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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 역사의 현장 ‘대마도’로 1박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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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 역사의 현장 ‘대마도’로 1박 2일
  • 오재랑 기자
  • 승인 2017.09.26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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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과 침략…뒤얽힌 역사 곳곳에
▲ 와타즈미 신사

[투어코리아] 우리나라에서 배로 1~2시간이면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곳 ‘일본 대마도(對馬島 쓰시마)’. 부산에서 불과 49.5km 떨어져 있을 정도로, 일본 후쿠오카에서보다 오히려 한국이 더 가까운 ‘섬’이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부산에서 대마도가, 대마도에서 부산이 보일 정도다.

이렇게 근접해 있는 탓에 한국역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 갈등과 침략, 회유가 무수히 반복되면서 가깝고도 멀게 느껴지는 ‘대마도’. 특히 ‘독도는 우리땅’ 노래를 부를 때면 ‘대마도도 우리땅’이라고 외치며 애국심을 자극하던 현장이기도 하다. 역사 발자취 따라 1박2일 대마도섬 여행을 떠나보자.

▲ 에보시다케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소우만

옛 역사 뒤로 하고 아담하고 평온한 해안가 풍경이 ‘쉼’을 선사하는 ‘대마도’. 평화롭기만 한 그림같은 풍경 속 곳곳에 서려 있는 무수한 옛 이야기를 따라 가며 상상력을 발휘해보자.

‘그 당시 다이내믹하고 치열했던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의 모습을’. 고대부터 근대까지 한 줄 역사의 기록, 그 간극사이를 유영(游泳)하다 보면 1박 2일은 너무나 짧게 지나가 버린다.

▲ 이즈하라항

애국와 매국 사이...애증의 역사를 만나다!

동전의 양면은 항상 존재한다. 특히 나라 잃은 일제 강점기엔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나라 잃어 분개하며 되찾으려는 애국지사가 있는가 하면, 강자에 딱 붙어 기생하려는 친일파가 동시에 존재했다. 대마도에서도 매국과 애국의 흔적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이츠하라에 있는 묘원 천택사(國分寺)에는 매국노 이완용이 남긴 비문이 있다. 이토 히로부미의 통역 비서로, ‘을사늑약’과 ‘한일병탄늑약’ 체결을 통역해 고위직에 올랐던 ‘고쿠분 쇼타로’의 죽음을 애도한 글이다. 비문에 ‘후작 이완용 서(侯爵李完用 書)’라고 당당히 새기기까지 했으니 절로 입 안이 씁쓸해졌다.

▲ 천택사에 이완용이가 썻다는 글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발해투어 황백현대표

반면, ‘수선사(修善寺 슈젠지)’에선 목숨과 맞바꾼 ‘쌀 한톨’의 무게가 묵직하게 가슴을 울렸다. 수선사는 애국지사 ‘최익현 선생 순국비’가 있는곳으로, 을사늑약의 무효를 선언하며 이완용 등의 처단을 주장했지만 힘없는 나라의 무력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73세의 나이에 ‘최고령 의병장’이 돼 항일투쟁을 벌였던 인물.

일본에 체포돼 대마도에 유배됐으나, ‘쌀 한 톨 물 한 모금도 왜놈 것은 먹을 수 없다’고 단식하다 순국했다.

▲ 수선사-최익현선생순국비

최익현 선생이 대마도로 처음 끌려왔을 때 101일간 구금당했던 ‘최익현초당지’도 이즈하라 시내에 있는 ‘팔번궁신사(八幡宮, 하치만구신사)’ 광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또 이 하치만구신사 건너편에는 ‘춘향전’을 일본에 처음 알린 대마도 출신 소설가의 생가를 개조해 만든 기념관 ‘나카라이 도스이관(半井桃水官 나카라이토스이칸)’
이 있으니 함께 들려보자. 이 곳에선 유카타 체험도 할 수 있다.

▲ 나카라이 기념관에서 기모노 체험하는 관광객들


조선통신사 발자취 따라!

‘통신사의 섬’으로도 불리는 대마도에 갔다면 ‘조선통신사비’ 등 대마도 곳곳에 남아있는 조선통신사의 발자취 찾아 나서보자.

임진왜란 후 1607년부터 1811년까지 약 200여년간 조선통신사 사절단이 12회에 걸쳐 일본을 방문해 선진 문물을 전파하는 등 활발한 교류를 이어갔는데, 그 중 사절단이 에도까지 가는 통신사 코스 중에 대마도가 포함돼 있었다.

‘조선통신사비’는 이즈하라의 중심에 있는 가네이시 성터 입구의 ‘쓰시마역사민속자료관’에서 만날 수 있다. 또 최익현 선생이 순국한 수선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이 조선통신사 일행(1811년)을 대접하며 향응을 즐겼던 곳이다.

▲ 하치만구신사

조선통신사 김성일이 교토에 있던 도요토미 히데 요시를 만나러 가기 전 대마도 세이잔지에 들러 첩보활등을 했던 승려에게 지어준 ‘김성일시비’도 이즈하라시청 인근 언덕 세이잔지(西山寺)에 남아 있다.

이외에도 고기잡이 등을 하다 잘못 떠밀려온 조선인을 통신사가 오기 전까지 수용했던 ‘표민옥적’, 통신사숙소 겸 접반통사를 양성한 한글학교 ‘한어사’, 통신사가 하선해 숙소로 걸어가던 ‘통신사 도보길’ 등을 함께 둘러봐도 좋다.

이들 대부분이 조선 후기의 흔적인 것과 달리 조선 전기 조선통신사 흔적은 ‘원통사(円通寺 엔쓰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조선 초기 대마도 경차관으로, 왜구에 잡혀간 조선인들을 송환하는 데 힘쓴 ‘이예’의 공적비도 원통사에 남아 있다.

▲ 원통사

 

비운의 덕혜옹주를 만나다!

대마도에서 빼놓을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비운의 덕혜옹주의 흔적 찾아보기다. 조선통신사비가 있는 가네이시 성터 안에 ‘덕혜옹주의 결혼봉축기념비(德惠翁主結婚奉祝之碑)’가 있다.

이 기념비는 덕혜옹주와 대마도 도주 ‘소 다케유키’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1931년 세워졌다가 1955년 이혼 후 성 밖으로 깨진 채 버려진것을 2001년 다시 복원됐다.

▲ 덕혜옹주결혼봉축기념비

고종이 애지중지했던 딸 ‘덕혜’, 그러나 나라 잃은 힘없는 왕족의 설음 그대로 볼모가 돼 13세때 일본에서 강제 유학을 해야 했고, 일본인과 결혼까지 해야 하는 등 결코 평탄한 삶을 살 수 없었던 그녀. 그런 덕혜옹주의 결혼을 축하한다는 ‘봉축’이란 기념비에서 한 여인의, 역사의 아픔이 더 크게 다가온다.

가네이시 성터를 따라 올라가면 대마도 지배세력인 소씨 가문의 묘원인 ‘반쇼인’이 나온다. 132개의 돌계단과 400년 넘은 삼나무가 어우러져 고즈넉한 운치를 즐길 수 있다.

▲ 도요포대 유적지

‘군함도’? 강제징용 아픈 역사 ‘도요포대’

최근 강제징용의 아픔을 다룬 영화 ‘군함도’가 이슈가 됐다. 대마도에서 군함도와 같은 강제징용의 아픈 역사를 접할 수 있다. 바로 ‘도요포대(豊砲台跡)’다.

제1차 세계대전 후 대한해협을 장악하려던 일본의 ‘제국주의 야욕’이 드러나는 곳으로, 당시 세계 최대 거포인 18.5m, 108톤에 달하는 초대형 포를 설치하기 위해 5년에 걸친 공사가 이어졌다. 이 기간 일본인의 군화 발에 무침하게 짓밟혀야 했던 이들은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이었다.

다소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의 이 곳은 한국 관광객 외에는 찾는 이의 발길이 뜸한 편이다. 때문에 더욱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곳이다.

▲ 와타즈미 신사

일본 건국 신화 발원지 ‘와타즈미 신사’

바다에 잠긴 ‘도리이(신사 입구에 있는 문)’가 인상적인 ‘와타즈미 신사’는 용궁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자 일본 건국 신화 발원지이다.

건국 신화는 낚시 바늘을 찾기 위해 용궁으로 찾아간 천신(天神)이 해신(海神)의 딸과 결혼해 아들을 낳고, 이 아들이 와타즈미신사에서 홀로 남아 성장한 후 초대 천황을 낳았다는 이야기다. 일본인이 천신과 해신의 후손이라는 셈이다.

이 곳엔 도리이가 총 5개나 있는 데, 그 중 2개는 바다 위에 세워져 있어, 만조에 따라 그 모습이 시시각각 바뀌는데, 마치 신화 속 세계로 안내하는 듯 신비롭게 다가온다.

일본의 건국신화 발원지가 본토가 아닌 한반도와 가장 가까운 대마도란 점, 도리이가 본토가 아닌 우리나라(당시 신라)를 향하고 있다는 것도 이색적이다. 일본 왕조의 시작이 ‘한반도’였음을 보여주는 단서가 아닐까.

▲ 와타즈미 신사

 

한국·에보시다케 전망대

아름다운 비경과 수평선 너머의 한국을 만나고 싶다면 ‘한국전망대(칸코쿠텐보우쇼)’와 ‘에보시다케(烏帽子岳) 전망대’로 가보자.

대마도 최북단 ‘와니우라(鰐浦)’에 있는 한국전망대는 일본에서 한국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으로, 날씨가 좋아 시야가 확 트이는 날이면 부산의 거리가 보일 정도다. 밤에도 부산의 아름다운 불빛을 조망할 수 있다.

▲ 한국전망대

‘에보시다케(烏帽子岳) 전망대’는 대마도 리아스식 해안인 ‘아소(淺茅)만’을 360도 파노라마로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푸른 바다와 초록빛 산, 크고 작은 섬들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비경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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