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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섬]유배자들의 정신적 쉼터 ‘신안 흑산도와 임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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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섬]유배자들의 정신적 쉼터 ‘신안 흑산도와 임자도’
  • 글·사진 최홍길 서울 선정고 교사(수필가)
  • 승인 2020.02.1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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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섬’ 어디까지 알고 있니?⑬ 고립의 섬 ‘유배문화 꽃피우다’
흑산 사리항 칠형제바위
흑산 사리항 칠형제바위

신안 흑산도는 그 옛날 유배와 '절망의 땅'이라 여겨 바닷물도 푸르다 못해 검게 변한 곳이라는 표현을 했지만, 실제로는 선비들의 정신적 쉼터로 강인한 삶의 체험이기도 했다. 

 절망의 땅 ‘흑산도’에서 힐링의 섬으로

흑산도는 많은 인물이 유배생활을 했던 섬으로, 흑산도 사리마을에는 ‘유배문화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정약전을 비롯하여 최익현과 김홍록, 김귀주 등 모두 17명의 개별 비석이 있는 것으로 보아 흑산도로 귀양살이를 다녀간 유배자들의 수가 적지 않았음을 알수 있다. 

흑산도 사리 유배문화공원
흑산도 사리 유배문화공원

이 중에 천주교 박해 때 흑산도에 유배된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은 이 섬에 머물면서 ‘자산어보’를 썼다. 유배생활 중 저술한 이 책은 우리나라 최초의 어류도감이다. 생태보고서이자 수산물 사전으로 오늘날까지 기여한 바가 큰 책이다.

15년에 걸쳐 조사하고 정리한 자산어보에는 총 227종의 바다생물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정약전은 물고기의 이름과 생김새는 물론 특징과 습성 그리고 쓰임새까지 자세하게 기술했으며 더불어 상어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담은 것도 놀라운 일이다. 

홍도등대
홍도등대

진리와 천촌리는 면암 최익현 선생의 유배지였다. 병자수호조약이 체결되자 궐문 앞에 도끼를 메고 조약을 체결하려거든 이 도끼로 내 목을 먼저 치라고 상소를 올렸다가 이곳에서 2년 정도 유배되었는데, 유배생활 동안에도 진리에 ‘일심당’이라는 서당을 세워 후학을 양성하였다.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최익현 선생은 전라도 태인에서 의병을 일으켰고 순창싸움에서 패해 일본 쓰시마로 압송되었다가, 결국 그곳 감옥에서 적이 주는 음식에는 입을 댈 수 없다며 단식한 끝에 1906년 11월 17일 굶어 죽었다.

행동하는 양심이자 진정한 애국자로서최익현 선생의 정신이 한때나마 이 섬에 머물렀음은 흑산도로서는 자랑스러운 일이다. 

절해고도 ‘임자도’, 유배의 외로움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신안군 임자도는 지금도 그렇거니와 그 옛날에도 절해고도의 섬이었다. 이 곳으로 1851년 유배 온 조희룡은 오두막집에 ‘만구음관’이라는 편액을 붙이고 그 속에서 칩거하면서 집필과 작품 활동을 계속하였다. 당호가 있는 그의 그림 19점 중 8점이 이때 나올 정도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였다. 유배시기 그의 기량은 이론의 정립과 기량의 완숙으로 절정의 경지에 올랐다. 

임자도 어머리해변
임자도 어머리해변

서울 사람인 조희룡은 시서화에 두루 능했다고 알려졌다. 김정희로부터 난법을 배웠지만 미감에는 차이가 있다고 평자들은 말한다. 얻은 지식을 토대로 해서 자신만의 독창적 이론과 기법으로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문화예술인의 모임에 의구심을 품고 있던 일파들의 모함에 따라 1851년 임자라는 섬으로 유배를 갔는데 그 기간은 정확하게 19개월이었고, 그의 나이는 63세였다.

유배생활은 고난의 일상이었지만, 이를 잊으려고 몰두했던 시와 그림 작업은 예술의 난숙을 이루는 호기였다.

임자도 조희룡적거지
임자도 조희룡적거지

문 앞으로는 파도가 일렁이고, 집 뒤로는 황량한 산이 있으며, 집 주위에는 크고 작은 대나무들이 들어서서 서로 부딪히며 소리를 내는가 하면, 훤칠한 키로 우뚝 서서 천연스레 웃고 있다고 시 속에서 묘사했다. 군자 육천 명을 얻었기에 외롭지 않다고도 술회했다. 죽림 속에 파묻혀 지내면서 대나무를 군자에 비유한 것이다. 

서울에서는 매화와 난초 그림을 주로 그렸으나, 임자도에서는 대나무가 주류였다. 먹을 쏟아 붓듯 하여 만든 대나무 그림은 유배생활의 밑천이 되기도 했다. 이 그림을 선물하자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 먹을 것을 주었다고 한다.

임자도 조희룡기념관
임자도 조희룡기념관

 

<사진-신안군,  참고도서 이재언 ‘한국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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