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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가지 효능 '검정콩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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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가지 효능 '검정콩의 비밀'
  • 유기현 과학칼럼니스트
  • 승인 2010.12.0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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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은 음식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콩’. 그중에서도 검정콩은 일반 콩보다 노화방지 성분을 4배가량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성인병예방은 물론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다양한 먹을거리에 활용되고 있다.

차(茶)를 비롯해 두유, 선식, 과자 등 검정콩이 함유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식품들에는 ‘웰빙’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검정콩은 예로부터 시력 증진, 해독 작용 및 소갈(消渴, 갈증으로 물이나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데도 몸이 마르고 소변 양은 많아지는 병) 치료로 사용돼 ‘약콩’이라 불리며 한국의 전통 식문화로 자리 잡았다.

검정콩에는 양질의 단백질뿐 아니라 지질, 비타민 B1, 비타민 B2, 비타민 E 등의 영양소가 들어있다. 모발이 성장하기 위한 필수 성분인 시스테인도 함유하고 있어 탈모 방지에도 효과가 있다. 또 검정콩에 함유된 이소플라본은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고 노화 원인 물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검정콩은 껍질에도 버릴 것이 없다. 씨껍질에 함유된 안토시아닌 색소는 몸에 유해한 활성산소를 없애주는 항산화작용을 한다. 안토시아닌은 단풍이 드는 이유를 설명할 때 항상 언급되는, 붉은색을 내는 색소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색소는 식물체 방어물질의 일종으로, 블루베리를 비롯한 여러 식물의 씨앗, 꽃, 열매, 줄기, 뿌리 등에 들어있다. 검정콩의 씨껍질은 검정색이지만 실제로 콩을 물에 불리면 붉은색으로 우러난다. 붉은색 색소인 안토시아닌이 집적돼 있어 우리 눈에 검정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검정콩에 함유된 안토시아닌 색소는 3가지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2010년 9월, 농촌진흥청 두류유지작물과의 콩 연구팀이 기존의 안토시아닌 색소 외에 6가지를 새롭게 밝혀내면서 다시 한 번 검정콩이 주목받고 있다.

안토시아닌 색소는 기본 골격인 안토시아니딘에 당이 붙어있는 분자구조로 존재하는데, 이들이 결합하는 형태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안토시아닌 색소가 생성될 수 있다.

검정콩에 함유된 안토시아닌 색소 중 이미 알려져 있는 3가지 색소는 델피니딘-3-글루코사이드(delphinidin-3-glucoside), 시아니딘-3-글루코사이드(cyanidin-3-glucoside) 및 페튜니딘-3-글루코사이드(petunidin-3-glucoside) 성분이다. 전체 안토시아닌 성분의 93~95%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각종 과일, 채소, 곡류 등에 많이 함유돼 있다.

콩의 주요 안토시아닌인 ‘델피니딘-3-글루코사이드’ 성분은 식품 부패균인 사카로미세스 세레비시아(Sacchromyces cerevisiae) 균에 대한 항균작용 및 유방암 억제 효과 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시아니딘-3-글루코사이드’ 성분은 다른 안토시아닌에 비해 가장 연구가 많이 이루어진 색소로 각종 항암작용, 위장보호, 염증억제, 항산화 작용 및 궤양 예방 등의 효과가 있다.

특히 이들 안토시아닌은 몸 속 소화기관을 거치는 과정에서 분자구조 중 당이 분리돼 안토시아니딘으로 변하는데, 이 구조는 인체에 더 강력한 생리 활성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안토시아닌의 다양한 생리 활성 기능이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합성착색료를 대신해 음료나 식품에 첨가하는 천연색소로도 실용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분석 장비와 성분 분리 기술이 진보하면서 미량의 성분도 분석할 수 있게 됐다.

농진청이 이번에 새롭게 분리•동정한 검정콩의 안토시아닌은 카테친-시아니딘-3-글루코사이드(catechin-cyanidin-3-glucoside), 델피니딘-3-갈락토사이드 (delphinidin-3-galactoside), 시아니딘-3-갈락토사이드 (cyanidin-3-galactoside), 펠라고니딘-3-글루코사이드(pelargonidin-3-glucoside), 페오니딘-3-글루코사이드(peonidin-3-glucoside) 및 시아니딘 (cyanidin)이다.

검정콩에서 이들 6개의 안토시아닌 성분이 차지하는 비율은 총 안토시아닌의 5~7% 정도다.

그렇다면 이 적은 양의 색소들을 어떻게 분리한 것일까.

연구팀은 검정콩 씨껍질을 40% 메탄올 수용액으로 추출해 고성능 액체 크로마토그래피(HPLC) 분석을 했다. 그 결과 기존 3가지 성분 외에 많은 안토시아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 존재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역상 칼럼크로마토그래피’ 라는 분리법을 사용했다.

이 분리법을 반복 수행하며 기존 3가지 안토시아닌 외에 3가지 성분(시아니딘-3-갈락토사이드, 펠라고니딘-3-글루코사이드, 페오니딘-3-글루코사이드)을 우선적으로 순수 분리했다. 여기서 칼럼크로마토그래피의 원리는 초등학교 때 분필에 검정색 수성 펜으로 점을 찍은 뒤 분필을 물에 세워두면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으로 띠가 분리되는 원리와 같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순수 분리한 안토시아닌 화합물은 핵자기공명분광기(NMR), 질량분석기(MS), 적외선 분광기(IR) 등에서 얻은 데이터를 종합해 그 구조를 밝힐 수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3종류의 안토시아닌은 극히 미량으로 존재했기 때문에 고성능 액체크로마토그래피와 질량분석기를 혼합한 HPLC-MS 온라인 분석 방법을 이용해야 했다.


안토시아닌은 각 성분마다 생리 활성이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9종에 이르는 다양한 색소성분이 검정콩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 만큼 다양하고 더 강한 생리 활성을 갖는다는 것을 뜻한다.

농진청 두류유지작물과 콩 연구팀의 하태정 박사는 “새로 확인된 6가지 안토시아닌의 다양한 생리 활성에 관한 연구는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져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며 “새로운 색소들은 다양한 생리 활성을 보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전했다.

농진청 콩 연구팀 역시 계속해서 검정콩 안토시아닌의 생리 활성 우수성을 연구하고 있다. 과학적으로도 그 효능이 입증된 검정콩, 앞으로도 콩과 관련된 새로운 연구결과들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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