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한 삶, 녹록지 않은 현실에 부딪히다보면 일상 탈출을 꿈꾸곤 한다. 이럴 땐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법한 신비로운 풍경 찾아 인생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웹툰이나 웹소설 속 비현실적인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되진 못해도, 몽환적인 그 풍경 속에 잠시 몸을 맡기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될 것이다. 힘들 때마다 이 곳을 배경으로 찍은 인생샷을 잠시 잠깐 다시 꺼내보며 그 때의 그 감동과 여운을 되살려보는 것만으로도 활력이 될 수도 있을 터. 화보나 영화 속에 등장할법한 환상적인 풍경 찾아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
악녀에 매혹되다! 인도네시아 ‘이젠화산’
악녀에 매혹 당해 속절없이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드는 풍경이 있다. 바로 악녀의 눈을 담은 인도네시아 자바 섬 오른편 끝자락에 위치한 활화산 ‘이젠화산(Ijen)’이다.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유황가스, 위험한 산성 호수가 있어 마치 지옥을 연상케 하지만, 유황이 뿜어낸 독한 노란 가스를 뚫고 마주하는 ‘에메랄드 빛의 칼데라 호’는 숨이 멎을 듯 환상적이다.
위험해 더욱 자극적으로 끌리는 이 이젠화산은 인도네시아에서 유일하게 순수 99%의 유황이 나는 곳으로, 다른 지역의 화산에서는 볼 수 없는 신비로운 색감을 자랑한다.
특히 샛노란 유황과 신비롭기마저 한 에메랄드 빛 칼데라 호수가 환상적인 색채 대비를 이뤄 ‘황금 드레스에 사파이어 빛 눈을 가진 악녀’라는 별칭을 갖게 됐다고.
그러나 악녀에 매혹에 빠지는 길은 순탄치 않다. 독한 노란색 가스가 피어오르는 유황광산으로 뒤덮인 이젠화산의 산의 정상까지 오르는데 약 한 시간 반 정도, 정상에서 칼데라 호를 오르내리는데 1시간, 정상을 내려오는데 추가 1시간을 합하면 약 4시간 반이 소요된다. 오르는 내내 매캐하고 고통스런 유황냄새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려 고통스러울 수 있으니, 특수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
산 출발 장소는 해발 1,850m 지점, 그러나 출발한 지 고작 10분 만에 가파른 경사가 이어져 정상(해발 2,386m)까지 가는데 강행군의 연속이다. 가파른 산 중턱에 온통 안개가 가득해 사진 속 그대로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을지 걱정 반, 기대 반이 교차한다.
드디어 고생 끝에 정상에 도착하면, 안개 가득한 노란색 유황 절벽 사이 언뜻언뜻 에메랄드빛 호수가 신비롭게 그 자태를 드러내며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한 낮 파란하늘, 노란색 유황, 에메랄드빛 호수에 신비로움을 더해주는 안개(연기?)의 황홀경에 빠졌다면 밤이면 낮과는 또다른 장관이 여행자들을 사로잡는다. 푸른색 불꽃이 최고 5m까지 올라가는 ‘블루파이어’ 장관이 그 것.
‘블루 파이어’는 분출하는 유황가스가 섭씨 36도 이상의 뜨거운 열을 받아 불이 붙어 타오르는 현상인데, 이젠화산은 세계에서 가장 큰 면적의 블루 파이어가 생성되는 곳이라고. 밤에만 만날 수 있는 이 장관을 만나려면 블루파이어 현상이 일어나는 시간과 장소를 잘 아는 현지인의 도움은 필수다.
화산 투어 일정은 무박 1일부터 3일까지 다양한데, 블루 파이어를 꼭 접하고 싶다면 새벽 2시부터 산행이 시작되는 블루 파이어가 포함된 여행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여행 TIP
자바 섬에는 45개의 화산이 밀집해 있는데, 이 중 섬 오른편 끝자락에 위치한 브로모화산과 이젠화산 두 화산을 모두 가보려면 최소 2박 3일은 잡아야 한다.
이젠화산에 가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 발리에서 차로 브로모산을 거쳐 이젠화산으로 가거나, 족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10시간을 넘게 이동해 브로모화산이 위치한 프로볼링고(Probolinggo) 지역에서 이젠화산까지 다시 차로 6~7시간 이동하면 된다.
또 육로 이동 시간을 좀 줄이고 싶다면 자카르타에서 수라바야를 거쳐 차로 2시간 가량 이동해 브로모산까지 간 후 이젠화산까지 6시간 가량 이동해 가는 것이다.
<사진 제공 인도네시아관광청 서울사무소(VITO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