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 아… 음식 이야기에 푹 빠져서 한참 쓰다 보니 이란의 핵심, 페르시
안 카펫 소개가 늦어졌다.
큰일이다. 페르시안 카펫에 대해서라면 앞서 소개했던 음식자랑보다 훨씬 할 말이 많은데 말이다. 그 옛날 페르시아의 세헤라자데처럼 천일 동안 풀어낼 수 있을 정도라고 하면 과장일까.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세상에 현존하는 카펫 중 가장 오래된 게 바로 이란산. 페르시안 카펫이다. 이 땅에서는 무려 5,000년 전부터 카펫을 만들고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 긴 역사를 거치며 카펫을 단순한 깔개에서 하나의 예술품으로까지 끌어올렸으니 그 깊고 넓은 이야기를 어찌 작은 지면 안에 담을 수 있을까.
*이란인의 삶 그 자체 ‘페르시안 카펫’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인테리어에 관심 좀 있다는 사람들이 고가의 페르시안 카펫으로 재테크를 하거나 집안을 꾸민다는데, 이란에서 카펫은 인테리어도, 소장가치 높은 재테크 품목도 아니다. 여
기서 카펫은 그저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모든 일상의 배경이다. 기도를 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TV를 볼 때도, 아이들이 놀 때도 이란인들의 모든 생활은 카펫 위에서 이뤄진다.
이란은 전세계에서 카펫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이자,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고 그렇기에 액자용인지, 바닥깔개용인지, 장인이 손으로 짠 핸드메이드인지, 기계직인지, 또 어느 지역에서 만들어졌는 지, 만든 재료가 실크인지, 양털인지에 따라서도 그 품질이 세분화 돼 종류도, 가격대도 다양한 카펫을 찾아볼 수 있다.
좋은 품질의 전통 페르시안 카펫은 과일, 꽃 등으로 천연 염색한 실을 이용해 오랜 시간 동안 손으로 짜기 때문에 세월이 지날수록, 더 많이 밟을수록 카펫의 색이 선명해진다고 한다.
한 줄 한 줄 섬세하고 촘촘하게 짜기 때문에 먼지가 낄 틈조차 없고 또 구겨지더라도 그 자국이 남지 않는다고도 하고. 심지어 페르시안 카펫은 콧대 높은 소더비 경매장에서도 거래된다고 하니 이란에서의 카펫 쇼핑을 계획하고 있다면 참고하시길.
*카펫 문화 한 눈에 ‘카펫박물관’
굳이 구입은 하지 않더라도 그 아름다움을 느껴보고 싶다면 테헤란 시내에 위치한 카펫박물관에 가보길 권한다.
이란의 마지막 왕비인 ‘파라’가 건물 외관부터 카펫을 짜는 베틀 형상으로 디자인한 이곳에는 페르시안 카펫의 전성기였다는 17-19세기 작품들이 주로 많이 전시되어 있고, 이란의 각 지역을 대표하는 카펫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지역 특색에 따라 다른 무늬와 색감도 비교 볼 수 있다.
왜 어떤 미술 작품은 사실 작가의 명성을 빼고 보면 이게 왜 그 정도의 가격인지
갸우뚱할 때가 있지 않나. 그런데 페르시안 카펫은 그런 게 없다. 나 같은 문외한이 봐도 한눈에 이건 최고급이구나! 감탄사가 나온다. 색색의 실들이 그려낸 한 폭의 그림. 마치 잘 그린 유화 같다.
박물관 구경을 마친 후에 건물 밖으로 나오면 잘 가꿔진 정원과 마주하게 되는데 천천히 산책하며 좀 전의 감흥을 곱씹어도 좋다. "아 그런데!" 감흥을 곱씹으며 카펫 구입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갖게 될지도.
이경아 통신원은
방송작가로 일하다가 남편의 직장을 따라 지난 2016년 여름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정착했다. 해외여행에 필수라는 현지어 문장들- “얼마입니까?”, “너무 비싸요”등의 간단한 문장조차 알지 못한 채. 적응해야 했던 이란 정착기. 이란을 처음 찾는 이들에게 조금의 두려움이나 편견 없이 이란을 만날 수 있도록, 이번 호에서는 이란의 음식·카펫 문화 등 생생한 이란 체류기를 담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