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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라비아 숨결 그대로 ‘체코 올로모우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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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라비아 숨결 그대로 ‘체코 올로모우츠’
  • 문지연 기자
  • 승인 2015.06.10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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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로모우츠 기차역

[투어코리아] 체코 프라하는 전 세계인에게 사랑 받는 대표적인 관광 명소다. 반면 프라하에서 2시간 30분 거리에 위치한 올로모우츠를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올로모우츠는 과거 모라비아 지방의 수도로 프라하 다음으로 다양한 중세 시대 건축물을 볼 수 있는 유서 깊은 장소다. 바로크, 고딕 양식의 옛 건물들은 물론, 천문시계,
고대 신화를 바탕으로 한 분수대 등 옛 것을 고스란히 품은 중세의 아름다움이 도시 곳곳에 묻어난다. 볼 것 많고 조용히 걷고, 쉬기 좋은 고도 올로모우츠를 소개한다.

프라하에서 기차를 타고 올로모우츠로 향한다. 기차에 오른지 어느새 2시간 반. 기차가 느린 걸음을 걷기 시작한다. 차창 밖으로 이내 올로모우츠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머리 위로 내리 꽂히는 한 여름의 태양을 피해 속히 트램(노면전차)에 오른다. 향할 곳은 올로모우츠 광장의 시작점인 호르니 광장이다. 차창 밖으로 올로모우츠의 전경이 비친다. 정오의 올로모우츠는 시종일관 조용하고 차분하다.

▲ 파스텔 빛깔의 건물이 눈에 띄는 광장

모라비아 수도, 중세 볼거리 다양
올로모우츠는 1640년까지 모라비아 수도였다. 체코에서는 다섯 번째로 큰 도시다. 중세의 건축물이나 문화재 수로 따지면 체코 다음으로 많다. 또 프라하와 함께 대교구로 지정된 가톨릭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프라하에서 호르니 광장까지 걸린 시간은 장장 3시간. 드디어 올로모우츠 중심가다. 마치 작은 도시의 읍내 같다.

관광 명소인 것 치고는 붐비는 곳 없이 그저 조용하기만 하다. 해가지지 않는 도시 프라하에서 지내는 며칠 내내 한밤 중 ‘쿵쾅쿵쾅’하는 소음 공해에 시달렸던 이유에서인지 오랜만에 접하는 이곳의 한적함이 반갑기 그지 없다.

광장에 들어서자마자 하늘을 향해 솟은 성 상위 일체 석주가 눈에 띈다. 조각, 건축, 미술의 문외한인 필자가 봐도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작품이다. 까맣게 발한 석주에서 빛이 타오르는 것처럼 시선을 압도한다.

▲ 성서의 12사도와 천사 등이 조각된 성 삼위일체 상

성 삼위일체 석주는 높이가 무려 35m에 이른다. 모라비아와 올로모우츠 출신의 예술가 등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 1716~1754년에 만든 바로크 양식 작품이다. 중부 유럽의 대표적인 바로크 걸작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시청사 건물과 함께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유럽에 돌던 흑사병이 끝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한 이 작품에는 종교적 색채가 가미돼 있다. 성서의 12사도, 천사 등이 조각돼 있다.

고개를 들어 석주의 밑부터 위를 찬찬히 훑어본다. 이내 한곳에서 시선이 멈춘다. 성모 마리아 승천 조각이다. 그 조각상을 따라 위쪽으로 좀 더 눈을 움직여본다. 그리고 석주 주변을 천천히 돌아본다. 꼭대기에 대천사 미카엘과 예수, 하나님 조각상이 보인다. 크기도 크고 높기도 높으며 모양 자체가 독특해 더욱 시선을 끄는 조각상들이다.

사회주의 표현한 천문시계 명물

광장 안에 시선을 끄는 또 다른 건축물은 시청사와 그 벽면의 천문시계다. 사실 올로모우츠를 구경하고 싶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이 시계 때문이었다. 프라하의 대표 관광 명소인 구시청사의 천문시계와 곧 잘 비교되는 또 하나의 천문시계가 바로 올로모우츠 것이다.

▲ 호르니 광장의 시청사와천문시계

프라하와 올로모우츠의 천문시계는 닮은듯 다르다. 프라하의 시계는 촘촘하고 세밀
하며 정교한 멋을 자랑하는 반면 올로모우츠의 것은 비교적 단출하고 아기자기하다. 또 프라하가 갈색 계열로 중후하고 세련된 멋을 낸다면 올로모우츠는 분홍색과 황금 빛이 조화를 이른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이다. 우열을 가리기엔 제각각의 의미와 멋을 가졌기에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올로모우츠의 천문시계 역시 프라하의 것처럼 매 시 정각에 볼거리를 제공한다. 6분가량 종소리와 음악, 그리고 인형의 춤사위가 펼쳐진다. 이를 보기 위해 매 시 정각을 앞두고 시계 앞에 관광객이 진을 친다. 어디서 왔는지 도통 안 보이던 무리들이 순식간에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그 수는 프라하와는 비교조차 안 된다. 정각의 울림을 듣겠노라고 프라하의 천문시계 앞에 진을 치고 있다가 깔려 죽을 뻔 했던 기억. 그 일대를 가득 메운 군중의 부대낌으로 천문시계 소리를 들을까 말까 잠시 고민을 했더랬다. 결국엔 듣고야 말았지만. 올로모우츠는 그와 비교하면 휑하다고 표현해도 어색함이 없다.

16세기에 제작된 올로모우츠의 시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가 1955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재탄생되었다. 재탄생 할 당시 종교 색을 빼고 대신 사회주의를 의미하는 상징적인 그림들을 넣었다. 노동자, 운동선수, 과학자 등이 그려져있다.

천문시계를 받치고 있는 시청사는 지난 1378년에 첫 삽을 떴고 1444년에 마무리한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이다. 천문시계를 감상한 뒤 호르니 광장 중심에선 채 360도를 회전한다. 광장 초입에서 성 상위일체 석주와 천문시계에 꽂혀 헤아리지 못했던 광장의 모습을 담아본다. 옅은 분홍빛과 노란빛, 파스텔 톤이 감도는 건물들이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동화의 나라를 배경 삼은 풍경들이다. 로맨틱하다.

▲ 사회주의를 의미하는 그림들을 담은 천문시계

광장 곳곳에는 분수대가 설치돼 있다.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의 체코. 단언컨대 이날은 프라하보다 올로모우츠가 5배쯤은 더 덥다. 정오를 넘기며 내리 꽂히는 태양열과 대기의 복사열이 메가톤급 맹공을 시작하자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삼삼오오 분수대쪽으로 몸을 돌린다. 사람들은 분수대를 등지고 앉는다. 시원한 물줄기를 온몸으로 느끼는 모습이다.

다른 쪽 분수에선 아이들이 장난을 치고 있다. 분수대의 물줄기를 타고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광장 곳곳으로 스며든다. 분수대에 걸터앉아 책을 읽는 이도 있다. 이
곳에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이 빠지면 섭섭한 법. 역시나 다른 쪽에는 밀어를 나누는 연인들이 앉아 있다.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는 할아버지의 모습도 보인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분수대를 휴식처로 삼고 있는 광경이다. 분수대가 마치 세대와 남녀를 잇는 끈과 같다.
광장 주변을 감싸고 있는 노천카페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관광객들도 눈에 띈다. 관광객은 관광객이 알아보기 마련. ‘꺄르르’ 즐거운 웃음을 웃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무척 즐거워 보인다.

광장 안의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는 동네 사람들과 그 사이사이를 채우고 있는 이방인의 어울림. 망중한을 즐기는 다양한 이들의 모습과 그 배경이 되고 있는 유서 깊은 문화재들이 얽혀 하나의 유채화 같이 빛난다. 피카소, 르네, 모네 등등이 그렸을 법한, 미술책에서 익히 봤던 바로 그 유채화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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