각이 잃어버렸다. 마침 지나가는 분에게 광장으로 가는 길을 물으니 ‘사씨지구에서 길이 혼란스러울 때는 항시 올라가는 방향의 계단으로 올라가면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다’고 귀띔해준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오르는 계단을 계속 올라갔더니 원래 출발했던 비토리아 베네토 광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광장 주변의 골목길에는 작은 수공업을 하는 상점들이 늘어서 있었다. 상점과 작은 공방들에서 직접 수공예품을 만들고 있는 모습을 창문을 통해볼 수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또한 주변에 있는 커다란 건물 벽에는 마테라가 2019년 유럽의 문화 수도로 지정 되었다는 현수막이 걸려있어 눈길을 끌었다.

▲ 마테라 시내


홀가분한 마음으로 즐긴 ‘사씨의 야경’

해질녘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덜 걷힌 얇은 구름층으로 인해 아쉽게도 붉은 석양과 조화된 아름다운 사씨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한 집 두 집 불이 켜지기 시작하니 그동안의 무거웠던 모습과 달리 한결 생동감 있는 모습으로 바뀌어갔다.

이 모습에 다소 무거웠던 마음이 덩달아 가벼워졌다. 이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시 한번 마을 탐방에 나섰다. 낮에 한번 둘러볼 길이라 낯설지도 않았고 낮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 사씨마을 아경

해가 완전히 넘어간 사쏘마을은 가로등불과 작은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으로 좀 더 화려해졌다. 게다가 마침 구름이 걷히자 그동안의 회색빛 하늘이 황홀하게 푸른 매직 빛으로 변하며 사씨의 밤 풍경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여느 도시의 휘황찬란한 야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즈넉하면서도 운치 가득한 야경을 보고 있노라니 처음에 비토리아 베네토 광장의 전망대에서 사씨지구를 내다보며 우울했던 마음이 한방에 날아가 버렸다.

‘동 트기 전 새벽녘의 사씨 풍경은 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하는 기대감도 차올랐다. 사씨의 야경에 반해 골목길을 걸어 나오는 중 까만 길고양이 한마리가 ‘야옹’하고 아는 체를 한다. 이에 동굴 속 깊숙이 제 모습을 한 겹 숨기고 있던 사씨가 한층 더 가까워진 듯 했다.

▲ 베네토 광장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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