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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길 사색의길’...영주 세계유산 소수서원 명품 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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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길 사색의길’...영주 세계유산 소수서원 명품 둘레길
  • 유경훈 기자
  • 승인 2022.03.01 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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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서원 둘레길
소수서원 둘레길.사진=영주시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보다 한적하고 보다 안전한 장소를 찾아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꽃 소식 당도하는 3월, 가족 또는 친구, 연인과 함께 영주 소수서원 둘레길을 걸으면서 우리들 일상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소수서원 둘레길 안내도
소수서원 둘레길 안내도.사진=영주시

세계유산 소수서원 명품 둘레길에서 사색에 젖다! 

영주 소수서원은 조선 최초의 사액서원으로 1543년 이후 350여 년간 약 4천여 명의 유생을 배출한 학문의 핵으로 명망이 높았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상공에서 본 소수서원
상공에서 본 소수서원.사진=영주시

영주시는 유네스코 등재 당시 강조되던 서원 주변의 ‘경관 가치’를 극대화하고 소수서원만이 갖춘 특별함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문화재청과의 협업해 둘레길을 조성했다. 

둘레길은 소수서원 매표소에서 시작되어 취한대-광풍대-소수박물관-영귀봉-소혼대까지 약 1.3km에 이른다. 

▷소수(紹修), 다시 이어서 닦다. 

일반적으로 문화재를 관람할 때 입구에서 출구까지 내부 동선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소수서원 명품 둘레길은 익숙한 흐름을 벗어나 색다른 시각으로 서원을 조망하는 특별함이 있다.

소수서원 숲길
소수서원 숲길.사진=영주시

서원의 부속 건물을 하나씩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서원 바깥으로 다시 자연스레 길이 이어져 병풍같이 둘러싼 소백산의 풍광으로 관람객을 인도하는데 ‘다시 잇는다’라는 소수(紹修)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고고한 선비를 닮은 숲, 학자수림(學者樹林)

소수서원 매표소 입구에 들어서면 우람찬 소나무 군락이 눈에 가득찬다. 

운치 있게 뻗은 소나무 가지들은 서원에 가까울수록 서원을 향해 뻗어 있는 모습이 마치 서원에 공경을 표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취한대 앞 징검다리
취한대 앞 징검다리.사진=영주시

예부터 소나무는 사철 푸른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모습이 선비의 기개와 닮았다 하여 학자수(學者樹)라고도 불리는데, 소수서원 소나무에서 더욱 그러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기록에 따르면 소소서원 소나무는 서원의 원장과 원생들이 직접 심었다고 한다. 

숲 가운데 띄엄띄엄 보이는 작은 묘목들은 학자수의 ‘후계목’이라고 불리는데, 이곳에 뿌리를 내린 큰 소나무들의 후손이다. 

우람찬 소나무 향을 듬뿍 느끼며 상쾌하게 걸음을 내딛다 보면 어느새 취한대와 죽계천이 고개를 내밀어 그다음 코스로 트레커를 안내한다. 

▷퇴계가 아끼고 주세붕이 즐기던 취한대(翠寒臺)와 죽계(竹溪) 멋

취한대는 퇴계 이황이 풍기 군수로 부임한 다음 해인 명종 4년(1549)에 만든 누대로, 주변에 나무를 손수 심고 취한대라 이름 지었다. 

취한대 앞
취한대 앞.사진=영주시

취한대는 주로 원생들이 휴식을 취하던 장소였다고 한다.

소나무 숲에서 취한대로 가려면 죽계천을 건너야 하는데, 이 물길은 문헌 기록에도 자주 등장한다. 

이황이 이곳의 아름다움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소수서원을 세운 조선 중기 풍기군수 주세붕도 이곳의 경관을 즐기며 시를 읊었다 한다. 

소수서원 둘레길
소수서원 둘레길.사진=영주시

죽계천 양쪽에 우거진 나무들을 배경 삼아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500년 전 그분들이 느꼈을 감동이 그대로 전달되는 듯하다.

▷광풍대(光風臺)에서 탁청지(濯淸池)를 보며 세상 시름 씻어보자!

취한대를 지나 물길을 따라 연화산 방면으로 걸어가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숨을 돌릴 수 있는 광풍정(光風亭)이 나타난다. 

소수서원 숲길
소수서원 숲길.사진=영주시

본래 ‘광풍대’라 불리던 곳으로, 퇴계 이황이 ‘제월광풍(霽月光風)’이라는 말에서 가져와 붙인 이름이란다. 

제월광풍은 ‘비가 갠 뒤의 맑고 상쾌한 경치로, 도량이 넓고 시원한 인격’을 비유한 말인데, 광풍정에 앉으면 뒤쪽에서 상쾌한 공기가 연화산 기슭을 타고 내려오고 앞쪽으로는 연못인 탁청지가 시야에 들어와 기분이 맑아지고 개운해져 이황 선생이 전하는 광풍대의 의미를 절로 깨달을 수 있다. 

▷명품 둘레길의 끝, 소혼대(消魂臺)에서 작별의 정을 나누다.

광풍대를 뒤로 하고 소수박물관을 지나 죽계교를 건너면 봉긋하게 솟은 둔덕을 돌아 나가게 되는데, 그 형상이 마치 거북이가 알을 품는 모습처럼 보여 ‘영귀봉(靈龜峰)’이라 부른다. 

영귀봉을 감싸고 돌면 어느새 서원 바깥으로 접어들면서 둘레길 막바지 코스에 들어서게 되고 그 끝에 소혼대가 나타난다. 

소수서원 소혼대
소수서원 소혼대 .사진=영주시

소혼대는 본디 조선시대에 원생들을 만나러 온 사람들이 작별의 정을 나누던 장소라고 한다. 

중국 남조의 문인 강엄(江淹)이 ‘사람의 혼을 녹이는 것은 오직 이별뿐이다’라고 읊은 데서 나온 이름인데, 그 뜻을 헤아리고 나니 둘레길 끝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길의 시작부터 끝까지 인문과 자연의 미학을 모두 품은 소수서원 명품 둘레길은 바쁜 일상으로 지친 우리의 몸과 마음에 멋진 위로의 시간을 선사해 줄 것이다. 

새싹이 움트는 봄, 명품 소수서원 둘레길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사색의 시간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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