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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째 리플릿에 갇힌 내나라 여행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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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째 리플릿에 갇힌 내나라 여행박람회
  • 유경훈 기자
  • 승인 2018.03.06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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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행사 주관사 돈줄 아닌 관광 창고 돼야
▲ ‘2018 내나라 여행박람회’가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사진=유경훈 기자

[투어코리아] ‘2018 내나라 여행박람회’가 지난 4일 끝났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올해도 지자체들의 전시 방식은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듯이 쇼핑몰 쇼윈도우형 홍보 형태는 올해도 어김없이 재현됐다.

그나마 내나라 여행박람회장의 메인 무대와 주변이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해 관람객들을 끌어 모으며 흥행 몰이를 한 점은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점으로 향후 '내나라 여행박람회(이하 여행박람회)'의 발전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이번 여행박람회를 기획한 류재현 총감독은 “메인 무대의 턱을 제거해 공연자와 관람객간의 거리를 좁히고, 무대 앞쪽에 포토존과 테마여행 10선을 이용해 ‘쉼이 있는 예술 공간’을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제공했다”고 밝혔다.

결과는 놀라웠다. 쉼터에는 여행박람회 기간 내내 관람객들이 몰려들고, 포토존은 줄을 서 대기해야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 ‘2018 내 나라 여행박람회’가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사진=유경훈 기자

그러나 그곳을 제외하면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점을 찾기 어려웠다.

여행박람회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관광협회중앙회와 코엑스가 주관하는 인바운드 전문 행사로 국내에서 열리는 관광 관련 박람회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역사도 깊어 횟수로 벌써 15회째 접어들었다.

그런데 여행박람회에 참여하는 기관과 기업은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와 특산물(품)이나 기념품 등을 판매하는 소규모 회사들뿐, 여행사는 찾아볼 수가 없다. 분명 여행박람회인데 여행사 없는 여행박람회가 열리고 있는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행박람회에서 여행사를 통한 여행 정보 습득이나 국내 여행상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 결과 여행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의 여행정보 습득 통로는 지자체뿐이다. 그런데 지자체 부스에서 얻어 갈 수 있는 여행정보라는 게 관광책자와 리플릿이 전부다. 모든 지자체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똑 같다. 궁금한 게 있어 물어보면 “여기에 다 나와 있어요”하며 리플릿을 나눠준다. 그나마 관광안내사나 공무원이 부스를 지키고 있는 곳은 몇 마디 물어볼 수 있기라도 하지만,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한 곳에서는 물어본들 아는 게 없다.

부스를 방문해도 재미가 없다. 광역형태로 시군이 연합해 참여한 곳은 더하다. 한정된 공간에 여러 지자체를 배치하다보니 부스 하나의 면적이 채 1평도 못된다. 마치 쇼핑몰의 쇼윈도우 갇힌 마네킹 같다. 이런 부스들은 리플릿 몇 가지와 특산물을 전시해 놓고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관람객이 오면 리플릿을 나눠 주는 것이 홍보의 전부다.

▲ ‘2018 내 나라 여행박람회’에 참여해 체험하는 관람객들./사진=유경훈 기자

그렇다보니 여행박람회에서 듣는 여행정보는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른 게 없다. 그 결과 지자체 부스를 눈으로 휭 둘러보는 관람객들이 태반이고, 지자체는 그런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부지런히 이벤트를 벌인다. 그런데 이벤트에 몰려든 관람객들의 소원은 단 하나, 선물이다. 그러니 선물과 함께 받은 여행안내 자료는 여행박람회장을 벗어나면 바로 쓰레기통에 처박히고 만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다보니 여행박람회에 참가하는 지자체들이 자꾸 줄어드는 형편이다.

올해 경기도에서 많은 지자체들이 여행박람회를 외면했다. 4월초 부산에서 열리는 경기관광박람회가 영향을 끼쳤겠지만, 본지에서 알아본 결과 많은 지자체들은 “재미가 없고 홍보효과가 별로인 것 같아 참가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댔다. 전북과 충청남북도, 강원도 경남북에서도 빠진 곳이 적지 않았는데, 이유가 한결 같았다.

▲ ‘2018 내 나라 여행박람회’가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사진=유경훈 기자

그런데 따지고 보면 ‘여행박람회에서 홍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지자체의 잘못’이 크다. 한마디로 말해 지자체들이 여행박람회를 위해 고민한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매년 국내에서 개최되는 여행(관광)관련 박람회는 축제분야까지 포함할 경우 7개나 된다. 그러데 이들 박람회 모두가 판박이다. 여행박람회와 축제박람회나 부스를 꾸미는 게 똑 같고, 리플릿에 의존한 홍보방식도 완전 복사판이다. 이벤트도 한번 선보인 것은 어지간해서 바꾸지 않고 돌아가면서 울궈 먹는다. 그렇다보니 어느 쪽이 여행박람회이고, 축제박람회인지 도통 구분이 안 된다. 듣기 좋은 콧노래도 거듭 들으면 신물이 난다는데, 매년 판박이 여행박람회에서 쌍둥이 홍보방식을 되풀이 하는데 질리지 않을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

행사 주관사 지자체 아이디어뱅크로 거듭나야

박람회 주최 측과 주관사도 각성해야 한다. 그저 부스 판매에만 골머리를 싸맬 것이 아니라, 관광전문기관이고 단체인 만큼, 갖고 있는 노하우를 지자체에 전수해 영양가 높은 관광박람회를 만들어야 한다.

1,2월은 지자체 인사 시즌으로 새로 관광 업무를 맞은 공무원들이 많다. 그들이 여행박람회를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문체부(또는 산하기관인 관광공사)나 관광협회중앙회가 이들에게 지역에 맞는 홍보방안을 기획해 전수한다면 차별화된 여행박람회를 기대할 수 있고 또 관람객들이 재미있어 할 것이다.

지지체는 여행박람회 주관사(현재는 관광협회중앙회)의 부스를 구입해주는 돈줄이 아닌 볼거리와 놀거리 체험거리가 숨어 있는 ‘관광 창고’가 되어야 하고, 여행박람회 주관사는 지자체들에게 지역관광산업 발전에 필요한 ‘아이디어뱅크’로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서로를 필요로 하고, 그렇게 되어야만 재미있고 가보고 싶은 내나라 여행박람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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