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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 ‘섬’이야기!③대마도(大馬島)의 멍굴이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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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 ‘섬’이야기!③대마도(大馬島)의 멍굴이 부부
  • 글·사진 최홍길 서울 선정고 교사(수필가)
  • 승인 2022.01.04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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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어디까지 알고 있니
대마도 멸치말리기
대마도 멸치말리기

면적 2.8㎢, 해안선 길이 14.5㎞의 대마도는 하조도와 서거차도의 중간에 위치한다. 섬이 ‘큰 말’ 모양이라 대마도라 불리게 됐다고 한다. 게다가 조선시대엔 말 목장이 있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 섬은 하늘에서 보면 눈에 띌 만큼 희한하게 생겼다. 좌우로 움푹 들어가 특이한 문양처럼 보인다.

대마도에는 감동적인 ‘멍굴이 부부’ 이야기가 전해진다. 1976년 대마도의 남동쪽 작은 오두막집에 ‘멍굴이 부부’가 살고 있었다. 이 부부는 대마도의 큰 마을과 작은 마을에서 각각 태어나고 자랐는데, 말을 못하는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어릴 적부터 따돌림을 당했다는 것이다. 비슷한 처지에 있던 두 남녀는 결혼하여 섬의 외딴 곳에 집을 짓고 살았다. 태어난 아들은 육지의 학교로 유학을 보냈다고 한다.

대마도
대마도

이들의 삶이 재미있었던 것은, 이 부부가 수화를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의사소통을 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돌멩이가 동쪽으로 향해 있으면 동쪽에 있는 밭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이고, 바다 쪽인 남쪽에 놓아두면 배를 타고 고기를 잡으러 나간 것이며, 원 밖으로 나가 있으면 멀리 큰 동네를 갔다는 의미를 공유함으로써 서로의 행선지를 알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약속된 신호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니 부부 사이가 얼마나 좋았을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멍굴이 부부가 대마도에 살던 당시, 대부분의 낙도 선착장은 시설이 열악하여 큰 어선이나 여객선이 접안하기가 어려웠다. 따라서 배와 선착장을 연결하는 작은 배인 종선이 마중을 나가 승객과 짐을 받아 실어 나르고는 했다. 큰 배에서 종선으로 승객과 짐을 이동시키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승객이나 짐이 많을 때에는 금방 가라앉을 듯 아슬아슬한 운항을 해야 했다.

종선은 동네에서 운영하는 배인데 매년 정월 보름에 마을의 젊은이로 선발하였다. 종선 운영자는 다른 일보다 종선 업무를 최우선 순위로 두어야 했기에, 마을에서는 적절한 생활비를 지불했다고 한다. 게다가 마을 주민이 바다에 일을 나갔다가 악천후로 인해 조난을 당했을 때, 구조대장이 되어 앞장서서 구조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영자가 되는 일을 거부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일을 멍굴이 부부가 맡아 하니, 어느덧 말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멸시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대마도
대마도

대마도로 가는 손님이 기다리고 있다는 신호는 상조도의 산에서 봉화연기를 올림으로써 이루어졌다. 종선 운행자는 이 신호를 기반으로 손님을 데리러 가야 했다. 신호와 기호는 커뮤니케이션 수단 중 말과 언어, 문자에 앞서 기반이 되는 인류의 행위였으므로 말을 할 수 없는 멍굴이 부부에게는 가장 익숙한 커뮤니케이션 체계였던 셈이다. 이들 부부가 섬 생활을 행복하게 꾸려나갈 수 있는 삶의 방법이자 사회의 일원으로 일하는 방법이 신호체계였다는 점이 흥미롭다.

한편, 대마도는 다른 섬보다 큰 편이고, 미역 생장을 위한 환경이 좋아서 품질이 좋기로 널리 알려졌다. 특히,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자연산 미역채취로 분주한 계절이라 장마철이 되면 주민들은 하늘을 쳐다보며 울상을 짓는다. 피땀 흘려 생산한 자연산 미역은 20개 한 뭇 가격이 해마다 달라진다.

한겨울 바위에서 사나운 파도에 시달리면서 자라는 자연산 미역은 고가여서 일반 서민들은 사먹기가 어렵다. 이곳 주민들이 섬을 떠나고 싶어도 쉽게 그러지 못하는 것은 자연산 톳과 미역에 대한 자부심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참고도서 이재언/한국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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