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채은 더 큰 세상에서 행복 찾고 파 세계여행

“세상과 마주하고 나니 웃을 일이 훨씬 많아졌죠!” 정리 조성란 기자l승인2019.05.24l수정2019.05.2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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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등바등 버티며 연명하는 삶 No!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여행은 세계 각국에서 사귄 친구 덕이라는 배채은(25세). 그녀는 6년째 외국과 한국을 오가며 여행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혼밥, 혼여(혼자여행)시대, 그래도 갓 스물 안팎의 어린 여자 혼자 여행은 위험하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 것이 사실. 그런데도 배채은씨가 여행을 떠나게 된 건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그저 아등바등 버티며 연명하는 삶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도 다 그렇게 살아’라는 말을 납득할 수 없었고 ‘꽉 막힌 도로’ 위에 있는 듯 갑갑했다. 게다가 20년 뒤를 떠올려도 별반 달라질 것 같지 않았다.

‘아는 것 만큼 보인다’고. 자신이 아는 그 작은 세상에서보다는 더 큰 세상에서 행복을 찾는 게 쉬울 것 같아 세계 여행을 떠났고, 세상과 마주하면서 웃을 일이 훨씬 더 많아 졌다는 그녀의 여행 이야기를 소개한다.

▲ 벽화 그리며 활짝 웃고 있는 배채은

그의 여행 기록

*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여행자 배채은
* 여행 기간 : 2014년부터 현재까지 6년째 한국과 외국을 오가고 있는 중
* 다녀온 여행지 : 총 24개국
* 다녀온 나라 : 인도, 네팔,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필리핀, 일본, 홍콩, 캄보디아, 몰타,
                      이탈리아, 독일, 영국, 프랑스, 루마니아, 불가리아, 스페인, 벨기에, 체코, 터키, 그리스, 웨일스
* 총 여행 경비 : 측정 불가. 여행 생활비는 월 30만원 정도
* SNS 운영 채널 : 챈커라는 닉네임으로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인스타그램 @chaenker 블로그 https://chaenker.blog.me

 

# 세계여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평생을 강원도 바닷가에서 바다, 산, 모래나 잔디를 만끽하며 자라왔다. 그런데 도시로 떠나라는 주변의 압박을 받으니 견딜 수가 없었고, ‘다른 사람도 다 그렇게 살아’라는 말로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그저 아등바등 버티며 연명하는 삶이 싫었다.

게다가 경쟁이 싫었고 경쟁에서 이길 자신도 없었다. 이겨내지 못한 패배자가 되는 것은 무엇보다 싫었다. 이 악물고 이겨낼 만큼의 악바리도 내겐 없다.

그때의 나는 ‘꽉 막힌 도로’ 위에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얼마큼 달릴 수 있는 자동차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앞 차의 속력에 맞추어 끝이 보이지 않는 그 길의 끝을 향해 천천히 굴러갈 뿐이었다.

그래서 20년 뒤의 내 모습을 떠올려봤다. 그 모습이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모습이었다면 그 속에서 어떻게라도 버텨보았을 텐데, 20년 뒤의 나도 여전히 그 ‘꽉 막힌 도로’에서 똑같은 투정을 부리며 굴러가고 있었다. 그래서 나의 중심을 찾아 균형을 맞추며 살자고 결심했다.

▲ 몰타 고조섬

그러고 나니 내가 얼마큼 달릴 수 있는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쉽지만은 않았다. 내 선택의 폭은 내가 살아온 세상만큼이나 작았기 때문에. 내가 알아온 작은 세상에서 행복을 찾는 것보다는 더 큰 세상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비교적 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이후 나는 세상을 마주했다. 두려움은 없었다. 돈이라는 현실 역시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 간절함은 이 여행을 계속되게 할 것이라고, 그렇게 형편에 맞는 여행을 계획하자며 운에 맡겼다.

▲ 프랑스 파리에서

# 여행 경비는 어떻게 마련했는지

6년째 한국과 외국을 오가고 있다. 길게는 14개월, 짧게는 1~2달씩 여행을 떠나곤 한다. 돈이 떨어지면 한국에 들어와 직장을 다니며 돈을 모아 떠나기도 하며, 여행 중 팔찌를 만들거나 김치를 만들어 판매하며 부족한 여행경비를 채우기도 했다.

나는 빠르게 도시를 옮겨 다니기보단, 한 도시에 오래 머물며 느리고 게으르게 여행을 하는 편이다. 내 타고난 인복 덕분인지 모든 경제활동은 여행 중 만난 새 친구들과의 인연 덕에 해결되곤 했다.

▲ 벨기에 여행 중

가장 지출이 큰 숙박문제도 마찬가지다. 호스텔에서 만난 친구들의 나라에 놀러가게 되면 주로 그 친구들 집에 머물기도 하며, 비행기 옆자리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친해지기도 한다. 그럴 땐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친구의 집에 초대받기도 하며, 거실 한편의 소파를 제공받아 지낸다. 이렇게 친구들은 끝날 듯 끝나지 않는내 여행을 계속되게 한다.

여행 중 생활비로 월 30만 원 정도 쓴다. 유럽에선 주로 장을 보고 요리를 해먹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태국 여행에서는 벽화를 그려주는 조건으로 숙식을 제공받기도 했다. 때로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음식을 판매하거나 쿠킹클래스를 열어 수익을 얻기도 한다.

 

# 여행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이스탄불의 알리의 집이다. 알리는 초등학교 상담교사였는데, 나는 알리를 통해 고등학교 선생님인 셀마를 만나게 됐다. 셀마는 사회로 나가기 전의 학생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했고, 학교의 승낙을 받아 나는 얼떨결에 세 차례에 걸쳐 총 백 명 정도의 학생들 앞에 섰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내가 생각하는 꿈과 직업에 대해 설명했는데 아이들은 감사하게도 진심을 가득 담아 이야기를 경청해 줬다. 교장선생님은 고맙다며 학교의 교복을 선물로 주었다.

▲ 이스탄불에서 강연 후 친구들과 함께

“Thanks for today. I have had the most beautiful day since I started high school!”

내가 학교를 떠나고 아이들은 수많은 메시지 를 내게 보내왔다. 가장 행복했던 날이었다.

나는 그때부터 혼란 속에 길을 헤매는 아이들을 위해 사는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 나는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알리 집의 큰 창문으로 보이는 강과 모스크, 멋진 노을을 배경 삼아 마셨던 와인도 잊지 못한다. 와인 속에는 우리의 인생과 꿈, 그리고 행복이 녹 아들었고, 한 모금을 삼키자 우리의 마음도 뜨거워졌던 순간이기에.

▲ 터키 알리의집. 셀마와 셀마의 남편 그녀의 사촌과 알리

# 다녀온 곳 중 ‘여긴 꼭 가봐야 해’하는 추천 여행지는

루마니아의 클루지나포카에서 한 시간 정도 벗어난 곳에 자리한 ‘Turda Gorge 국립공원’을 추천하고 싶다. 국립공원 아래의 작은 마을에선 시나몬 가루가 듬뿍 뿌려진 굴뚝 빵을 파는데, 그 빵을 입에 물고 거대한 자연의 품에 안겨 있다 보면, 살짝 불어오는 바람에서 시나몬향이 느껴진다.

▲ 루마니아의 클루지나포카 Turda Gorge 국립공원

등과 팔을 간지럽히는 잔디와 달콤한 낮잠에 빠졌다가 눈을 뜰 때쯤, 눈앞엔 층층으로 나뉜 붉은 노을을 볼 수 있다. 그 곳은 아주 고요하다. 잔디나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 또는 새가 지저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눈을 감고 있으면 소나기 내리는 소리가 났다.

▲ 베트남 사파 트레킹

# 여행 증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새 가족이 생겼을 때였다. 내 친구 수헬라를 만나기 위해 독일 함부르크로 날아갔고, 열흘 정도 수헬라의 집에서 지냈었다. 수헬라가 아침 일찍 출근을 하고나면 그녀의 부모님과 나, 셋이 아침식사를 하는 걸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녀의 부모님은 나를 막내딸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그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는 순간이 나는 가장 행복했었다.

▲ 독일 함부르크의 내가족들과 함께

# 여행 중 가장 당황스러웠던 순간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면

그리스에는 설국열차 꼬리칸과 같은 호스텔이 있다. 작은 공간에 열 개 정도의 이층 침대가 있다. 그 방에서 스무 명에 사람들이 잔다는 뜻이다.

들어가는 순간 발 냄새가 진동을 하며 바닥엔 쓰레기같이 너덜거리는 배낭들이 즐비해있다. 이불은 문 앞의 비닐포대에서 하나씩 꺼내 가지고 들어가면 된다. 호스텔 앞 사람들의 고함 때문인지 고무 귀마개를 하나씩 나누어준다. 침대 위에 올려뒀는데, 밥을 먹고 오니 그마저도 누가 가져가고 없다.

▲ 가장 당황스러웠던 순간의 수건 한 장 정도 깔리는 크기의 샤워실

샤워실은 수건 한 장 깔 정도의 공간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안에서 옷을 갈아입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으니 남자고 여자고 다들 팬티 하나만 걸친 채 돌아다닌다.

더 당황스러웠던 건 다음날 아침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다가 샤워실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당당히 나오는 남자를 보았다. 그대로 나는 나머지 숙박비를 환불받고 도망쳐 나왔다.

▲ 동남아 일주중

# 여행 후 가장 큰 변화는

내 가족부터 주변사람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가 아닌, 그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모든 일들에 서운함이 줄어들었다. 그러자 마음이 편안해졌고, 웃을 일이 훨씬 많이 생겼다.

▲ 가장 친한 친구와함께 집앞 바다에서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모습

# 여행 중 주로 어떤 고민과 생각들을 했는지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나는 어떤 사람일까’였다. 내가 생각하는 옳고 그름 무엇이며, 가고자 하는 방향은 어느 쪽인지에 대해 고민했었다. ‘무엇을 하며 벌어먹고 살아야 할까’는 그 다음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여행중 현지인과 대화를 나누며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

# 앞으로의 계획은?

나는 누군가를 살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청소년들이 직업이 아닌, 올바른 가치관과 본인의 중심에 대해 먼저 고민해볼 수 있게 하는 방법에 대해 찾고 있다. 그러고 나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이 수없이 많이 보일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내가 세상을 여행하며 보았던 아름다운 것들을 동화책에 담고 싶다. 세상이 비록 온전히 아름답지만은 않았지만 그것 또한 자연과 사람을 통해 아름답게 느낄 수 있었던 나의 이야기를 동화로 담고자 한다.

▲ 인도 홀리(Holi) 축제 친구들과 함께

지금 현재는 극의 작가로서 각본을 쓰고 있다. 연극은 새로운 방식으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수단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극이 끝나고 나면, 내가 나고 자라온 강원도에 작은 호스텔을 하려고 한다.

작은 밭 채소들을 가꾸기도 하며, 내가 가꾼 농작물로 요리를 해 게스트에게 대접하고 싶다.

# 배채은에게 “여행은 000이다” 짧게 정의한다면

여행은 네가 보지 못한 대자연을 만끽하기 위함이다. 세상의 대자연을 마주하게 된다면, 삶에 대한 자세는 달라지게 되어있다. 또 여행은 ‘용기’다. 용기란 내가 가진 두 번 째 소중한 것을 놓을 줄 아는 것, 그래서 현재의 중요한 일들을 놓고 내가 첫 번째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찾기 위해 떠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행을 가면 온통 행복한 일들만 곁에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만도 않다. 여행이 반복되다보면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의심, 그리고 혼란에 후회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자신을 성장시킬 것이다. 피하지 말고 현실에 직면하라. 그러면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몰타 나의 가장 행복한 순간

 

<사진 배채은씨가 여행 중 찍은 사진>


정리 조성란 기자  tournews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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