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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를 맛 봤으니 죽어도 좋다! 짧지만 배부른 나폴리 먹방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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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를 맛 봤으니 죽어도 좋다! 짧지만 배부른 나폴리 먹방 여행
  • 글·사진 여행도슨트 박지훈
  • 승인 2019.12.11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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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의 풍광이나 명소에 관해서는
수없이 서술되고 찬양되고 했기 때문에
여기에는 한마디도 쓰지 않는다.
이 곳 사람들은 말한다.
‘나폴리를 보고 나서 죽어라.
-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중에서 -

소르빌로
소르빌로

괴테가 인정한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봐야만 하는 곳 ‘이탈리아 나폴리(Napoli)’. 그래서일까. 이탈리아에 온지 2주가 되던 날, 베네치아에서 시작해 남쪽으로 내려오며 먹고 먹고 또 먹었던 음식여행의 마지막 도시는 고민 없이 ‘나폴리’로 정했다.

누구는 나폴리의 혼잡한 거리와 소음을 떠올리며 ‘나폴리를 보다간 죽는다’고 괴테의 말을 비꼬아 말하지만, 유구한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아름다운 건축물과 진한 생활의 향기가 뒤섞인 스파카 나폴리를 걷다 탁 트인 바다를 만나는 그 순간 ‘나폴리를 봤으니 죽어도 좋다’라 말하게 될 것이다.

나폴리 전경
나폴리 전경

내가 나폴리로 가는 이유! 
몇 번을 가도 새로운 매력 가득 ‘나폴리’

일찌감치(BC470년 경) 그리스가 이탈리아 반도 남부의 비옥한 땅에 식민도시 ‘네아폴리스(napoli)’를 건설하고, 커다란 항구를 지어 무역을 했던 곳. 도시 이름 자체도 ‘신(新, nea) 도시(polis)’라는 뜻이다.

고대의 신도시는 이제 유구한 역사를 지닌 역사도시가 됐다. 지금 나폴리는 이탈리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자, 오랜 역사를 거쳐 만들어진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 아직도 활동 중인 베수비오 화산과 아름다운 나폴리만,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들 덕분에 몇 번을 가도 새로운 매력을 선사해주는 여행지로 사랑받고 있다.

내가 이 곳에 다시 가는 이유는 단 하나. 나폴리의 피자와 커피, 달달한 돌체(dolce)들을 맛보기 위해서다. 로마에서 고속 기차로 한 시간. 부지런히 걷는다면 한 나절 만에도 나폴리의 맛과 멋에 푹 빠지기에 충분하다.

지노 소르빌로 앞
지노 소르빌로 앞

단돈 몇 천원으로 맛보는 ‘진짜 나폴리 피자’
‘피쩨리아 소르빌로’ & ‘디 마테오’ 

이탈리아에 온지 2주가 되던 날. 지난 밤 늦게까지 로마의 야경을 구경한 터라 아침 식사는 거르고 점심은 나폴리에서 먹을 계획이다. 나폴리 중앙역에 도착하자마자 택시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구시가지에 있는 피쩨리아 소르빌로. 서로 최고라 외치는 나폴리의 수많은 피쩨리아 중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나폴리 최고의 피자가 세계 최고의 피자이기에, 전 세계에서 온 수많은 여행자들은 언제까지고 기다릴 각오가 되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소르빌로 피자
피쩨리아 소르빌로

토마토소스를 바르고 물소 젖으로 만든 모짜렐라(mozzarella di bufala) 치즈를 얹고 화덕에서 구워낸 후 바질을 올려내는 ‘마르게리타 부팔라(margherita bufala)’와 바질 페스토에 방울 토마토와 치즈를 얹어 구운 ‘논나 카롤리나(nonna carolina)’를 주문했다. 테이블에 앉기 위해서는 한참을 기다려야 하지만 포장해서 갈 경우에는 10분이면 충분하기에 ‘Da portare via!(포장해 주세요)’를 외쳤다. 

피쩨리아 소르빌로

두근대는 마음으로 상자를 받아 들고 나와 선채로 피자를 한 입 베어 문다. 모짜렐라 사이사이로 흐르는 신선한 올리브유의 향과 베수비오의 화산재를 먹고 빨갛게 여문 달착지근한 토마토의 맛. 씹을수록 쫀득하게 달라붙는 도우의 식감까지 느껴지니 나폴리에 온 게 실감이 난다. 한국 돈 몇 천원으로 ‘진짜 나폴리 피자’를 맛볼 수 있다니. 

소르빌로에서 200m만 더 걸어가면 또 다른 피쩨리아가 나온다. 1936년부터 영업하고 있는 ‘디마테오’에서는 1.5유로짜리 작은 피자 튀김을 시켰다. 종이에 싸인 따끈한 피자튀김의 고소하 고 짭짤한 맛에 콜라가 더해지니 바다까지 걸어갈 힘이 생긴다.

피쩨리아 디마테오
피쩨리아 디마테오
피쩨리아 디마테오
피쩨리아 디마테오

◎ 피자 맛집 찾아가기
* 지노 에 토토 소르빌로(gino e toto sorbillo) : Via dei Tribunali, 32, Napoli
* 피쩨리아 디 마테오(pizzeria di matteo) : via dei tribunal, 94, Napoli


나폴리 서민의 삶 엿보는 유서 깊은 마을 ‘스파카나폴리’

스파카나폴리

나폴리의 오랜 전통과 서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스파카나폴리(spaccanapoli)는 나폴리가 네아폴리스이던 시절부터 서민의 주거지역이었던 곳이다. 현지인과 여행자가 뒤섞인 좁은 길 위로 빨래들이 춤을 추고, 긴 세월을 머금은 작은 상점들에서는 남부의 활기가 느껴진다. 

노점마다 팔고 있는 하얀 가면을 쓴 남자는 나폴리 전통 가면극에 등장하는 어릿광대 ‘풀치넬라(pulcinella)’이고, 빨간 고추모양의 기념품은 ‘코르니첼로(cornicello)’ 혹은 ‘코르네토(cornetto)’라 불리는 작은 뿔로, 빨간 산호로 만들어진 게 진짜다.

스파카나폴리-풀치넬라

본인이 직접 사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행운을 기원하며 선물하는 것이 전통인데, 줄 때는 뿔의 끝으로 손바닥을 찌르며 ‘이 뿔은 이제 새 주인을 만났습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이탈리아는 북부에 비해 남부지역의 물가가 훨씬 싼 만큼 기념품도 단 돈 1유로의 부담 없는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스파카나폴리

골목 누비며 맛보는 전통 디저트 꿀맛
바바 & 스폴리아텔라

골목을 따라 늘어선 나폴리의 빵집과 카페에서는 전통 디저트인 바바와 스폴리아텔라를 맛볼 수 있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알리바바’에서 유래되었다는 버섯모양의 ‘바바(baba)’는 럼을 넣은 설탕 시럽에 빵을 절인 것이다. 바바는 엄지 손가락만한 것에서 주먹만한 것까지 다양한 크기로 만드는데, 시럽을 만드는 동안 알코올은 날아가지만 럼의 깊고 진한 향이 남아 빵에 촉촉이 스며들어 평생 잊을 수 없는 강렬한 맛을 남긴다. 

바바
바바

또 다른 하나는 ‘작고 얇은 잎사귀들’이란 뜻의 스폴리아텔라(sfogliatella).

그 이름처럼 나뭇잎들 속을 치즈로 채운 조개껍데기 모양의 과자다. 17세기 초반 나폴리에서 멀지 않은 살레르노 지역의 산타 로사 수도원의 한 수녀가 개발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나폴리의 유명 제빵사가 레시피를 되살리면서 나폴리의 전통 디저트가 되었다. 한입 베어 물면 와사삭 부서지는 바삭하고 달콤한 잎사귀들 사이로 촉촉한 리코타 치즈가 흘러나오는 즐거운 맛.

스폴리아텔라는 가난하고 지저분한 위험한 도시라는 평판 속에 정겨운 골목과 따스한 햇살, 맛있는 음식들을 숨기고 있는 나폴리를 닮았다.

스폴리아텔라(sfogliatella)
스폴리아텔라(sfogliatella)

나폴리 음식여행 화룡점정 ‘그란 카페 감브리누스’
묵직한 커피 맛이 전하는 진한 잔향 

투명한 천장에서 빛이 쏟아지는 움베르토 1세 갤러리를 지나 우리의 음식 여행의 화룡점정이 될 ‘그란 카페 감브리누스’로 향했다.

1860년 이 자리에서 문을 연 이래로 160년 동안 나폴리의 자랑이 된 감브리누스. 나폴리 왕국이 있었을 무렵엔 바로 옆에 위치한 왕궁에 디저트를 공급하기도 했었고 오랜 시간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드나들던 사교의 장이었다. 

그란 카페 감브리누스
그란 카페 감브리누스

‘아름다운 세계 시민의 거실’이라 칭송받아 온 카페 감브리누스에서는 이탈리아 다른 지역의 커피보다 더 오랜 시간 로스팅 해 다크하고 묵직한 정통 나폴리 커피의 맛을 경험할 수 있다.

바리스타들의 분주한 움직임 사이로 작년까지 무려 1,200만 잔의 커피를 내려 이탈리아의 수많은 매체를 장식한 바리스타 죠반니 푸모(Giovanni Fummo)가 수동 에스프레소 머신의 레버를 내리며 이 순간에도 본인의 기록을 갱신하고 있었다.

이 곳에서 꼭 맛봐야 할 커피는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넣고 휘저어 만든 커피 크림을 넣고 카카오가루를 잔뜩 뿌려주는 ‘스트라파짜토(Caffe strapazzato)’. 백발의 커피 장인이 내려준 커피 한 잔에는 쓰고 달고 부드러운 나폴리의 맛이 한꺼번에 담겨있어 잔을 내려놓는 순간 그 맛이 그리워 한 잔을 더 주문할 수밖에 없다. 

갈레리아
갈레리아

◎찾아가기 : 그란 카페 감브리누스 (Gran caffe Gambrinus) Via Chiaia, 1/2, Napoli

좀처럼 발걸음 떼기 힘든 해질녘 오렌지 빛 향연 

입안 가득한 커피향에 취해 단정하게 지어진 플레비시토 광장과 왕궁 사이 길로 걸어간다.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강렬한 햇살과 시원한 나무 그늘이 번갈아 이어지다 폭발로 꼭대기가 사라진 베수비오 화산과 나폴리 만의 푸른 물결이 보이기 시작하니 발걸음이 빨라진다. 

카스텔 델오보(달걀성) 

마지막 힘을 내어 섬처럼 두둥실 떠있는 카스텔 델오보(달걀성 castel dell’Ovo)에 올라서서 끝없이 펼쳐진 ‘티레니아 해’를 굽어보니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산타루치아 항에 세계 3대 미항이라는 수식어가 괜히 붙은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저무는 해에 성이 오렌지 빛으로 물들어 가는 모습을 보느라 시내로 돌아오는데 한참이 걸렸다. 

카스텔 델오보(달걀성) 
달걀성 앞
달걀성 앞

◎ 찾아가기 : 카스텔 델오보(달걀성) Via Eldorado, 3, 80132 Napoli

절로 충만해 지는 나폴리 여행

“오늘도 정신없이 아름다운 경치를 보는데 시간을 보냈다. 
어떤 말도, 어떤 그림도 이 경치의 아름다움에는 당하지 못한다.
나폴리에 오면 사람들이 들뜬다고 하더니 헛말이 아닌 것 같다.”
-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중에서 -

나폴리의 축복받은 음식들로 배를 가득 채우고 푸른 바다와 하늘에 마음까지 충만해진 짧았던 여행을 마치고 다시 나폴리 중앙역에 도착했다. 언제나처럼 한참이나 지연된 로마행 기차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니 나폴리의 자랑 ‘킴보(나폴리의 커피 브랜드)’의 간판이 어둠속에 반짝인다.

커피를 한 잔 더 마시고 올 걸 그랬나 하는 아쉬움이들었으나 카페 감브리누스에서 두 잔이나 마시고 왔으니 이쯤에서 만족하는 걸로. 다양한 피자와 돌체 그리고 커피까지. 짧은 시간 동안 참 잘 먹고 마셨다.

괴테가 나폴리를 보고 죽으라고 했던가? 나는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게 말하고 싶다. 나폴리를 맛보지 않고 죽어서는 안된다고.

.나폴리-산타루치아
나폴리-산타루치아

 

여행도슨트 박지훈은 여행을 만들고 예술을 말한다. 1년여의 세계여행을 마치고 이탈리아 로마에서 가이드로 활동했다. 한국에 돌아와 이탈리아 여행을 기획하고 동행하는 여행 메이트이자 인문학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는 ‘이탈리아가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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