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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항지 여행을 하다②] 가나자와, 이색적인 풍경 속, 인생 사진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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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항지 여행을 하다②] 가나자와, 이색적인 풍경 속, 인생 사진 한 컷
  • 글·사진 김초희 기자
  • 승인 2019.05.2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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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와현의 가나자와(金澤)는 전쟁의 신 아레스와 대지의 신 가이아도 건들이지 못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전쟁은 물론 대규모 지진의 피해를 입지 않아 고색창연한 옛 거리나 주택, 문화유산 등 일본의 옛 풍취를 느낄 수 있는 여행지이다.

다만 가나자와는 해류의 영향으로 비가 많이 내리고 겨울에도 1m가 넘는 눈이 내리며 기상변화가 심한 곳이다. 오죽하면 ‘도시락은 잊어버려도 우산은 잊어버리지 마라’는 말이 나온다. 

다행히 이 날만큼은 새파란 하늘과 온화한 날씨가 시샘이 날 정도로 부러웠고 좋았다. 정말 하늘이 다했다. 영화 속 한 장면 같기도 하고, 동화 속 판타지 같기도 한 가나자와에서 느긋하게 걷고 또 걸었다.

▲ 히가시 차야가이

어딘지 매혹적인 ‘히가시 차야가이’

가나자와 제일의 강인 아사노가와 강을 따라 펼쳐진 히가시 차야가이는 옛 찻집이 늘어선 인기 관광명소이다. 찻집거리인 차야는 에도시대(1603~1867), 게이샤들의 춤과 연주를 술과 식사를 곁들이며 즐기던 일종의 유흥가였던 곳으로 가나자와에는 히가시차야, 카즈에마치, 니시차야 3곳이 남아있다.

이 중에서 도시 동쪽에 자리한 히가시차야가 가장 규모가 크고 번화한 곳이다. 교토의 기온 거리와 더불어 ‘역사적인 찻집거리’로 국가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예전 모습 그대로 고풍스러운 목조가옥이 늘어선 골목길을 유유히 걷다보면,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인 듯 여행의 즐거움이 한가득 느껴진다. 오래된 차야 건물을 이용한 일본풍 카페가 골목골목 줄지어 서 있어 산책을 하다 지치면 카페에 들어가 일본디저트와 맛차를 마시며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다.

▲ 히가시 차야가이

히가시차야 메인 도로 말고 뒤쪽에 숨어 있는 골목을 돌아다니는 재미도 상당하다. 카페 외에도 지역 기념품가게와 앤티크점, 사케를 즐길 수 있는 밥집, 이솝매장, 전통 공예 체험이 가능한 공예숍 등 다양한 즐거움이 공존한다. 특히 금박 생산지로 유명한 곳인 만큼 금박을 덮은 다양한 아이템들을 판매하는데, 금박 소프트아이스크림이 인기다.

일본의 예능‧문화‧정서를 느낄 수 있는 히가시 차야거리를 걸으며 또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상당히 많은 유럽 여행객들의 모습이다. 기모노를 입은 일본 관광객과 유럽 관광객들이 일본의 옛 거리를 함께 거니는 모습이 어쩐지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 나가마치 부케야시키

에도시대로의 시간여행, ‘나가마치 부케야시키’

에도시대로의 시간여행은 성하마을(성 아래에 있는 마을)인 ‘나가마치’에서도 즐길 수 있다. 상‧중급 무사들이 살던 곳으로, 지금도 당시 무사들의 저택(부케야시키武家屋敷)과 무사들이 칼을 차고 활보했던 거리가 남아 있다.

무사의 거리에 들어서면 토담과 돌층계가 이어지는 운치있는 풍경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격자무늬 창문(부케마도武家窓)이 특징인 오래된 가옥들과 그 옆으로 흐르는 수로가 낭만적이다.

겉으로 보기엔 고즈넉하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무사들이 살던 마을답게 치밀하게 만들어진 거리는 적의 침입 속도를 늦추기 위해 깔았다는 얇은 돌판 길과 방향각감을 마비시키기 위한 구불구불 미로 같은 정자로와 막다른 길을 만날 수 있다.

▲ 무사저택 노무라

‘눈’ 때문에 흙담이 무너지지 않기 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모카케(짚으로 만든 거적)’를 씌우는데 이 또한 겨울이면 진풍경을 만들어낸다. 흙담과 고모카케 위로 내려앉은 하얀 눈이 아름다운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눈은 없었지만 봄날의 벚꽃이 흩날려 충분히 아름다움이 가득했다. 무사의 생활을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고 싶다면 무사저택 중 유일하게 실내까지 공개된 ‘노무라 가옥(부케야시키아토 노무라케)’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 오미초 시장

색감이 예쁜 '오미초시장'

‘가나자와 시민의 부엌’이라 불리는 오미초 시장은 약 28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시장이다. 신선한 과일과 야채, 해산물 등 약 170개의 점포가 빽빽하게 늘어서 있는 시장은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거리며 활기가 넘친다.

특히 싱싱한 해산물들로 유명하고, 해산물 꼬치 등을 맛볼 수 있다. 시장과 붙어있는 건물 ‘오미초 이치바관’에서는 회덮밥(카이센동), 초밥 등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자연을 축소해 놓은 아름다운 인공 정원, '겐로쿠엔'

초록의 싱그러움과 봄꽃의 흩날림이 아름다운 ‘겐로쿠엔(兼六園, 겸육원)’은 가나자와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인기가 많은 여행지이다.

일본의 3대 정원 중 하나로, 6개요소(광대함, 심오하고 고요한 상태, 고색창연(古色蒼然), 수원(水源), 조망, 인력)를 기본으로 조영되었다고해 겐로쿠엔이라 불린다.

▲ 겐로쿠엔

‘마에다가’가 살았던 가나자와성에 속한 외곽 정원인 겐로쿠엔은 영주의 휴식처로 처음 1676년 조성되기 시작, 무려 180년이라는 오랜 세월에 거쳐 완성된 곳이다. 약 11만m2에 달하는 면적 곳곳이 일본 특유의 섬세한 감성으로 멋진 자연 풍경을 모방하고 축소해 재현했다.

인공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겐로쿠엔은 사계절 다른 옷을 갈아입으며 매혹적인 자태를 뽐내는 것으로 유명한데, 봄의 옷을 입은 겐로쿠엔은 마치 동화 속 세상에 발을 들인 듯 아름다웠다.

파란 하늘과 잔잔한 연못 초록빛의 울창한 나무, 그 위로 살랑이는 바람이 불때면 흩날리는 벚꽃까지. 세상 아름다움은 여기 다 모였나 보다.

▲ 시라카와코 합창촌 전망대

동화 속 아름다운 세상, ‘시라카와코 합창촌’

겐로쿠엔의 감동을 뒤로 하고 1시간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기후현으로 향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시라카와고 오기마치 갓쇼즈쿠리 촌락을 만나기 위해서다. 하쿠산 기슭에 있는 이 마을은 국가선정 중요전통적 건조물군 보존지구이기도 하다.

4월 하순을 향해 달려가는데도 눈옷을 입은 하쿠산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만큼 눈이 많이 내리는 곳으로, 이 곳 마을은 갓쇼즈쿠리 양식으로 집을 지었다. 갓쇼즈쿠리는 적설을 방지하기 위해 지붕이 45~60도의 급경사를 이루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며,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억새를 얹어서 물이 스며드는 것을 방지한 일본식 폭설지역의 가옥양식이다.

▲ 시라카와코 합창촌

비탈진 지붕의 모양이 양손을 모아 합장한 모습을 닮았다하여 ‘합장(合掌)촌’이라 불리우기도 한다. 이색적인 풍경은 사계절 아름답지만 특히 눈 내리는 계절에 보면 더 매력적이다.

마을 꼭대기에는 이색적인 마을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동화같은 촌락의 모습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마을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전망대에서 내려와 107m의 만남의 다리(흔들다리)를 건너야 한다. 콘크리트다리로 튼튼해 보이는데 막상 건너다보면 출렁거림이 느껴져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마을에 들어가 가까이서 본 가옥은 더욱 새롭다. 곳곳에서 보수 공사를 하는 모습이 눈에 뛴다. 마을을 사진에 충분히 담아낸 뒤 길 따라 늘어선 기념품점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 시라카와코 합창촌
▲ 시라카와코 합창촌으로 들어가는 흔들다리
▲ 시라카와코 합창촌
▲ 시라카와코 합창촌 전망대
▲ 히가시 차야가이 안쪽으로 들어가면 스가와라 진자와 우타스 진자가 나온다. 
▲ 오미초 시장
▲ 나가마치 부케야시키
▲ 겐로쿠엔
▲ 겐로쿠엔
▲ 겐로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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