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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 全州가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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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 全州가 깊어진다
  • 글·사진 김응구 기자
  • 승인 2020.09.15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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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야경
전주 야경

15년 전, 처음 가본 전주(全州). 1980년대와 2000년대가 공존하는 모습이 예스러우면서도 촌스럽지 않고, 조용한 듯 복잡하고, 산만한 듯 질서가 있었다. 그래서 기억에 오래 담아두었던 곳이다.

얼마 전 다녀온 전주한옥마을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처음 갔을 때보다 더 깨끗해지고 먹거리도 많아졌는데 이상하게 불만스러웠다. 거리는 느리지 않고 바쁘고, 웃지 않고 무표정이었다. 도통 모를 일이다.

그래도 전주는 전주다. 늘 가던 콩나물국밥집에 가고 늘 좋아하는 술도 마셨다. ‘가맥’에서 황태구이도 찢고 풍년제과 초코파이도 세 개나 사오고. 전주행(行) 마지막 코스인 삼천동 막걸리골목을 기웃거리며 한적한 곳에 들어가 배불리 먹었다. 변하고 또 변해도 이런 행복들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래도 저래도 전주의 가을은 한없이 깊어져만 간다.

 

맛있는 ‘전주’

전주는 맛있는 도시다. 콩나물국밥, 비빔밥, 한정식, 막걸리, 모주(母酒), 백반…. 모두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생각만 해도 칼칼하고 입맛이 돈다.

* 콩나물국밥을 즐기는 두 가지 방식

전주 콩나물국밥은 두 가지 방식이 유명하다. 뚝배기에 밥과 콩나물을 넣고 갖은 양념을 곁들여 펄펄 끓여내는 전통방식의 ‘전주콩나물국밥’과, 밥을 뜨거운 육수에 말아서 내는 일명 ‘남부시장식 국밥’이 그것이다. 모두 음주 후 다음날 속풀이용 해장국으로 그만이다.

보통 콩나물국밥에는 모주를 곁들인다. 이 역시 ‘해장술’이다. 그러나 술병(病)을 술로 다스리는 게 아니라 약(藥)으로 다스리는 쪽에 가깝다. 알코올도수라고 해봐야 1.5%를 넘지 않는다. 각종 한약재가 들어가 있어 마시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모주 한 잔을 조금씩 다 들이켠 후 바로 콩나물국밥을 먹을 때의 그 맛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 영양 만점 ‘전주비빔밥’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전주비빔밥은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한국음식이다. ‘전주의 10미(味)’ 중 하나인 콩나물로 지은 밥에 지단, 은행, 잣, 밤, 호두 등과 계절 채소 등 30여 가지를 넣어 비벼 먹는데, 사람의 눈·코·입은 물론 귀까지 즐겁게 한다.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영양식품이면서 건강식품이다.

전주 한옥마을
전주 한옥마을

* 전주 토박이들 즐겨 찾는 백반

전주백반은 전주 토박이들이 즐겨 먹는 전통음식이다. 소박한 한정식으로 보면 별 무리가 없다. 전주백반은 반찬 가짓수가 많기로 유명하다. 샐러리맨들이 많은 지역에 유명 백반집이 몰려있다. 옛 전북도청과 전주시청 부근, 덕진공원 앞쪽에 괜찮은 백반집이 많다.

전주대 송화섭 교수는 “전주음식의 정통성은 전주백반에서 찾을 수 있다”며 “전주음식을 읍성 안팎으로 구분 지었을 때, 콩나물국밥은 성 밖의 음식이고 백반은 처음부터 있었던 성 안의 음식이다”라고 설명했다.

* 전주막걸리 골목 산책

전주막걸리도 빼놓을 수 없는 기쁨이다. 전주에 가면 ‘막걸리골목’은 꼭 가봐야 한다. 평화동, 삼천동, 서신동, 효자동, 경원동, 인후동 등 어림잡아 여섯 군데 정도 되는데, 이중 아무 곳이나 가도 푸짐한 상차림은 변함없다.

전주 막걸리골목
푸짐한 한상 전주 막걸리

대체로 막걸리 한 주전자에 15~20가지 정도의 안주가 ‘한 상 차림’으로 나온다. 막걸리 한 주전자를 더 하고 싶으면 한 상 차림을 또 시키면 된다. 가격은 조금 내려가고 안주는 모두 새 것으로 다시 나온다. 보통 둘이서 한 상 차림이면 족하다. 막걸리골목 구석구석 잘 찾아보면 ‘송명섭막걸리’만 파는 집이라든지, ‘홍탁’을 먹을 수 있는 집 등 재밌는 곳이 많다.

전주 막걸리골목 지도
전주 막걸리골목 지도

* 전주의 서민 술문화 ‘가맥’

전주의 유명한 술 문화 중 하나가 ‘가맥’이다. 가맥은 ‘가게 맥주’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낮에는 동네슈퍼지만 밤에는 술을 마시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1980년대 초 전주 경원동 일대의 작은 가게들이 탁자와 의자 몇 개를 놓고 맥주를 팔면서 시작됐다. 현재 30여곳이 성업 중이다. 안주로는 황태구이, 갑오징어구이, 계란말이 등 다양하다. 재밌는 건 가게들마다 소스 맛이 달라 어딜 가서든 그곳만의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전주 가맥
전주 가맥

해마다 열리는 ‘전주 가맥축제’에는 1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아갈 정도로 인기다.

여러 매체에 소개되면서 꽤 유명해진 전일슈퍼는 어스름 저녁만 되면 손님들로 꽉 찬다. 안주는 대부분 황태구이를 시킨다. 밖에선 아예 굽는 자리를 따로 마련해놓고 주문 때마다 구워내기 바쁘다. 마리째 쭉쭉 찢어 일명 ‘마약 소스’로 불리는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세상 처음 경험하는 맛에 즐거움이 가시질 않는다. ‘갑오징어’ 인기도 만만찮다. 갑오징어는 오징어보다 질겨서 망치로 두드려 살을 부드럽게 한 다음 내온다. 이 역시 가게마다 양념장이 다르다.

슈퍼에서 맛보는 전주식 가맥
슈퍼에서 맛보는 전주식 가맥
전주 한옥마을​
전주 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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