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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재미 더해주는 ‘섬' 스토리텔링① 완도 ‘소안도’ 빤스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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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재미 더해주는 ‘섬' 스토리텔링① 완도 ‘소안도’ 빤스고개
  • 글·사진 최홍길 서울 선정고 교사(수필가)
  • 승인 2021.08.24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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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어디까지 알고 있니

스토리텔링이 대세다. 제품, 서비스뿐만 아니라 여행도 마찬가지다.상품, 서비스가 아닌 그 안에 담긴 꿈을, 감성을 팔고 소비하는 시대. 이야기(Stoyr)만큼 매력적이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있을까. 때문에 여행지에서 만난 이야기들은 그 곳의 매력을 더해주고 호기심과 감성을 자극하며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코로나시대 비대면 여행지로 각광받은 ‘섬’에도 저마다의 이야기가 서려있어 여행매력을 더해준다. 섬에 얽힌 이야기 따라 섬 여행을 즐겨보자.

완도 소안도
완도 소안도

완도 ‘소안도’ 빤스고개

소안도는 완도에서 남쪽으로 40여 리 떨어졌으며 소안군도의 중심 섬이다. 주위에는 소안도와 크기가 비슷한 청산도, 보길도, 노화도 등이 있다. 보길도와 청산도의 유
명세에 가려, 명함을 내밀지 못하는 섬이 소안도였다.

소안도를 한 번 방문한 사람들은 역사와 풍광 그리고 먹거리에 놀란다. 서중리 해안도로에서 바라보면 크고 작은 섬들이 점점이 떠 있고,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는 미라리의 상록수림과 함께 자갈밭 해수욕장의 몽돌은 파도칠 때마다 달그락거리며 자연 그대로의 소리를 선보인다. 

소안도 미라리 상록수림 / 사진-완도군
소안도 미라리 상록수림 / 사진-완도군

소안도 맹선리 포구는 상당히 넓은 편은데, 좌우로 뻗어나간 방파제 역시 길다. 방파제 끝자락에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가 나란히 세워져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이 소안도에는 섬 주민들의 애환이 서린 ‘빤스고개’가 있다. 섬 탐험가이자 ‘한국의 섬’을 출간한 이재언씨가 기고한 ‘맹선리의 빤스 고개의 추억’이란 글을 통해 길이 나고, 표지석도 생겼다고 한다.

‘빤스고개’는 맹선리와 진산리를 잇는 옛길로, 1980년대 초반 소안도 우회도로가 건설되기 전까지 주민들이 즐겨 이용하던 고갯길이다. 이 고개는 약 2.4km로 높이는 고작 200m에 불과하지만 사람들의 추억이 많은 곳이다. 

사람들은 반드시 이 고개를 넘어야 했다. 이 고개를 넘어야객선도 타고, 학교도 가고, 농사도 지을 수 있었다. 맹선리는 농토가 워낙 부족해 진산리 뜰에 가서 농사를 지어
야 해서 이 고개를 넘는 것은 매일 같은 일상이었다. 배가 무진장 고프던 가난한 시절, 사람이 그냥 올라가도 힘든 고갯길을 지게에 물건을 지고, 이고 다니면서 식구들을 먹여 살려야 했던, 땀과 눈물이 깃든 추억의 고개였던 것이다.

완도 소안도 김 양식
완도 소안도 김 양식

문제는 항상 가을이었다. 벼를 일일이 지게에 지고, 머리에 이고 이 고개 정상에 올려놓고 다시 맹선리 마을로 내리는 일이었다. 얼마나 땀을 흘리면서 더운지 ‘빤스’만 입고 지게질을 했으니 이 고개가 ‘빤스 고개’가 됐단다. 

어느 주민은 “가을만 돌아오면 수확한 나락을 지게에 지고, 여자들은 머리에 이고 빤스고개를 넘는데 한꺼번에 집에까지 오는 것이 아니라 고개 정상에 다 올려놓은 후, 다음 날 다시 집까지 내린다”고 하였다.

진산리 논에서 빤스고개 정상까지 6번 정도 오가면 하루가 가버렸단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빤스고개 정상으로 옮긴 나락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잠을 잤다고한다. 

봄철에는 거름을 지게에 지고 소를 몰고서 고갯길을 넘어 다녔다. 너무 편리함에 젖어 사는 우리 후손들에게 이 ‘빤스 고개’를 재현해서 빈 지게라도 지고 올라가 보는 체험을 어떨까. 이 ‘빤스 고개’ 지게 문화체험을 통해 선조의 근면과 끈기를 경험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완도 소안도 항일운동 기념탑
완도 소안도 항일운동 기념탑

 

 

<참고도서 이재언/한국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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