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걸 보니, 여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7~80년대 외진 시골의 초 여름밤은 낭만주의와 만날 수 있었다. 모깃불 연기가 자욱한 마당에 덕석을 깔고 드러누워 구름 사이로 지나는 둥근달을 감상하거나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을 세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이제 방송프로그램이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추억으로, 현실에선 마주하기 쉽지 않다. 별 헤는 밤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미세먼지가 심해지고, 특히 도시의 밤은 네온사인에 막혀 별빛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밤하늘 쏟아지는 별을 보려면 발품을 팔아 도시를 떠나 공해 없는 청정자연으로 가야 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그러한 지역으로 전북 무주군을 빼놓을 수 없다. 무주군은 청정지역에서만 서식한다는 ‘반딧불이의 고장’으로, 매년 9월에는 반딧불 축제(올해는 8월 31~9월 8일)를 개최, 수십만의 관광객을 불러모은다.
이보다 앞서 6월에는 캠핑을 하듯 신록으로 물든 자연 속에서 밤하늘 별빛에 기대어 영화를 감상하는 ‘무주 산골영화제’가 열린다. 올해는 오는 5일부터 9일까지 닷새간의 여정에 돌입한다.
무주산골영화제는 도시에서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색다른 낭만과 재미를 선사한다.
우선 영화 관람 장소가 아주 멋지다.
무주산골영화제(이하 산골영화제)의 상영영화 대부분은 사방이 꽉 막힌 성냥갑 건물을 벗어나 무주등나무운동장, 향로산자연휴양림, 국립공원 덕유산 대집회장 등 자연환경을 상영관으로 삼았다. 향긋한 풀 내음이 진동하고, 밤하늘엔 별이 수놓은 것처럼 촘촘히 박혀 빛나고 있는 곳이다. 관객들은 초여름 밤 캠핑하는 기분을 느끼며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올해 산골영화제는 ‘영화야! 소풍 갈래?’를 주제로 25개국 101편(장편 86편, 단편 15편)을 상영한다.
한국영화 40편, 해외영화 61편이며 장르별로는 극영화 72편, 다큐멘터리 13편, 애니메이션 16편이 관객과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올해 산골영화제는 관객층 확대를 위해 애니메이션을 관람하고 인형극 등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어린이 전용관 ‘키즈 스테이지’를 운영한다. 치매 초기 노인들을 위한 ‘치매 친화’ 영화도 선보이고, 다문화 관객을 위해 베트남, 중국, 태국 영화도 상영한다.
개막 상영작은 신상옥·정건조 감독의 ‘불가사리’로 결정됐다. 이 영화는 신 감독이 1985년 북한에서 제작하다 탈출하면서 미완으로 남아 있었던 것을 북한 정 감독이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제는 ‘창·판·락·숲·길’ 5개 섹션으로 나눠 관객을 만난다. ‘창’은 한국 독립영화를, ‘판’은 영화의 미학적 지평을 넓힌 국내·외 영화들을 엄선해 상영한다.
‘락’은 무주등나무운동장 야외 상영장에서 무성영화 등 고전영화를, ‘숲’은 덕유산 숲속 야외극장에서 별을 보며 관람할 수 있다. ‘길’은 향로산 자연휴양림에서 ‘마을로 가는 영화관’을 선보인다.
영화제 기간(6~8일)에 특별 체험프로그램으로 ‘반딧불이 탐사 여행’을 즐기고 별자리를 찾는 ‘별밤·산골소풍’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올해 한국영화를 이끌어갈 차세대 배우 한 명을 선정, 집중 조명하는 ‘넥스트 액터’로는 영화 ‘동주’(독립운동가 송몽규 역)에 출연했던 박정민씨가 뽑혔다.
이번 영화제에선 박 씨의 추천 영화 6편이 상영되고 관객과의 대화, 스페셜 책자 등이 마련된다.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할 이벤트도 풍성하게 펼쳐진다.
5일 오후 7시 가수 양희은의 개막식 축하 공연을 시작으로 권정열, 소란, 옥상달빛, 김필과 빌리어코스티, 은종 등 여러 뮤지션들의 공연이 줄 잇는다.
무주등나무운동장에서는 이천희·이세희 형제가 만든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하이브로우 HIBROW’와 함께 관객들을 위한 특별한 공간이 마련된다.
‘하이브로우 존’ 낭만스테이지는 이벤트 무대 및 관객 쉼터, 하이브로우 팝업 스토어, F&B 숍, 산골책방 등 관객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독특한 공간으로 구성돼 즐거움을 전해줄 것이다. 이천희, 이세희 형제는 영화제 기간 무주를 방문해 스페셜 토크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산골책방은 올해 소형 출판사나 개인에 의해 제작된 독립출판물과 아트북을 주로 판매하고 있는 1세대 독립출판물전문서점인 ‘유어마인드 YOUR-MIND’와 함께 한다.
영화제 관객과의 대화(GV) 및 산골토크(T) 프로그램도 마련돼 양익준 감독과 배우 이주영, 영화평론가 정성일씨 등이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외에도 배우 특집 프로그램 ‘넥스트 액터’의 주인공 배우 박정민과의 토크를 비롯해 김영만 아저씨의 앙코르 색종이 접기,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작가 배순탁과 영화 ‘화차’, ‘낮은 목소리’의 감독 변영주가 함께 하는 뮤직&무비 토크가 관객들을 만난다.
산골공방은 한국임업진흥원이 추천한 사회적기업들과 무주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촌락마켓’이 체험 공간을 마련해 가족 관객들이 현장에서 자연과 더 가까이하며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
쳇바퀴 도는 것처럼 반복되는 일상에 무엇인가 특별한 변화를 주고 싶다면, 자 함께 떠나자 무주산골영화제로! 신록 우거진 청정자연에서 감상하는 예술은 여러분의 영혼을 살찌워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