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투어리즘, DMZ…아픈 역사 속 숨쉬는 ‘희망’을 찾아

남북관계 훈풍 속 뜨는 여행지 세계 냉전의 유산 'DMZ' 오재랑 기자l승인2018.05.09l수정2018.05.1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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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코리아] 전 세계적으로 ‘다크투어리즘’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역사적으로 아픈 기억이 있는 장소를 방문해 반성과 교훈을 얻는 여행이 인기를 끌면서 세계냉전의 유산인 비무장지대를 주제로 한 DMZ박물관으로 전 세계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비극적인 전쟁으로 만들어진 한반도 DMZ는 우리 민족을 넘어서 세계인에게도 역사적인 교훈이 되고 있는 셈이다.

DMZ박물관은 남·북한의 평화를 바라는 민족의 염원을 담아 금강산이 바라보이는 동해안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송현리 민간인출입통제선 안에 위치해 있다. 이 때문에 입장을 위해서는 민통선 출입절차에 따라 출입신고소에서 출입신고 및 안보교육을 이수한 후 통일전망대 입장료 및 주차료 납부 후 관람이 가능하다. DMZ박물관만 관람은 불가하므로 참고하자.

출입절차 과정을 거친 후 군·검문소를 통과해야만 입장할 수 있어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과정까지가 모두 다크투어리즘의 한 과정이 아니겠는가. 군·검문소를 통과하지 않고 자유로이 박물관을 마음 편히 웃으며 입장할 수 있는 날을 꿈꾸며 여행을 시작해 보자.

▲전시장 내부, 판문점 대치상황

그날의 기억 그리고 울림

한국전쟁 전·후의 모습, 정전협정으로 생긴 군사분계선과 DMZ가 갖는 역사적 의미, 지속되는 군사적 충돌, 60여 년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생태환경 등을 재구성한 다양한 전시물과 영상물은 분단국가라는 현실이 더욱 실감케 한다.

DMZ박물관에는 '축복받지 못한 탄생', '냉전의 유산은 이어지다', '그러나 DMZ는 살아있다', '다시 꿈꾸는 땅 DMZ' 등 4개의 전시관이 있다.

▲ 판문점 정전협정 서명 모습

첫 번째 전시관인 ‘축복받지 못한 탄생’ 구역에서는 정전협정서와 함께 당시 조인신 광경을 재현해 가슴 아픈 역사를 상기시킨다. 1953년 7월 27일 6·25전쟁의 당사자인 한국은 제외된 체 유엔군과 북한군 및 중국군은 전문과 5조 63항의 정전협정문에 서명했고, 3년 1개월 동안 이어졌던 전쟁은 중단됐다.

미군포로의 편지와 실종자 통지서 등의 전시물은 당시의 아픔을 고스란히 전하며 가슴 한편을 시리게 한다. ‘사랑하는 부모님과 동생’으로 시작하는 미군병사 투티노(James Tutino)의 편지에는 불안한 심경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그득하게 담겨 있다. 검열의 흔적으로 봉투 오른쪽의 테이프 자국이 보이기도 한다.

공산군의 포로였던 투티노는 정전협정 몇 주 후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밖에도 한국군사정위원회 회의록, 종군외신기자 타자기, 당시 신문과 사진, 임부택 중령 전쟁 참전기 등을 볼 수 있다.

▲벌거벗은 심리전의 첨병 삐라

‘냉전의 유산은 이어진다’전시관에서는 전쟁의 아픔이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의해 접경지역에서 발굴한 ‘6.25전사자 유해발굴 유품’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국전쟁에 참전해 전사한 사람들의 모습과 그 사람들이 남겨놓은 문구, 유물들의 모습이 함께 전시돼 있어 눈시울을 붉힌다.

36세의 나이로 전사한 임춘수의 유품도 마음을 아리게 한다. 전쟁 중 편지지 한 장에 대관령에서 바라본 산세와 멀리 보이는 동해의 풍경을 멋지게 그려 보내면서 전쟁이 끝나면 가족과 함께 여행을 하고픈 소망이 고스란히 편지에 담겨 있다.

또 정전에 수반해서 적대행위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 군사분계선을 따라 병력을 분리시키고 완충지대를 유지하기 위해서 설치된 군사분계선 표지판도 전시돼 있다. 정전협정에 따르면 군사분계선은 임진강변의 표지판 제0001호부터 동해안까지 모두 1,292개의 표지판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지난 50여 년간 관리소홀과 홍수로 많이 유실됐다.

전쟁과 분단의 비극을 증언하는 중요한 자료인 노동당사와 지형적·지정학적인 요충지로 6·25전쟁 당시의 펀치 볼 전투, 도솔산 전투, 가칠봉 전투가 벌어졌던 전지 펀치볼 마을의 모습도 볼 수 있다.

▲ 지뢰의 참상과 아픔을 느낄 수 있다.

관람객들이 센서(지뢰)를 밟으면 지뢰가 터진 것처럼 연출되는 지뢰 체험공간인 땅 속의 소리 없는 전쟁에서는 대전차지뢰, 대인지뢰 등 지뢰매설모형을 통해 지뢰의 종류와 구조에 대해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지뢰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모습이 함께 전시돼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그러나 DMZ는 살아있다’전시관에서는 6. 25전쟁 이전 DMZ의 과거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우리의 역사 유적을 살펴 볼 수 있다. DMZ의 동부의 지역적 특성, 고고역사 등 지역별 유물과 영상을 소개하고 있다.

또 남북한이 시차를 두고 완성한 남북합작 다리인 승일교를 만나 볼 수 있다. 승일교라는 이름을 두고 이승만대통령의 ‘승’자와 김일성의 '일'자를 합해 ‘승일교’라고 이름을 붙여졌다는 설과 6ㆍ25당시 한탄강을 건너 북진하던 도중 전공을 세우고 전사한 고 박승일(朴昇日)대령의 우국충정을 기리기 위해 `승일교'로 명명했다는 설도 있다.

이밖에도 구철원향교지 출토 유물 29점과 천연기념물 제217호 산양, 천연기념물 제330호 수달, 조류 박제 등 DMZ의 대표적인 야생동물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시 꿈꾸는 땅 DMZ'전시관에서는 화합을 꿈꾸는 남북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연어치어방류사업, 산림병해충 방제사업 등 남북 강원도 교류협력사업 등 협정서와 관련 물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또 남북한 철도연결의 완료와 본격적인 남북한간 철도개통에 대한 기대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남북철도도 눈에 띈다. 지난 2006년 분단 이후 남북 첫 동계스포츠 교류인 남북 아이스하키 친선경기의 감동을 재생시키는 유니폼 등의 전시품은 진한 감동을 안긴다.

영상관에서는 DMZ 역사 이야기, DMZ에 점령당한 자연 등의 이야기를 영상을 통해 즐길 수 있으며 박물관 내에 대북방송 시설도 있다.

▲대북 싦리전

어둠 속에 빛나는 별, 역사 속 미래

DMZ박물관은 생태관광지로서도 제격이다. 북쪽으로는 금강산 구선봉과 해금강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고, 남쪽으로는 민통선 이북의 저도어장을 감상 할 수 있는 야생화동산은 다른 곳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묘한 감동이 차오르게 한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즐기며 쉴 수 있는 팔각정에 잠시 머무르며 휴식을 취해보는 것도 좋다. 박물관을 관람하며 먹먹해졌던 가슴에 바람이 일렁인다. 통일을 염원하는 돌탑이 눈에 들어온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DMZ의 동물과 식물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엿볼 수 있는 생태저류지도 흥미롭다. 분단국가라는 현실과 다르게 이곳의 자연은 아름답고 평화롭고 고요하다.

▲뮤지엄샵

특히 박물관 내 뮤지엄샵에 있는 우리나라 최북단 카페에 앉아 드넓게 펼쳐진 푸르른 바다와 하늘을 마음껏 감상하는 묘미는 놓쳐서는 안된다. 네모난 넓은 창가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이곳에서 음악과 함께 즐기는 차 한 잔의 여유는 힐링 그자체이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취향에 따라 공예체험을 즐길 수 있다. 티셔츠, 에코가방, 천연비누, 머그컵, 군번줄, 고무줄 총 등 6가지 공예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DMZ의 역사문화와 자연생태의 세계 유산적 가치를 접할 수 있어 관람객들에게 호응도가 높다.

▲철책선 걷기 체험장으로 실제 사용되었던 DMZ철책.

DMZ박물관은 이처럼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의 현실을 결코 어둡게만 풀어내지 않았다. 다양한 전시와 즐거움이 있는 체험프로그램, 여기에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어우러지면서 아픔 속에 희망을 더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윈스턴 처칠의 말이 떠오른다.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에도 훈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DMZ박물관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오재랑 기자  tournews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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