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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삶의 쉼표', 관광 약자 가슴에도 닿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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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삶의 쉼표', 관광 약자 가슴에도 닿을까
  • 김초희 기자
  • 승인 2018.05.14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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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 관광지로 선정된 장흥군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

[투어코리아] 국민들의 삶에 ‘쉼표’를 달아주겠다던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국민들은 ‘쉼’을 얻고 있을까.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정부와 기업이 근로자에게 20만 원의 휴가비를 지원하는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을 비롯해 유급휴일, 대체공휴일 확대 등 직장인들의 워라벨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노력이 눈에 띈다.

오는 7월부터는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개정 근로기준법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렇듯 여가시간이 늘어나면서 관광산업에도 산들바람이 불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TV프로그램에는 여행관련 프로그램들이 넘쳐난다. 여행 프로그램을 보며 대리만족하며 웃다가도 어느 순간 떠나지 못하는 현실에 씁쓸한 마음이 몰려왔는데, 이 같은 여행에 대한 갈증이 시간이라는 제약에서 만큼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히 전 국민 여행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즘, 여전히 관광으로부터 소외당하고 있는 여행 약자들이 있다.

여행 관련 TV프로그램으로 여행에 대한 갈증을 대신해야 하는 이들, 바로 신체적 여건으로 관광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는 장애인들이다. 작은 턱 하나에도 난관에 봉착하는 이들에게 여행은 여전히 먼 나라의 이야기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 수는 251만 명 이상으로, 전 국민의 5%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중 여행 경험이 있는 장애인은 9.8%에 그친다.

지난해 한국장애인총연맹 등 4개 장애인단체가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장애인 응답자의 80.6%가 편의시설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여행을 포기한다고 응답했다.

지난 2015년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장애인 여행실태 조사에서 응답자의 87.4%가 여행 여건이 불편하다고 답한 것과 비교해보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당시 조사결과 이동 편의시설 부족(74.1%), 여행상품 부족(44.8%) 등의 이유가 장애인들의 여행의지를 꺾어 버렸다.

▲ 지난 15년 실시한 장애인 여행실태 조사결과/자료,한국 소비자원

외국의 사정은 다르다. 세계 장애인 인구만 11억 명에 이르는 가운데, 관광 시장에서 장애인은 더 이상 관광 약자가 아닌 하나의 큰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호주 관광객 가운데 11%, 영국 국내 여행객의 12%가 장애인이다.

중국의 경우 8,502만 명의 장애인 중 60%이상이 관광의향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국을 찾은 61세 이상의 관광객 역시 지난 14년 131명에서 16년 178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장애인 관광객은 비장애인 관광객보다 더 오래 관광지에 머물면서 더 많은 지출을 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돼 눈길을 끈다. 이렇듯 장애인 관광객 자체가 하나의 큰 시장이자 소비층으로 부각되면서 세계 관광업계에선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무장애 관광(Barrier free)이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실제 런던에서는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느끼는 불편함을 알리는 동영상을 민간이 함께 제작해 장애인 관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캠페인을 실시했다. 또 대영박물관 등 주요 관광지에 휠체어를 비치해 대여서비스를 제공하고, 장애인 접근 가능 시설에 픽토그램(그림문자)을 통해 정보를 제공한다.

또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장애인, 노인 등 동반자 포함 최대 10명으로 구성된 그룹이 즐길 수 있는 여행 상품을 민관이 함께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벨기에 북부지역인 플랜더스는 20년까지 전 지역에 대한 접근성 조사를 통해 호텔 등 인증제를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 이세시마는 일본 최초로 배리어프리 투어 센터를 설립하고, 지역 장애인을 구성원으로 한 자문위원회를 통해 관광 편의시설 점검, 숙박시설 개조 시 컨설팅 제공 등 30여개의 유니버설 룸을 조성했다. 인프라 정비와 함께 민간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인식개선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렇듯 세계적인 관광 추세인 무장애 관광은 비단 장애인 뿐 아니라 노인, 영유아 동반 가족 등 모든 관광객들이 관광활동에 있어서 제약이 될 수 있는 장애(barrier)를 완화해 관광활동에 참여시키는 것을 말한다.

단지 장애인이 편한 환경은 누구에게나 편하기 때문에 무장애 관광에서 장애인이 기준값이 되고 있을 뿐 모든 관광객들을 아우르고 있다. 가령 휠체어가 오를 수 있는 경사로는 유모차나 큰 여행 가방이 있는 여행객에 모두 편리하며, 청각장애인을 위한 픽토그램이나 대형 사인은 어린이와 외국인도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정보가 된다.

또 누구나 나이가 들면 거동이 불편해 질 수 있다. 더 이상 무장애 관광은 장애인들만의 문제가 아닌 나와 우리의 문제로 인식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국내에서도 무장애 관광을 위한 변화의 움직임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지난해 말,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 주최의 제1차 관광진흥 및 기본 계획발표에서 ‘쉼표가 있는 삶, 사람이 있는 관광’ 비전하에 무장애 여행코스 발굴 및 무장애 관광환경 완결 등 장기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39만 명의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는 서울시 역시 무장애 관광도시 조성을 위해 5년간 152억 원을 투입해 관광시설 개선, 리프트가 장착된 관광버스 등 확대, 무장애 여행코스 개발 및 정보 공급 등의 콘텐츠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20일에는 민간업체와 함께 ‘무장애 관광지원센터’를 열었다.

예산을 핑계로 답변을 미루던 지자체들도 무장애 관광과 관련해 관심을 보이며 선보이기 시작했다. 누구나 편리하게 여행을 즐기기 위한 갈 길이 아직 멀어 보이지만 그 문이 열린 만큼, 여행 약자 입장에서 세심하고 실효성 있는 방안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지치지 않는 관심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쉼표'가 여행약자의 가슴에서도 빛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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