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타이완 소도시 여행①...신주

여행역사·문화예술 따라 소확행! 글·사진 조성란 기자l승인2019.05.14l수정2019.05.1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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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쥐엔촌 거리를 재현해 놓은 쥐엔촌 박물관

‘느려서 더 행복한 여행’을 떠나보자.
늘 시간에 쫓겨 LTE급 빠름을 추구하는 일상에 지쳤다면,
초고층 빌딩 숲이 빼곡한 대도시 대신
옛 역사와 문화예술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타이완 소도시를 추천한다.
세련미 대신 자연 그대로의 고즈넉한 운치가 더 멋스럽고
부셔지고 깨진 역사의 잔해가 긴 여운을 남긴다.
중국서 이주해 타이완에 뿌리내린 소수민족 객가인만의 독특한 문화,
옛 길, 옛 건물 사이사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삶의 흔적,
두 손 모아 간절히 비는 오늘의 바람이 녹아있는 신앙의 장소,
쓰임을 다한 옛 공간에 새로운 창의적인 문화예술이 꽃피우는 현장,
유람선에 몸을 싣고 강바람 쐬며 즐기는 가오슝 아이허강 낭만,
그 어디라도 좋다.
느릿느릿 타이완의 진면목을 만 날 수 있으니.
깃발 꽂고 쟁취하듯 떠나는 여행 말고
느림의 미학이 살아있는 ‘국제슬로시티(시타슬로우)’ 인증 받은 소도시 돌며
은은한 차 한 모금 머금고 소소한 행복 찾아 나서보자.

 

타이완 속살 만나는 느린 여행

타이완 소도시를 돌아보는 여행은 어렵지 않다. 철도가 잘 갖춰진 타이완에서라면. 스산난좡선, 옌샹빈하이선 등 철도 기차역과 고속도로 길목길목 옛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숨겨진 보석 같은 소도시들이 즐비하다.

 

타이베이의 주요 관광지처럼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낯설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다.

잘 알지 못해 기대감이 크지 않았던 소도시에선 예상치 못한 모습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온다.

이방인의 눈에 비친 이방인(객가인)들의 정착문화도 이색적이다.

객가인들의 약 60~70%가 살고 있는 신주(新竹)와 먀오리(苗栗)의 옛 거리, 타이완의 옛 수도였던 곳으로 유적이 많은 ‘타이난’, 마조신앙을 엿볼 수 있는 윈린 베이강진, 항구 특유의 낭만이 있는 ‘가오슝’까지 느린 여행을 다녀왔다. 호기심이 발목을 잡으며 자꾸 걸음이 늦어지는 대신 행복이 차오르는 여정을 소개한다.

 

이방인 ‘객가인’이 뿌리내린 곳 ‘신주(新竹)’

타이베이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신주(新竹)’. 영국 여왕이 ‘동방미인차’라고 극찬했던 차의 주산지 중 한 곳으로, 신주에는 객가인의 60~70%가 모여 살고 있다. 그 덕에 이 곳은 음식부터 시작해 알게 모르게 객가 문화가 곳곳에 녹아있다.

▲ 관시 타이홍 찻잎문화관

* 관시 옛 거리 거닐며 차 한 잔의 여유 

신주에 갔다면 차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지나치면 섭섭하다. 관시(關西) 지역에 있는 ‘타이홍 찻잎문화관(台紅茶業文化館)’은 1937년 세워진 80년 역사를 지닌 관시 지역 차 공장으로, 세계로 수출됐단 차 산업의 역사와 이 회사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사진과 물건들이 전시돼있다.

2층 전시공간에선 차를 보관하던 창고는 물론 세계 각국에 수출할 당시 나무에 붙였던 수출지역을 새겨놓은 철판들이 전면에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끈다. 세계지도를 통해 홍차(발효), 녹차(비발효), 우롱차(반발효) 등을 수출했던 지역도 표시돼 있어, 전성기를 구가했던 그 당시를 떠올릴 수 있다. 당시 80개 국가에 차를 수출했을 정도. 그러나 지금 관시 지역 차밭은 골프장으로 변하고, 30여개에 달했던 차 공장은 5개 정도만 남아 있다.

▲ 관시 타이홍 찻잎문화관

이 곳 문화관에선 차 잎을 골라내는 기계도 볼 수 있는데, 1년에 딱 한 달(4월 경 춘차)간만 하루에 약8천~1만kg씩을 작업한다고. 차를 우리는 방법 들으며, 차를 맛보고 선물용으로 사를 구입하기에도 좋다.

▲ 관시 타이홍 찻잎문화관. 수출할 당시 붙였던 수출지역명을 새겨놓은 철판들.

문화관을 나와 관시 옛 거리도 살짝 걸어봤다. 관시 퍼블릭 마켓을 지나 걷다보니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이 눈에 띈다.

중고책을 교환하는 ‘육이서점’으로, 헌 책을 가지고 와서 20타이완달러(한화 약 7~800원)을 내고 이 곳에 있는 다른 책을 가져가는 문화공간이다.

▲ 관시 육이서점

여행을 좋아하는 노문균(50세) 사장이 4년 전 시작한 곳으로, 서점뿐만 아니라 배낭여행객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한화 약 2만7~8천원)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 저렴하게 하룻밤 머물려 책 향기에 빠져볼 수 있다. 이 곳 서점 안에 걸려있는 ‘교류나 대화는 책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글귀가 눈길을 끈다.

▲ 관시 육이서점 게스트하우스

* 부셔지고 깨진 역사의 잔해를 고스란히 품은 ‘지우청구(舊城區)’

신주시 중심 올드시티 ‘지우청구(舊城區)’. 도심 한 복판엔 부셔지고 깨진 역사의 잔해를 고스란히 품은 신주의 문화유산이 남아 있다. 바로 국가 고적으로 지정된 ‘죽참성 영희문(竹塹城 迎曦門, 주첸성 둥먼청)’이다.

본래 신주의 옛 지명을 딴 길이 약 2,864m, 높이 5m, 폭 5.4m의 ‘죽참성(竹塹城)’의 성벽과 동문 ‘영희문’, 서문 ‘읍상문’, 남문 ‘가훈문’, 북문 ‘공진문’ 등 4개의 성루가 있었던 곳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인 1902년 일본 도시 계획을 실시한다는 명목으로 성벽과 성루를 모두 허물어 버리고 현재는 이 동문인 영희문(동먼청 東門城, Dueng-Men Gate또는 Yieng-Siyi Gate)만이 남아있다.

▲ 지우청구 주첸성

우리의 청계천처럼 도심 속 공원으로 조성돼 있는데, 계단으로 내려가면 푸른 나무들 사이로 물길이 나있어 고즈넉한 운치를 더한다.

조금 더 발걸음을 옮기니 부셔진 벽돌 잔해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부셔진 벽돌과 삐죽 튀어나온 철근 사이로 보이는 영희문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수차례 침략의 역사를 지닌 타이완은 아픈 역사를 숨기기보다 고스란히 끌어안고 후대에 남기는 쪽을 택한 것. ‘좋든 나쁘든 역사는 남겨야 한다’는 타이완인들의 단면이 드러나는 역사 유적이다.

▲ 지우청구 주첸성

* 외성인의 삶 엿보는 신주시 쥐엔춘박물관

장개석 따라 국민당정부 후 건너온 ‘외성인(外省人)’의 삶과 문화,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곳도 동문 근처에 있다. 신주시 쥐엔춘박물관(新竹市眷村博物館)으로, 이 박물관에서는 쥐엔춘(眷村 권촌)에 살던 이들이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갔는지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 쥐엔춘박물관

쥐엔춘은 1949년 장제스(장개석)이 모택동과의 내전에서 패해 중국에서 타이완에 들어올 때, 장개석을 따라 들어온 150만~200만명의 군인과 군인의 가족들의 집단 거주지로, 국민당정부는 이들이 타이완에 잘 정착해 살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바로 이들이 마을을 이루며 살았던 곳이 ‘보살펴주는 마을’이라는 듯의 ‘쥐엔춘(眷村)’이다.

쥐엔춘 800여 곳 중 신주에는 총 47곳이 있었으며 마을 규모는 100~200가구 정도 규모로  작은 마을을 이루고 살았단다.

▲ 쥐엔춘박물관

3층 건물로 이루어진 박물관 외벽 전면에 쥐엔춘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드러나는 그림이 그려서 있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1층에는 쥐엔춘이 누구인지 설명하는 역사 기록물들이 전시돼 있고, 2층에는 부엌, 거실, 침실, 욕조 등 쥐엔춘의 주거공간을 살펴볼 수 있다. 군대에서 사용하던 산소통을 물통으로 사용하던 모습도 이색적이다.

타이완으로 이주해 왔지만, 타이완은 잠시 머무는 곳일 뿐 곧 중국 본토로 돌아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던 이들의 삶의 공간이 매우 좁았고, 서로 의지하고 결집하려는 성향이 강했다. 때문에 공동 공간에서 같이 생활을 했는데, 건물에는 그러한  특징이 그대로 드러난다.

 

3층은 쥐엔춘인들을 위한 열린 특별 전시 공간으로, 이번 여행 중에는 퇴직 군인이 수십 년 간 수집한 1,800여 점의 ‘성냥갑’ 전시가 진행 중(3월 20일까지)이었는데, 역사, 문화, 생활 등이 녹아 있는 성냥갑들이 눈길을 끌었다.

▲ 쥐엔춘박물관 내부

* 비밀 첩보 부대 ‘검은 박쥐 중대 문물기념관(黑蝙蝠中隊文物紀念館)’

중국과 대치했던 타이완의 또다른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곳으로, 장제스(장개석)의 비밀 정보 수집 부대인 ‘흑박쥐부대’에 관해 전시하고 있다.

1952~1972년까지 약 20년간 미국의 지원을 받아 비행기를 띄워 중국의 레이더 기지 등 군사시설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던 부대로, 처음에는 선전(선동)용이었지만 1956년 정보수집부대를 결성하면서 본격적으로 비밀스런 정보수집활동을 펼쳤다.

▲ 박쥐중대문물기념관

정찰기 ‘유투기’였기 때문에 낮게 비행하면서 낙하산을 설치하지 못했고, 20여년 간 15대의 비행기 추락, 148명이 희생됐다. 비밀 부대였기 때문에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2000년대 박물관을 지었는데, 박물관 내에서 가장 인상적인 전시물은 ‘세숫대야’다.

공군비행기가 추락하면서 희생된 군인들의 가족들을 위해, 추락한 비행기 잔해로 만든 것으로, 희생 가족들에게 유해 대신 이 세숫대야를 나눠줬다고. 세숫대야 옆에는 희생된 군인들의 이름이 기록돼 있다.

▲ 박쥐중대문물기념관

* 예술이 움트는 ‘신주 주동문화창의예술촌’

신주시이 동쪽에 자리 잡은 주동(竹東)은 객가인이 모여 살던 곳으로, 이 곳엔 옛날 화물 등을 운송하던 중요 거점인 주동기차역(竹東火車站)이 있고, 스산난좡선(獅山南庄線)이 지난다.

타이완에서도 재생공간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데, 이 역 인근 낡은 건물들에 카페, 공방 등이 들어서는 등 ‘주동문화창의예한술촌(竹東文創藝術村)’으로 조성돼 눈길을 끈다. 

▲ 주동문화창의예술촌

건물 외벽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고, 낡고 허름한 건물들, 부셔진 붉은 벽돌 담벼락이 오히려 멋스러워 훌륭한 포토존이 된다. 최근 국내에서 핫한 빈티지한 재생공간들처럼 인증샷 찍고 놀기 좋은 곳으로, 아직은 비어있는 공간들도 많아 내일이 더 기대되는 곳이다.

▲ 주동문화창의예술촌

 

타이완을 보다 잘 이해하려면 인구 구성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타이완 인구의 약 98%는 한족이고, 원주민은 2%에 불과하다. 한족 중 일제강점기 이전 명말청초(明末淸初)에 이주한 ‘본성인(本省人)’은 85%이고, 모택동에게 패한 후 장개석 따라 국민당정부 후 건너온 ‘외성인(外省人)’이 약 13~14% 정도다. 이주민들의 정착, 주류를 이루며 살아온 나라인 것. 
특히 손님(客家)이라는 뜻의 객가(하카, 커지아)인은 본성인 중 약 20%(대만 인구의 약 14%)정도로, 주로 산 속 등 척박한 땅을 일구며 살아오며 그들 나름의 문화를 꽃피워왔다. 특히 근검절약, 진취적 개척정신, 학구열 등이 뛰어난 객가인은 대만 출신 총통에 오른 리덩후이(李登輝)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두각을 나타내 ‘동방의 유태인’이라고도 불린다.
▲ 주동문화창의예술촌

<취재협조 타이완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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