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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로마신화 품은 시칠리아...아그리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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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로마신화 품은 시칠리아...아그리젠토
  • 글·사진 지태현 기자
  • 승인 2016.09.27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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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했던 역사유적이 현재를 이끄는 도시 시라쿠사 & 아그리젠토
▲ 콩코르디아 신전(Temple of Concord)

[투어코리아] 아름다운 지중해를 배경으로 찬란했던 고대 그리스·로마 역사유적이 고스란히 남아,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곳 ‘이탈리아 시칠리아(Sicilia)’. 그리스보다 더 그리스다운 곳이라는 말이 전해지는 시칠리아가 전해주는 매력은 독특하다. 가는 곳곳 남아 있는 고대 그리스·로마 유적들은 찬란했던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수천 년 전에 생겨난 이 유적들은 단지 과거의 산물이 아니라 오늘날의 시칠리아와 호흡하며 현재의 시칠리아를 만들어가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세계 각국 여행객들을 불러들인다. 그 중 그리스·로마신화를 품은 채 살아가고 있는 도시 ‘시라쿠사’와 ‘아그리젠토’를 소개한다.

신비로운 신전의 도시 ‘아그리젠토(Agrigento)’

제우스 신전, 콩코르디아 신전, 헤라 신전, 헤라클레스 신전 등 20여개의 웅장한 도리아 양식 신전이 줄줄이 들어선 신비로운 신전의 도시 ‘아그리젠토(Agrigento)’.

그리스로 여행 온 듯 고대 그리스 신전들이 모여 있는 ‘신전의 계곡’은 그야 말로 고고학적 유적지다. 그리스, 로마의 지배를 받았던 시칠리아의 역사는 이렇게 시라쿠사와 마찬가지로 아그리젠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 주노 신전(Temple of Juno)

기대감으로 출발, 그런데 버스는 오지 않고

그리스, 로마의 영향으로 문명의 꽃을 피우며 번영했던 흔적 따라 아그리젠토 탐험에 나서기 위해 아침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는 부랴부랴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50미터도 되지 않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미리 확인한 바로는 8시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고 이후에는 10시30분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다고 한다. 배차 간격이 꽤 널찍하여 반드시 8시에 출발 버스를 타야만 했다.

그런데 8시가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버스는 도착하지 않았다. 주변 사람 중에도 아그리젠토로 가는 여행객들이 더러 있었으며 그들도 출발 버스가 아직 정류장에 오지 않자 다소 불안해 했다. 더구나 아그리젠토 행 버스표를 파는 곳도 없으니 답답해 주변 상인들에게 물어보니 버스 운전기사가 직접 버스표를 판다고 알려주며 좀 더 기다리면 버스가 도착 할 거라고 귀띔해 준다.

버스에서 셔틀버스로 갈아타고 아그리젠토 고고지구로!

버스 정류장 주변에서 아그리젠토 행 버스를 기다리는 일행이 세 명인 그룹을 알게 됐다. 그들은 프랑스에서 온 선생님들인데 팔레르모에서 5일간 여행 후 아그리젠토로 가는 길이라 한다. 그들과 이런 저런 여행관련 이야기를 주고받는 중 8시30분쯤이 되어서야 아그리젠토 행 버스가 도착했다. 한사람씩 기사에게 표를 사서 탑승하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승차했다.

시내를 빠져나가 왕복 2차선 도로에(SS121)들어서더니 제법 속도를 내며 달리는데 주변 풍광은 시골 풍경 그대로다. 그리고 가는 중에 웬 도로 공사를 그리 많이 하는지 여러 번에 걸쳐 정체 구간이 있었는데 대부분 산길이었고 고도가 꽤 높은 듯 했다.

아그리젠토에 도착한 시각이 11시쯤 됐다. 도중에 도로공사로 지체 구간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고고지구까지 가는 우리나라의 마을버스와 비
슷한 셔틀 버스가 있었고 이를 타기 위해서는 근처의 구멍가게에서 왕복버스표를 구입해야 했다.

▲ 쌍둥이 카스토르와 폴룩스를 모시는 디오스쿠오리 신전(Temple of Castor and Pollux)

여행의 즐거움! 낯선 이들과 이야기 나누며 친구되기!

작은 셔틀 버스 안에서 옆에 앉은 여행객은 캐나다 노부부와 버스 탈 때 눈인사한 프랑스 선생님 3명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했다. 내가 캐나다 퀘벡에서 왔다는 할머니와 영어로 얘기하면 캐나다 할머니가 프랑스어로 프랑스 선생님들에게 전달해주는 방식으로 대화를 나눴다. 그러면 또 프랑스 선생님 한 분이 이탈리어로 현지인들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이었다. 정말 우습기도 하지만 재밌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이었다. 이처럼 낯선 곳에서 만난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하는 것은 여행 중 예상치 못한 부수적으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아닐까. 작은 셔틀버스에서 왁자지껄 얘기하다보니 고고지구에 도착했다. 모두들 입장권을 구입하고는 각자의 걷는 속도와 관심영역에 맞도록 관람을 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아그리젠토 고고 지구

아그리젠토는 고대 지중해 지역에서 가장 위대한 도시 중 하나였다. 기원전 582년에 건설된 고대 그리스의 도시였고 아직까지 고대 그리스의 유적이 잘 보존된 ‘아그리젠토 고고 지구(Archaeological Area of Agrigento)’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특히 건축물들은 ‘신전의 계곡’이라는 곳에 밀집돼 있어
관람하기도 용이한데 이곳은 고고지구로, 아그리젠토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주노 신전(Temple of Juno)
고고지구 입구를 통해서 신전의 계곡에 들어서자 중·고등학교 미술 교과서에서 봤음 직한 주노 신전(Temple of Juno)이 나타났다. 기원전 450년에 지어졌다는 신전인데 아득한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순간이었다. 원래는 34개의 기둥이 있었는데 현재는 25개만이 남아 있었지만 그 흔적만으로도 고대 그리스의 번영했던 문화를 상상할 수 있었다.

▲ 지오베 신전(Temple of olympic Jupitor, 쥬피터 신전)

*콩코르디아 신전(Temple of Concord)
날씨는 건조하고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지만 흥분된 상태에서 작은 관람로를 통해 근처에 있는 콩코르디아 신전(Temple of Concord)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신전 또한 기원전 450년에 지어 졌으며 시칠리아에 남아있는 고대 그리스 건축물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정평이 나 있다는 신전이었다.
신전 앞에는 청동으로 된 사람 동상이 쓰러진 듯 놓여 있는데, 날개 꺾인 ‘이카루스’다. 신전 주변에 서있는 오래된 올리브 나무 한 그루가 신전의 역사를 설명해주는 해설가인 듯 서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 지오베 신전(Temple of olympic Jupitor)
잠시 쉬다가 도착한 곳은 지오베(쥬피터) 신전(Temple of olympic Jupitor)이다. 굵은 돌무더기와 어렴풋이 맞추어 놓은 쓰러져 있는 인간의 모습을 한 돌 기둥이 허술
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고대 그리스 시대 이후에 많은 시간이 흐르고 여러 사건
들이 있었겠지만 그 모든 것은 인간이 만들고 인간에 의하여 훼손된 결과들로, 이렇게 돌무더기가 되어 누워있는 것이었다. 한동안 여러 상념에 잡혀 있다가 멀지 않은 곳에 시선이 멈추었다.

*캐스터 폴룩스 신전(Temple of Castor and Pollux)
정말 우리 눈에 익은 모습의 돌기둥이 눈에 들어왔다. 약5세기 전에 세워진 캐스터폴룩스 신전(Temple of Castor and Pollux)이었다. 제우스와 레다 사이에서 태어난 쌍둥이 아들 카스토르와 폴룩스를 모시는 ‘디오스쿠오리신전’으로, 현재 남아있는 신전들 중에서 그 모양이 아름다워 아그리젠토의 엠블럼(emblem)으로도 사용되
고 있는 돌기둥이었다.

▲ 기둥 여덟 개만 남은 헤라클레스(에르꼴레) 신전(Temple of Ercole)

* 고대 그리스로 여행 온 듯 충족감 가득!
이외에도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유원지 입구로 돌아와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맘씨 좋아 보이는 현지인 아저씨가 말을 건네 온다. 아마도 아그리젠토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동양인이라서 관심을 갖는 듯 했다. 잠시 후 20년도 훨씬 넘어 보이는
낡은 승용차 한대가 서더니 좀 전에 말을 걸었던 그 아저씨가 나에게 자신의 차에 타란다. 시내에 식품을 사러 가는데 역까지 태워 주겠단다. 덕분에 아그리젠토 열차역까지 셔틀버스를 기다리지 않고도 쉽게 갈 수 있었다.

역까지 가는 도중 아저씨는 과거에 경찰이었는데 이제는 은퇴하였고 고고지구 근처에서 살고 있다며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SUD? NOD?’하고 되묻는다. 당연히 ‘SUD’라고 답하자 한바탕 크게 껄껄 웃는다. 경찰 출신치고는 참으로 순박한 모습이었다.

아그리젠토의 고고지구 여행은 마치 고대 그리스로 여행온 듯한 착각을 안겨주는 여행이었다. 특히 많은 유물들이 고대 그리스의 유물들로, 다른 이탈리아 여행지에서 보아왔던 분위기와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충족감 한가득 안고 다시 팔레르모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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