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貞陵)은 행정구역상 서울에 속하지만 분위기는 여느 시골 못지않다. 북한산 줄기인 ‘정릉천’에서는 어린이들이 물고기를 잡거나 물장구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곳에선 때마다 ‘개울장(場)’이 열리기도 한다.

특히 정릉 어디에 있든 북한산이 한 눈에 들어오는 광경은 축복에 가깝다. 북한산은 정릉 주민들의 ‘보물’이다. 주말이 아닌 평일에도 여기 저기 연결돼 있는 북한산 둘레길을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북한산 때문인지 몰라도 이 지역 공기질도 나쁘지 않다.

입이 즐거운 정릉 맛집 탐방

정릉시장을 걷다 보면 옛날 시장 느낌이 강하게 든다. 시장의 규모가 그리 크진 않지만 ‘숨은 맛집’이 생각보다 많다. ‘한아름곱창’ ‘배가네 숯불닭갈비랑닭발’ ‘기차순대국’ 등이 대표적인 맛집이다. 정릉천 옆으로 죽 늘어선 주꾸미집, 치킨집, 맥주집에는 평일에도 늦은 시간까지 사람들로 북적인다.

* 청수장

1982년 개업한 돼지갈비집이다. 돼지갈비 외에도 냉면이 유명하다. 정릉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국내산 암퇘지를 사용하는데, 결 따라 손질한 돼지갈비를 이곳만의 특제 소스에 찍어먹는다. 
돼지갈비(250g) 1만5000원, 물냉면·비빔냉면 9000원, 회냉면 1만원

* 진흥왕족발

이곳도 역사가 30년이 넘은 오래된 가게다. 무엇보다 족발맛이 좋다. 쫀득하고 살코기는 퍽퍽하지 않다. 특히 껍질이나 비계 쪽이 느끼하지 않아 좋다. 쌈은 물론 부추, 쪽파, 양파절임, 샐러드 등의 밑반찬 구성도 푸짐한 편이다.
족발 大 3만1000원, 少 2만8000원, 족발 大+쟁반국수 3만7000원, 족발 少+쟁반국수 3만4000원

* 기차순대국

정릉시장에서 무려 50년 이상을 지켜온 순대 전문점이다. 오래된 한옥을 개조했다. 순댓국에는 내용물이 든든하게 들어있다. 밥을 넣지 못할 정도로 가득하다. 보통으로 주문해도 백순대 2~3개씩은 꼭 들어있다. 전체적으로는 조미료 느낌의 강한 맛이 잘 느껴지지 않고 담백하게 느껴진다. 기회 된다면 내장탕을 선택해도 나쁘지 않다.
순댓국밥 (보통)7000원·(특)8000원, 내장탕 8000원, 백순대 (中)1만2000원 / 매일 오전 9시~밤 10시

* 바람난 오리궁뎅이

오후 6시쯤 되면 줄 서 먹어야 할 정도로 인기다. 오리고기 맛도 맛이지만, 철판 위에 중간 중간 같이 볶는 부추, 감자, 버섯 등이 맛을 배가시킨다. 거의 익을 쯤 마지막에 넣는 달걀과 치즈는 신의 한수. 향신료로 강황을 넣는 게 특징이다. 처음 밑반찬이 깔릴 때 함께 나오는 들깨죽이 별미다.
강황오리로스(중) 33,000원 대 43,000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정릉’

정릉(貞陵)은 마을 이름이기도 하지만 사적 제208호의 왕릉이기도 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정릉은 맛집 탐방 전후 산책을 즐겨도 좋다.
정릉은 조선 태조의 두 번째 정비 신덕왕후(神德王后) 강씨의 무덤이다. 신덕왕후는 이성계가 물을 청하자 ‘급히 마시다 체하지 말라’고 버드나무 잎을 띄워 줬다는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그녀가 죽은 후에도 이성계가 애틋하게 아껴 자주 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신덕왕후의 소생인 방번(芳蕃)·방석(芳碩) 두 왕자는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하고, 신덕왕후의 무덤도 폐위돼 도성 밖으로 옮겨지는 수난을 겪게 된다. 지금의 정릉으로 옮겨진 건 수백 년이나 흐른 뒤이다. 
봉긋하게 둥그렇게 솟은 왕릉, 고즈넉하게 이어지는 산책코스 따라 단풍이 곱게 물들어 가을 정취를 만끽하기에도 좋다.

* 개방 시간: 6~8월에는 오전 6시~오후 6시반, 2~5월과 9~10월은 오전 6시~오후 6시, 11~1월은 오전 6시반~오후 5시반까지 관람할 수 있다.  
* 입장료 : 어른 1000원, 아이 500원
* 가는 방법 : 우이~신설간 경전철 노선 중 ‘정릉역’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