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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실크로드, 서울발 열차타고 유럽까지 '핑크빛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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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실크로드, 서울발 열차타고 유럽까지 '핑크빛 전망'
  • 김초희 기자
  • 승인 2018.05.03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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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의선/사진,코레일

[투어코리아] 완연한 봄 햇살이 한반도 전역을 따사로이 비추고 있다.

42살 이혜진씨는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생 딸과 함께 유라시아 대륙 여행을 떠나기 위해 서울역으로 향했다. 서울에서 탄 열차는 평양을 지나 신의주에 멈췄다.

신의주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모녀는 다시 중국횡단철도(TCR)로 갈아탔다.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타고 독일 베를린까지 갈 계획이다. 모녀에게 거창한 여행 계획은 없다.

그저 서울에서 유럽까지 달리는 열차 안에서 모녀는 책을 읽고, 잠을 자고, 그림을 그리고,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창문 너머로 펼쳐지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 유럽의 변화되는 아름다운 풍경들을 함께 바라보며 마음을 나눌 뿐이다.

경의선‧동해선 타고 유럽으로…기대감 '모락모락'

이 같은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 올까. 남한에서 출발한 열차를 타고 북한을 지나 유럽까지 이어지는 유라시아 대륙철도에 대한 기대감이 한반도 전역을 달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경의선과 동해선을 연결하기로 합의했다고 선언했다. 이날 두 정상은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인 대책들을 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선언에 따라 두 철로가 복원되면, 경의선은 신의주를 통해 중국횡단철도와 연결되고, 동해선은 나진~하산을 거쳐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연결된다.

이렇듯 두 철로의 복원은 중국과 러시아 일대로 뻗는 철도망과 연결되면서 사실상 유라시아 대륙으로의 연결이 가시화 된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우리 경제와 관광산업에 대한 핑크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남북한 철도의 연결은 대륙과 육상 교통·물류망의 연결과 맥락을 같이 하며 남한이 정치적인 섬으로 분리된 한계를 극복하고 대륙형 경제로 전환하는 시발점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북방정책 핵심 중 하나인 동해선 개발과도 이어지면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 금융·무역의 중심지 중 하나인 한·중·일 한복판 반도국가의 지정학적 이점을 살려 동아시아의 허브로 기대감을 모은다.

더나아가 일각에서는 한반도 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가 인접해 있는 북방지역이 신흥 경제권으로 부상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잠재력이 높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로 얽혀 저개발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유라시아, 러시아로 이동하는 육로가 뚫린다면 한반도종단철도(TKR)-중국횡단철도-몽골횡단철도(TMGR)-시베리아횡단철도를 이용한 교통·물류 네트워크가 연결되면서 국경을 넘는 경제협력으로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이은 큰 규모의 경제권이 형성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이같은 기대감은 관광업계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비행기를 타지 않고 열차를 타고 북한 땅을 밟고 유럽까지 갈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인터넷에는 가상으로 만든 유라시아 횡단 열차 승차권이 등장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한반도종단철도가 운행되면 세계 여행객들의 발목을 이끌며 한반도 북방지역의 관광산업에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단, 이처럼 한반도에서 유럽까지 육로를 통한 경쟁력을 얻기위해서는 반드시 유라시아 대륙으로의 연결을 고려한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한반도 안에 머무르는 물류망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유라시아 실크로드를 향한 첫 발걸음

우선 유라시아 실크로드를 위한 첫 단계는 동해선부터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7년 복원된 북한 감호와 강원도 고성 구간을 강릉까지만 연결하면 된다.

경의선 구간 복원은 개성지역에 설치하기로 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개성공단 재가동과 맞물려 진행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기에 북한에 고속철도망까지 깔리면 부산에서 북한, 중국, 러시아를 거쳐 영국까지 유라시아 대륙철도가 현실이 된다.

또 동유럽철도국제협력기구(OSJD) 가입이라는 숙제도 풀어야 한다. OSJD는 1956년 6월 구소련 체제의 사회주의 국가·동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구성된 철도협력기구이다. OSJD 회원국들은 시베리아 횡단 철도와 중국 횡단 철도 등 28만km 노선에 200만대의 열차를 운행하며 철도 교통신호, 운행 방식 등에서 통일된 규약을 마련하고 있다.

철도업계에 따르면 만약 OSJD에 가입하면 회원국과 개별협정을 체결한 것과 동일한 효과와 함께 1개의 화물운송장으로 서유럽 국가까지 화물수송이 가능해진다.

현재 우리나라의 OSJD 정회원 가입은 6월 키르키즈스탄에서 열리는 OSJD 장관회의에서 결정된다. OSJD 회원국 장관들이 참석하는 장관회의는 만장일치를 통해 회원국 가입을 결정하는데 앞서 정부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차례 정회원 가입을 시도했지만 매번 중국의 기권과 북한의 반대표에 막혀 가입이 좌절됐다.

하지만 지난 27일 남북 두 정상의 판문점 선언에 힘입어 우리나라의 OSJD 정회원 가입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기대에 무게가 실린다.

사실 남한에서 출발한 열차가 북한 땅을 밟고 유럽까지 가는 열차를 타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많은 산을 넘어야겠지만 한반도를 감도는 핑크빛 교류가 한반도종단철도의 원동력이 되어 끝까지 달리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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