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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 花· 花 만발하니 酒~욱 酒~욱 넘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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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 花· 花 만발하니 酒~욱 酒~욱 넘어가네!
  • 유경훈 기자
  • 승인 2010.05.01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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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지역 축제와 함께 즐기는 전통주 여행
완연한 봄이다. 섬진강변 허리춤을 감싸던 매화와 산수유가 꽃비 되어 쏟아지자 전국 곳곳에서 개나리, 진달래, 벚꽃들이 서로 앞을 다퉈 꽃망울을 터뜨린다. 수수하면서도 화사한 봄꽃이 만개할 즈음 전국의 지자체들은 봄꽃 축제로 한바탕 꽃 잔치를 벌인다. 잔치에는 술이 빠질 수 없다. 잔치에 술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을진데 우리 땅에서 난 재료로 담근 전통주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평양 감홍로, 전주 이강고, 정읍 죽력고, 진도 홍주, 안동 소주, 아산 연엽주…. 주당들이 먹고 싶어 사족을 못 쓰는 우리나라의 유명 가양주(家釀酒)들이다. 가양주란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주를 말한다. 술은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골골마다 나름대로의 비법을 지키고 있는 술의 장인들이 있다. 한 잔 쭈~욱 들이키면 입이 즐겁고, 두 잔 쭈~욱 들이키면 흥이 솟는 ‘기분전환의 묘약(妙藥)’ 전통주를 찾아 전국여행을 나서본다.

녹두장군이 마시고 기력을 찾은 ‘죽력고’

전북 정읍에는 전통술 죽력고(竹瀝膏)가 전해진다. 죽력고는 죽력에 솔잎·생강·창포 등을 넣고 소주를 내리는 방법으로 증류시켜 만드는데 알코올 도수는 22도와 32도 두 종류가 있다. 주조는 세 번을 내리기 때문에 3주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죽력(대나무 기름)’은 대나무 토막을 항아리에 넣고 불을 지펴 흘러내리게 하는 액체로 한방에서는 중풍과 해열, 숙취, 천식, 거담, 정혈, 갈증해소 등에 쓴다고 알려졌다.

한방에서는 어린이가 풍으로 갑자기 말을 못할 때 구급약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녹두장군 전봉준은 전북 순창 쌍치에서 일본군에 잡혀 흠씬 두들겨 맞고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서울로 압송될 때 죽력고를 먹고 기운을 차렸다고도 전한다.

‘해(海)에게서 소년에게’를 쓴 육당(六堂) 최남선(崔南善·1890~1957)은 그의 ‘조선상식 문답’에서 우리나라의 3대 명주는 평양의 ‘감홍로(甘紅露)’, 전주의 ‘이강고(梨薑膏)’, 전라도의 ‘죽력고’라 했다.

정읍시청 문화관광과 : 063)539-5022


불같이 취하고 얼음 깬다 ‘안동소주’

역사가 살아 숨쉬는 ‘선비의 고장’ 안동은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선비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많다.

특히 한옥 체험이 가능한 고택이 많은데, 종택(종갓집)으로는 농암종택, 지례예술촌, 오천군자마을 등이 있고, 고택으로는 치암고택, 하회마을, 수애당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중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의 집성촌이자, 조선시대 대유학자인 서애 류성룡이 태어난 곳으로 지금도 옛 마을 형태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류성룡 종택인 충효당을 비롯한 상류층 주택부터 서민층이 살던 토담과 초가지붕을 얹은 소박한 집까지 다양한 주택들을 볼 수 있다.

안동은 경관도 아름다워 래프팅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고산정 앞 가송마을에서 출발하는 래프팅은 가송∼농암종택 3.5㎞ 구간과 가송∼백운지교 8㎞ 구간이 있다. 병산서원과 하회마을 사이 6㎞ 구간도 깎아지른 절벽과 여울, 소가 번갈아 나타나 스릴 만점이다.

안동소주와 헛제삿밥 또한 빼놓을 수 없다. 45도 화주(火酒) 안동소주는 고려시대부터 전승되어왔는데, 목을 타고 넘을 때 화끈거리는 맛이 불의 힘이 느껴진다고 애주가들은 입을 모은다. 안동소주를 만드는 재료는 깨끗한 물과 누룩을 만드는 밀, 고두밥을 만드는 멥쌀이 전부다. 제조과정은 소주 고리와 냉각기를 솥 위에 얹은 뒤 불을 지펴 만드는데 처음에는 70~80도의 소주가 흘러나오다 점점 도수가 낮아지고 45도가 됐을 때 증류를 멈추면 맛과 향이 뛰어난 안동소주가 된다. 민간에서는 안동 소주를 상처, 배앓이, 식욕부진, 소화불량 등의 구급방으로도 활용한다.

헛제삿밥은 제사를 지내지 않고 상에 올리는 가짜 제삿밥으로 나물, 밥, 산적, 생선포, 탕국이 한상 차려지는데 그 맛이 담백하고 깔끔하며 짜거나 맵지 않아 신세대나 외국인에게도 인기가 높다.

안동시청 관광산업과 : 054) 840-6390

청류 품은 ‘포천(抱川)’에서 술과 함께 노닐다

경기도 포천으로 가는 길은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산뿐이다. 산이 좋으니 물 맑은 것은 당연지사.

예부터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물이라 했다. 성분의 대부분이 물로 이루어진 술이야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 물맛을 찾아 포천에 자리한 두 곳의 술 명가가 있다. 화현면 화현리 운악산(해발936m) 아래 자리한 배상면주가와 이동면 도평리 백운산(해발904m) 아래 자리한 이동막걸리이다.

배상면주가 전통 술박물관 산사원은 주조도구를 전시한 전시장과 시음장·가양주빚기체험장 등을 갖추고 있는 정갈한 술 문화 체험공간이다. 그에 반해 이동막걸리 양조장은 직접 들어가 술 빚는 과정을 볼 수 없지만 인근의 직판매장에서 도토리묵, 손두부 등과 함께 효모가 살아있는 생막걸리 맛을 누려볼 수 있는 서민적인 공간이라 할 수 있다.포천시청 관광진흥팀: 031)538-2067~9 <사진설명:산사원 전통술박물관 안에 전시된 누룩 밟는 인형(사진 한은희)>


달콤한 ‘소곡주’에 취하고

충남 서천군 한산면에서 생산되는 전통곡주 소곡주는 백제 멸망 후 유민들이 나라 잃은 한을 달래기 위해 하얀 소복을 입고 술을 빚었다는 데서 주명(酒名)이 유래됐다. 맛과 향이 뛰어나 한 번 맛을 보면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모른다고 해서 ‘앉은뱅이술’이라고도 불린다.

백제의 1500년 전통이 깃든 한산 소곡주는 잡곡 냄새가 전혀 없는 최고급 찹쌀과 누룩을 주원료로 100일 동안 저온에서 발효해 빚어낸다. 국내 전통주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술로서 유구한 세월만큼이나 그 맛도 널리 정평이 나있다.

소곡주는 연한 미색이 나고 단맛이 돌면서 끈적거림이 있고 향취는 들국화에서 비롯된 그윽하고 독특한 향이 난다. 소곡주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첫 번째가 물이요, 두 번째가 누룩, 세 번째가 술 익는 온도라고 했다. 소곡주에는 찹쌀과 누룩, 향을 위한 약간의 국화잎과 부정을 타지 말라는 의미로 홍고추 서너 개가 들어가는 것이 전부다. 또한 소곡주는 술맛 뿐만 아니라 청혈 해독의 약리작용이 있으며, 말초혈관을 확장하고 혈관운동 중추를 억제하는 혈압강화작용이 있어서 고혈압 예방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곡주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해오다가 1979년 7월 충남 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받았고 1990년 소곡주 제조면허를 취득해 본격적으로 대량생산을 시작했다. 현재 기능보유자 우희열 여사와 아들 나장연 대표가 한산 소곡주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서천군청 문화관광과 : 041)950-4224

세월이 빚은 깊은 맛, 완주 ‘송화백일주’

송화백일주는 수도승들이 고산병 예방을 목적으로 즐겨 마셨다는 곡차(穀茶)에서 유례를 찾을 수 있다. 송화백일주는 송홧가루, 솔잎, 산수유, 구기자, 오미자, 찹쌀, 백미, 보리 등 다양한 재료로 빚은 밑술을 증류해 얻는 증류식 소주. 송홧가루의 황금빛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송화백일주는 38도라는 도수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목 넘김이 부드럽고 소주지만 청주 같은 묵직함도 느껴진다. 은은한 솔향과 달짝지근한 뒷맛도 무척이나 매혹적이다. 뭔가 대단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그 깊은 맛의 비법은 따

로 있지 않다. 벽암스님의 말처럼 좋은 물과 좋은 재료를 이용해 정성껏 빚는 게 최선의 비법이다. 사실 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기까지이기도 하다. 그 다음은 ‘기다림’이다. 세월을 거스르지 않는 기다림. 술 한 병을 빚는 데 꼬박 100일이 걸리고, 제 맛을 완성하기 위해 3년을 더 참아내야 하는 기다림 말이다.

완주군청 문화관광과 : 063)240-4257

<사진설명 : 송홧가루 빛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송화백일주(사진 정철훈)>


추억을 안주 삼는 제주 ‘오메기술 ’

제주에서 흔히 좁쌀막걸리라 불리는 오메기술을 제대로 즐기려면 성읍민속마을에 가야한다. 무속신앙이 성행하던 옛 제주도에서 사시사철 당신(堂神)에게 제사를 드리며 따르던 술이 바로 오메기술과 이를 맑게 증류시킨 고소리술이었다. 세계의 명주(名酒)로 거듭날 한국의 대표적인 민속주로, 제주를 여행한다면 꼭 한번 맛봐야 할 먹거리다.

성읍민속마을을 관람하는 최적의 방법은 관리사무소를 방문, 전문 문화관광해설사의 동행을 요청하는 것이 좋은데, 30분이든 하루종일이든 원하는 시간만큼 가능하다.

성읍민속마을보존회 : 064)787-1179


신비의 선약 지초로 빚은 ‘진도홍주’

전라남도 진도는 진도아리랑, 강강술래, 씻김굿, 다시래기가 온전히 살아있는 ‘전통민속의 보고(寶庫)’다. 진도에는 ‘3보(寶) 3락(樂)’이 있다. 진돗개, 구기자, 진도미역이 세 가지 보물이고, 민요와 서화(書畵), 홍주(紅酒)가 세 가지 즐거움이다.

3락 중 하나인 진도홍주는 고려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 민속주로서 알코올 도수가 40도로 화한 맛과 향이 은은하면서도 독특하고, 맛이 부드러워 미색향(美色香)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쌀과 보리, 선약 지초를 넣어 만드는데 미, 향, 색을 고루 갖춘 고품격 명주로 대접받고 있다.

향이 좋고 뒤끝이 깨끗해 많은 애호가들이 찾으며,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시음 방법을 개발하여 기호에 따라 마실 수 있다. 2004년 청와대 기념주로 선정된 바 있는 진도홍주는 2007년 북한 평양에서 개최된 남북 정상회담 만찬상에 오르기도 했다.

지초 추출물은 예부터 항균작용이 우수하고 알코올 해독과 정장 작용을 하며, 복통 등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졌다. 전남도 지정 문화재 제26호 전통주류로도 지정돼 있다.

한편, 진도 신비의 바닷길은 진도군 고군면 회동리와 의신면 모도리 사이의 바다가 조수 간만의 차로 갈라지면서 그 가운데로 길이 2.8㎞, 폭 40여m의 사구(모래 언덕)가 생겨나는 신비로운 현상으로, 국가지정 명승지 제9호로 지정돼 있다. 진도군청 문화관광과 : 061)540-3131


(참 좋은 관광정보 투어코리아 2010년 04월호, Tou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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