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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남부 숨은 보석 마테라의 동굴 주거지 ‘Sass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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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남부 숨은 보석 마테라의 동굴 주거지 ‘Sassi ’
  • 지태현 기자
  • 승인 2016.03.16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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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삶의 흔적 켜켜이 쌓여 오롯이 빛을 발하다!
▲ 구름이 걷히고 있는 사쏘마을 야경

[투어코리아] 너무나 매력적인 이탈리아 남부 소도시 여행. 연중 지중해의 따뜻한 햇살과 코발트 빛깔 바다, 깎아지른 듯한 해안 절벽 등 엽서 속 그림 같은 풍경은 전 세계 여행객들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이탈리아 남부하면 나폴리, 소렌토, 아말피, 포지타노 등의 여행지를 먼저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이탈리아 남부의 숨겨진 보석은 따로 있다.

2000년 이상 세월의 흔적을 이어오며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는 곳, 오랜 삶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그 자체로 오롯이 빛을 바라는 곳, 바로 선사시대부터 이어온 ‘마테라(Matera)의 동굴 주거지 사씨(Sassi)’다.

▲ 베네토 광장 전망대에서 바라본 사씨마을 전경


시간이 멈춰버린 마테라의 동굴 주거지 ‘사씨’

마테라는 바실리카타 주(Region of Basilicata) 남부 지방에 있는 곳으로, 이 곳엔 가파른 협곡에 터전을 일구고 동굴을 파서 군락을 이룬 채 2천년 이상 지속적으로 삶을 이어온 동굴거주지 ‘사씨(Sassi)’가 자리하고 있다.

사씨는 이탈리아에서 인류가 최초로 정착한 자연 동굴 주거 형태로, 점차 발전하며 암반을 뚫고 집과 교회가 들어서게 되면서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마을. 지금까지도 동굴 거주기가 그대로 유지돼 있고 그 곳에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한다.

오랜 세월 속 이 마을은 역사의 흐름 속 때론 번영하고 쇠락의 길을 걷기도 했다. 실제 9세기경 종교 박해를 피해온 수도사들이 숨어 살기도 했다. 이러한 역사를 반영하듯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Christ)’ 촬영지로 마테라 사쏘마을이 등장했으며, 영화에서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힘겨워했던 장면과 못 박히는 장면 등이 연출됐다.

또 마을이 점점 성장하면서 언덕 쪽으로 올라가면서 더 많은 집을 짓거나 동굴 주거지를 파기도 했다. 12세기에는 ‘웅장하고 화려하다’는 칭송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점차 쇠락, 19세기 중반 까지는 약 3,000여개 정도의 사씨에 사람들이 살았으나 대부분 빈민층들이 모여서 힘겹게 살았고, 다른 지역에 비해 외면 받으며 관심 속에서 멀어졌다.

▲ 실제로 주민이 거주하는 사씨 마을

그러나 석회암을 파서 만든 지중해 연안의 거주지, 협곡 등 주변 지형과 생태계와 조화를 이룬 건축물, 오랜 역사와 삶이 보존돼 있는 인류 역사상 중요한 유산이라는 거치를 인정받아 ‘마테라의 동굴 주거지와 암석교회’는 1993년 세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이름을 올렸다. 선사시대에 인류의 집단 거주, 게다가 동굴 형태의 집이 그대로 남아 있는 ‘사씨’는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발길을 ‘마
테라’로 옮겼다.

지도 한 장 들고 ‘사씨’ 탐방에 나서다

마테라 사씨를 찾아 나서던 날, 묵직한 구름이 무겁게 내려앉고, 빗줄기가 바람에 휘어지며 쏟아져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렇다고 여행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 바리-스컬로역에서 ‘마테라행 사철(FAL;Ferroivie Appulo Lucane)에 몸을 실었다. 열차가 마테라중앙역에 도착했을 때는 다행히 비가 그쳤다. 그러나 하늘은 회색 구름이 드리워져 있어 우중충했다. 이미 예약해 놓은 사씨(Sassi;돌 이라는 뜻의 동굴 주거지)지구에 가까운 마테라 시내에 예약한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지도 한 장 들고 본격적인 탐방에 나섰다.

화석화 돼 멈춰 버린 마을 풍경에 넋을 잃다!

마테라의 사씨는 마을의 중심 요새인 ‘시비타’를 중심으로 ‘사쏘 바리사노(Sasso Barisano)’와 ‘사쏘 카베오소(Sasso Caveoso)’ 2개로 나뉜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마테라 시내의 가장 중심지인 ‘비토리아 베네토 광장(Piazza Vittoria Veneto)’. 광장에 도착해 보니 관광지라기 보다는 차분한 마을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게다가 비 온 뒤라서 그런지 몇몇 행인들이 우산을 들고 주변 상가를 기웃거리는 등 더욱 조용했다.

광장의 중심부에는 원형의 분수대가 있고 근처에는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지하 동굴 입구가 보였다. 근처에는 아치 기둥 너머로 사씨 마을을 파노라마로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데, 이 곳에서 마을 전체를 바라보는 순간 ‘아~~’하는 신음소리가 나도 모르게 새어나왔다.

▲ 비토리아 베네토 광장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사쏘(Sasso; Sassi의 복수형)마을은 화석화 돼 시간이 멈춰버린 듯 했다. 그 광경에 순간 넋을 잃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사씨 지구는 오랫동안 인류가 힘들게 살아왔던 삶의 흔적’이라는 생각도 스쳤다.

그래서 일까. 그 어떤 곳에서도 만나보지 못했던 독특한 사쏘마을 전경은 아름답게 다가오진 않았다. 때마침 낮게 내려앉은 구름 때문인지 오랜 세월을 힘들게 견뎌온 지친 모습처럼 보여 쓸쓸했다. 퇴색돼 우중충한 낡은 모습의 동굴주거지가 켜켜이 쌓여 수백 년을 이어왔다는 그 자체가 경이롭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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