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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묻고 촌티가 나서 더 끌리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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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묻고 촌티가 나서 더 끌리는 여행
  • 유경훈 기자
  • 승인 2015.11.05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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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코리아] 밖에 잠깐 서있어도 손이 시렵고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계절이다. 가지에 그나마 몇 장 붙어 있던 이파리마저 떨어지고 나면 추위가 한층 매서워질 것이다. 이럴 땐 따끈한 국물이 그립고, 여행도 지글지글 끓는 곳을 찾는 이가 늘어난다.

그래서 겨울에 토속적이고 촌티 나는 것이 더 그리워지는지도 모른다. 한국관광공사는 이 계절에 어울리는 여행을 추천했다. ‘전통문화탐방-장인을 찾아서’란 테마로 추천한 여행지 가운데 ‘160년 전통을 잇는, 황충길 명장(충남 예산)’, ‘절제와 느림의 미학,여창가곡 조순자 명인 (경남 창원)’을 소개한다.

 

160년 옹기 전통 잇는 황충길 명장

우리네 옹기는 따스하고 투박한 생김에 비해 쓰임이 많다. 한민족은 예부터 옹기에 곡식을 저장하고, 장과 김치를 담고, 찌개를 끓였다. 장식용 도기와 달리 옹기에 따스함이 느껴지는 것은 이렇듯 음식에 쓰이기 때문이다. 미세한 공기구멍이 있어 장을 발효하고, 김치 맛을 좋게 하고, 잿물 성분이 쌀벌레를 막아준다. 전통 기법 그대로 ‘살아 있는 그릇’ 옹기를 빚는 황충길 명장을 만났다.

황충길 명장의 집안에서 대대로 옹기를 빚은 바탕에는 천주교가 있다. 할아버지 황춘백씨가 천주교 박해를 피해 고향을 떠나 옹기점을 시작한 것이 1850년, 아버지 황동월 씨가 뒤를 이었고, 황충길 명장에 이르러 예산 땅에 정착했다. 지금은 명장의 아들이 함께 일하니 4대가 160년 전통을 잇는 셈이다.

 

부친이 가마에 불을 때다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뜬 뒤, 명장은 힘들고 알아주지도 않는 옹기 일을 몇 번이나 그만두려고 했다. 그때마다 집안에 우환이 생겨 마음을 다잡고 옹기에 전념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 집집마다 냉장고가 생기고 아파트 생활이 늘자, 김칫독이나 장독 사용이 급격히 줄면서 문 닫는 옹기점이 많았다. 명장도 몇년을 고전하다가 1996년 냉장고용 김칫독을 발명하고 반전을 맞았다.

플라스틱 통에 보관하면 김치가 빨리 익거나 군내가 나서 먹지 못하는 일이 잦았는데, 냉장고용 김칫독은 다 먹을 때까지 시원한 맛을 유지했다. 소문이 나자 전국에서 찾아와 트럭으로 사 가느라 옹기점 주변이 시끌벅적했다.

상 복도 따랐다. 1996년 열린 제1회 농민의 날 공예 부문 대상과 충남발전대상 수상에 이어, 1998년 월드컵 유망 업체로 지정되며 2~3년 사이 전국에 이름을 떨쳤다. 그리고 1998년, 드디어 도자기 공예 부문에서 대한민국 명장(98-23호)에 선정된다. 3대에 걸쳐 쌓은 기술과 평생 한길만 보고 달려온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 그제야 벗어나려고 한 옹기 인생이 천직임을 깨달았다.

 

명성도 얻고 기반도 탄탄해졌지만, 옹기에 대한 명장의 철학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옹기 한 점 한 점이 빼어난 작품이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들인다. 편하고 쉬운 전기 물레 대신 전통방식 그대로의 물레를 고집하며, 흙 고르는 일이나 천연 재료로 잿물 만드는 일도 허투루 하는 법이 없다. 평생 해온 일이라 물레에 흙 반죽을 올리면 몸이 알아서 움직인다. 눈 감고도 만들 정도로 몸에 익었지만, 눈길 한 번 떼지 않고 집중한다.

밑바닥을 만들고, 흙가래를 올리고, 두드리고, 다듬기를 반복하면서 항아리가 모양을 갖춰간다. 수많은 손길을 거쳐야 아담한 항아리 하나가 빚어진다. 좀 더 매끈하게 다듬으려는 마음이 손끝에 나타난다.

전통예산옹기의 전시실에는 판매용 옹기와 함께 명장의 작품도 전시된다. 쌀독, 김칫독, 장독, 시루, 뚝배기 등 전통적으로 쓰인 옹기는 물론, 현대 가정에 어울리는 식기 세트, 원형 접시, 양념통, 머그잔, 냄비, 다기 세트까지 100종이 넘는다. 명장이 발명한 냉장고용 김칫독은 크기가 다양해 반찬을 넣어도 좋다.

 

성인 여덟 명이 겨우 들 정도로 큰 독, 작품으로 만든 아름다운 옹기 등 전시실 내부에 볼거리가 많다.

나만의 옹기를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흙 반죽을 가래떡처럼 길게 만들어 동그랗게 쌓아서 컵이나 그릇, 연필꽂이 등을 완성한다. 흙을 둥글넓적하게 펴서 손 모양을 찍고 가장자리 꾸미기도 쉽고 재미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물레 성형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전통예산옹기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김정희선생 고택(충남 유형문화재 제 43호)이 있다.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서예가 추사 김정희가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낸 집이다. 고택 옆 추사기념관에서는 추사의 일생을 살펴보고,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수덕사는 백제 위덕왕 때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는 천년 고찰이다. 1308년에 건립된 대웅전은 고건축학에서도 손꼽는 건물로, 측면에서 볼 때 특히 간결하고 아름답다. 범종각 앞에서 내려다보이는 예산 들녘 풍광도 빼어나다. ‘의좋은 형제’ 이야기의 고향이자 슬로시티로 지정된 대흥면에는 하룻밤 묵으며 전통 한옥의 멋을 느낄 수 있는 교촌한옥문화체험 관이 있다.

* 여행 코스 : 예산황새공원→광시한우마을→교촌한옥문화체험관→전통예산옹기→김정희선생 고택
* 문의: 예산군 청 문화관광과 041)339-7323
* 주변 볼거리 : 예산삼베길쌈마을, 슬로시티 대흥, 봉수산 자연휴양림, 덕산도립공원, 한국고건축박물관, 예당관광지, 윤봉길의사기념관 등

절제와 느림의 미학, 여창가곡 조순자 명인

“가곡이라고 하면 흔히 ‘선구자’나 ‘가고파’ ‘그리운 금강산’을 떠올리는데, 이는 근대 들어 서양음악 기법에 우리말 가사를 붙인 것입니다. 우리 전통 가곡은 조선 시대에 선비나 경제적으로 부유한 중인이 부른 전문적인 성악곡이에요. 가곡을 들어본 적 없어도 시조는 누구나 알죠. 45자 내외 시조를 국악 관현악 반주에 맞추어 10여 분 동안 느리게 부르는 노래가 가곡입니다. 남자가 부르는 것을 남창, 여자가 부르는 것을 여창이라고 해요. 가곡에는 절제와 느림의 미학이 있습니다.”

 

가곡 예능 보유자 조순자 명인의 말처럼 현대인에게 가곡의 노랫말인 시조는 친숙해도 가곡은 낯설다. 1969년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로 지정되고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예술성과 역사성을 인정받았지만, 대중적 장르인 판소리나 민요와 달리 듣고 접할 기회가 적기 때문일 것이다.

조 명인이 2006년 창원에 설립한 가곡전수관은 그래서 더욱 가치 있다. 국내에서 유일한 가곡전수관으로,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국악 전공자와 일반인 누구나 가곡을 부르고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국악 꿈나무를 육성하는 ‘토요풍류학교’는 조 명인이 특히 애정을 쏟는 프로그램이다. 전수관 내 소규모 공연장에서는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에 가곡, 기악 독주와 합주, 창작 국악극 등 수준 높은 연주로 구성된 〈목요풍류 : 풍류방음악회>도 열린다.

평생 가곡 보급과 전승에 힘써온 조순자 명인은 2001년 중요무형문화재 제 30호 가곡예능 보유자로 지정되었다.

 

세계가 인정한 우리 전통 예술을 찾아 나선 여행길, 세계적 관광 명소를 꿈꾸는 ‘상상길’ 방문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9월 마산합포구 창동예술촌 입구 거리가 걸그룹 포미닛을 비롯한 국내 유명인과 해외 일반인의 이름을 새긴 10만 개 오색 보도블록으로 새단장을 마쳤다.

전 세계에서 SNS를 통해 신청한 30만 명 중 선착순 2만 3000명의 이름을 보도블록에 새긴 것. 외국인이 자기 이름이 새겨진 보도블록을 찾아 이곳을 방문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블록이 설치된 곳은 코아양과 건너편 창동예술촌 입구에서 창동사거리를 잇는 155m 구간이다.

역사가 오랜 거리답게 창동에는 지역민의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명소가 많다. 창동복희집과 고려당도 그런 곳이다. 1971년부터 떡볶이, 튀김, 팥빙수, 단팥죽 등으로 일대 여고생의 인기를 독차지한 ‘창동복희집’은 지금도 변함없는 맛으로 단골들의 사랑을 받는다. 50년 넘게 지역 빵집으로 한결같은 인기를 끄는 ‘고려당’의 꿀빵과 밀크셰이크도 맛보자.

 

창동예술촌 입구 건너편에는 오동동 통술골목이 있다. 안주를 따로 주문할 필요 없이 푸짐한 해산물이 한 상 가득 차려진다고 ‘통술’이라 불린다.

25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마산어시장, 복요리거리, 아구찜거리도 멀지 않다. 창원시립 마산문신미술관과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을 연계해서 둘러봐도 좋다. 문신미술관은 마산 출신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고, 지척에 벽화마을이 자리한다.

쌀쌀한 늦가을 날씨에 움츠러든 몸을 데워 줄 마금산온천도 추천한다. 창원 시내에서 20~30분 거리로 가깝고 대중교통도 편리하다.

마금산온천은 ‘세종실록지리지’에 기록이 남았을 만큼 역사가 오래되었다. 지하 300m에서 끌어 올린 무색·무취·무미한 알칼리성식염천으로 신경통, 근육통, 피부 질환에 효과가 있다.

 

* 여행 코스: 상상길→창동예술촌→마금산온천→중요무형문화재 제 30호 가곡전수관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공연)
* 여행 정보: 창원시 문화관광 http://culture.changwon.go.kr
* 문의 : 창원시청 관광과 055)225-3691
* 자가운전 : 중부내륙고속도로 칠원 TG→남해제1고속도로지선 서마산 IC→마산회원구청 방면 좌회전→북성로→석전사거리 우회전→무학로→가곡전수관
* 주변 볼거리: 주남저수지, 저도연륙교, 해양드라마세트장, 마산문학관 등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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