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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행시장 '한국', 글로벌 OTA '웃고' 국내여행사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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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행시장 '한국', 글로벌 OTA '웃고' 국내여행사 '울고'
  • 김초희 기자
  • 승인 2018.10.12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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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여행 · 글로벌 OTA에 중소형 여행사 '폐업행렬', 대형 여행사 '마이너스 성장'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지만 국내여행 시장은 찬바람이 서늘하다. 중소여행사들의 잇따른 폐업으로 소비자피해가 이어지고 있고,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의 대형여행사들 역시 지난해와 비교해 마이너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흔들리고 있는 여행사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행·예약 서비스의 온라인 거래액이 12조 원에 달하며, 국내 인구의 3분의 2가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황금시장에서 국내 여행사들이 폐업으로 내몰리는 까닭은 뭘까.

개별 자유여행 트렌드 변화와 거대한 자본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글로벌 온라인여행사(OTA)의 국내 진출, 중소형 여행업체의 난립으로 인한 업체 간 출혈 경쟁이 부른 결과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 여행관련 소비자불만상담 접수 현황/ 자료, 한국소비자원

경영악화에 폐업행렬, 피해는 소비자의 몫

결국 경영악화로 설 자리를 잃은 국내 토종 여행사들이 줄줄이 폐업을 하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이어지고 있어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경영악화로 ㈜탑항공, 더좋은여행㈜, ㈜e온누리여행사, ㈜싱글라이프투어 등 여행사 4곳이 폐업하면서 이와 관련한 소비자 불만상담이 급증했다.

▲ 4개 여행사 관련 소비자불만상담 월별 접수 현황/ 자료, 한국소비자원

올해 1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총 773건이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96건)과 비교하면 무려 705.2% 급증한 수치다.

이러한 소비자 불만상담은 폐업 조짐이 보인 지난 7월부터 급증했다. 특히 탑항공의 경우 지난 7월 58건에서 8월 165건, 9월 388건으로 불만상담이 껑충 뛰면서 가장 많은 불만상담이 접수됐다.

▲ 한국여행업협회 홈페이지에 여행사 폐업으로 인한 상담 문의글이 폭주하고 있다./ 사진, 한국여행업협회 홈페이지 캡쳐

한국소비자보호원 뿐 아니라 한국여행업협회에도 폐업과 관련한 상담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주된 상담 이유가 ‘환급’과 관련한 문의로, 소비자의 경제적 피해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깊어진다.

한국소비자원은 “폐업 등으로 사업자와 연락이 되지 않을 경우 여행사로부터 직접 피해보상을 받기 어려우므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우선 해당 여행사가 영업보증보험에 가입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만약 가입된 경우에는 한국여행업협회를 통해 각 여행사들이 가입한 영업보증보험으로 보상청구를 해야 한다.

문제는 비단 이 곳 뿐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거나, 글로벌 OTA에 밀리면서 많은 중소형 여행사들이 도태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거대한 자본과 정보를 바탕으로 호텔이나 항공권은 물론 렌트카, 현지 가이드에 액티비티 서비스까지 한 데 모은 결합 상품을 내놓으며, 최저가 경쟁을 유도하고 있는 글로벌 OTA에 국내 중소형 여행사들이 맞서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탑항공 역시 OTA 등과 항공권 예약 등의 최저가 예약 서비스에 밀리지 않기 위해 자체비용으로 항공권을 할인해 발권하는 등의 출혈이 커지면서 결국 경영악화를 초래한 것 아니겠냐는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시간문제일 뿐 당분간 폐업을 선언하는 여행사들이 계속 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여행업계 분위기가 흉흉하다.

▲ 종합 여행사 보조 인지도/ 자료, 컨슈머인사이트

개별여행 · OTA에 흔들리는 대형 여행사

여전히 패키지여행에 대한 의존성이 큰 국내 대형 여행사들도 개별 여행의 증가와 함께 날로 몸집을 키우고 있는 글로벌 OTA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해외여행객 3000만 명 시대, 해외 여행객이 젊어지고 해외경험이 쌓일수록 패키지 상품의 수요는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세종대학교 관광산업연구소와 여행 전문 조사 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매주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상위 5개 여행사 이용 의향을 묻는 '주례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 결과, 여행사중 1위인 하나투어는 부진했고, 나머지 4개사는 힘들게 선호율을 유지했다.

국내 1위 여행사로 알려진 하나투어의 선호율은 지난 5분기에 걸쳐 32%에서 26%로 하락했다. 2위 모두투어를 비롯한 노랑풍선, 참좋은여행, 인터파크투어는 ±1% 포인트 범위의 미세한 변화만이 있었다.

▲ 향후 이용 의향 여행사 탑5/ 자료, 컨슈머인사이트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하나투어의 부진이 시장 전체에서의 '선호 여행사 없음'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선호여행사 없음'은 지난 5분기 사이 24%에서 33%로 9% 포인트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조사 관계자는 "이는 많은 해외여행 계획자들이 종합여행사의 대안을 찾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개별여행과 해외 OTA 등이 유력한 대안으로 선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위 여행사 중 유독 하나투어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까닭은 개별여행과 저예산 여행을 계획하는 여행객에게 있어 하나투어 상품의 '상대적 고가격'과 '가격만한 가치'에 대한 평가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상위 5위권 밖의 중소여행사는 저가상품이 고객 불만으로 이어져 전반적으로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소비자들 입장에선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을 기반으로 더 다양하고 값싼 플랫폼을 보유한 글로벌 OTA의 여행상품을 마다 할 이유가 없다. 때문에 OTA를 이용해 예약과 여행을 하려는 소비자들의 경향이 강해지다 보니 점점 국내 여행사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폐업 위기에 몰린 국내 여행사들과 달리 아고다와 부킹닷컴을 보유한 프라이스라인, 호텔스닷컴과 트리바고의 익스피디아, 트립닷컴의 씨트립 등의 글로벌 OTA의 국내 여행 시장 장악력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의에서 씨트립그룹 제인 순 CEO는 이달 중 서울 종로타워에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고객센터를 열겠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그는 “한국은 인구 3분의 2가 매년 해외여행을 간다. 또 한국 소비자의 모바일 서비스 이용률은 73.8%로 전 세계 평균인 68%를 상회한다”며 “한국은 온라인 여행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 제인 순(Jane Sun) 씨트립 그룹CEO가 10일 오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글로벌 브랜드 ‘트립닷컴’에 대한 사업소개를 하고 있다 / 사진, 투어코리아 DB

이처럼 국내 여행 시장에서 점점 몸집을 키우고 있는 글로벌 OTA에 맞서 국내 여행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력과 차별화를 앞세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빠른 서비스와 효율을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들을 유혹할 만한 특화된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해외 상품에만 주력하기 보다는 다양한 국내 관광 상품 개발에도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내국인과 외국 여행객 모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적극적인 국내 상품 개발이 결국 국내 관광산업 전체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사 기관 관계자는 “소비자, 경쟁자, 상품, 유통 등 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 종합여행사들에는 수많은 위기요소가 있고,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적응하면 살아남고, 못하면 도태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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