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 유명 여행지 이름 앞에는 저마다 수식어가 붙는다. 로맨틱 허니문의 선봉 ‘몰디브’, 배낭여행자의 천국 ‘인도’, 지상 최고의 휴양지 ‘사이판’ 식으로 말이다. 오키나와를 소개하는 대표 수식어는 ‘아시아의 하와이’다. 왜 하필 하와이인가? 그 사연은 휴양하기 좋은 아열대성 해양기후를 품은 오키나와의 지리적 위치와 2차 대전 이후 미국에 점령되었던 전쟁의 역사, 그 속에서 키워온 다양함의 문화 속에 있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해 더욱 매력적인 오키나와로 떠나보자.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만나는 ‘찬푸르(비빔) 문화’
오키나와는 연중 16~28도를 웃도는 여행하기 딱 좋은 기후의 57개 섬으로 이루어진 오키나와 현의 대표 섬이다. 일본에 속해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위치는 일본 본토보다 대만에 더 가깝다.
때문에 1879년 메이지 정부가 오키나와현을 일본으로 병합하기 전까지 ‘류쿠’라 불리는 독립왕국으로 존재하며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그들만의 문화를 꽃피 웠었다. 이후 2차 세계대전 이후 27년 간 미군의 통치 하에 서양의 치즈와 버터를 받아들이고 1972년 일본에 반환되어 지금의 ‘아시아의 하와이’가 되었다.
오키나와 사람들이 즐겨먹는 가정요리이자, 맥주안주로 ‘고야 찬푸르’가 있다. 오키나와에서 흔한 ‘여주(고야)’를 주재료로 기호에 따라 다양한 식재료를 가감하는 볶음요리인데, 이런 역사 때문에 사람들은 오키나와 문화를 일컬어 여러 가지를 섞는다는 뜻인 ‘찬푸르’라 부른다.
지난 아픈 역사를 겪어온 원주민들에게는 마냥 행복한 곳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이국적이고 낯선, 그리고 다채로운 경험을 원하는 여행자들에게 오키나와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보물섬이다.
꺼지지 않는 밤 ‘나하 국제거리’
오키나와 본섬의 가장 큰 도시는 ‘나하’로, 오키나와 국제공항도 이곳에 있다. 나하는 약 450년 간 류쿠왕국의 수도로 번성한 곳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슈리성이 대표 관광지이다.
하지만 성 전체는 1945년 전쟁 중 모두 소실되어 1992년 복원한 것으로 이렇다 할 감동을 느낄 수가 없다. 단체수학여행이나 향수를 그리워하는 어르신들이 찾는 장소이다.
그보다는 오키나와에서 가장 활기가 넘치는 거리이자 번화가인 국제거리를 가보라.
오키나와 최대의 재래시장이 있어 관광을 겸한 쇼핑이 가능하고, 저녁에는 일본 특유의 작은 선술집 거리가 관광객의 발길을 잡는다. 옆 테이블에 앉은 일행의 대화가 들릴 정도로 다닥다닥 붙은 노점에서 오키나와산 맥주인 ‘오리온’ 생맥주 한 잔을 기울이며 여행의 설렘을 달랠 수 있다.
재밌는 것은 옆 테이블에 우연찮게 한국인 청년 넷이 자리를 잡았는데 한 청년이 오키나와가 홍길동이 활빈당을 이끌고 세운 유토피아인 ‘율도국’이라는 ‘설’을 제기하는 것이었다. 한국에 돌아와 찾아보니 실제로 몇몇 학자들이 여러 설화와 유적을 근거로 홍길동전에서 율도국으로 표현된 지역이 오키나와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느긋한 여행객을 위한 안성맞춤 힐링코스
‘세나가 섬 노천온천’
오키나와는 인천공항에서 2시간이면 갈 수 있다. 때문에 연인이나 친구, 아이가 있는 가족이라도 별다른 계획 없이 훌쩍 떠나기에 부담이 없다.
특히 세나가 섬에 위치한 노천온천(오키나와는 열대 기후 탓인지 노천온천이 많지 않다)과 ‘우미카지 테라스’는 편안한 힐링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최고의 휴양코스다.
실제로 나와 일행도 오키나와의 아름다운 절경이 한 눈에 펼쳐지는 노천온천에 몸을 담근 채 바다 끝 수평선을 바라보며 여행 마지막 날 이 코스를 선택한 선견지명에 끝없이 만족했었다.
온천욕을 마친 후엔 스무 개 남짓한 식당과 카페로 구성된 ‘우미카지 테라스’촌의 한 카레 집을 골라 저녁을 먹었는데, 카레 역시 일본과 미국이 섞인 오키나와식의오묘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오키나와 관광 핫플레이스 3
만좌모·아메리칸 빌리지·츄라우미 수족관
요즘은 드라마나 방송프로그램에 한 번 소개되면 단숨에 그곳은 대한민국 관광 핫플레이스가 된다. 드라마 ‘도깨비’의 캐나다 퀘벡, ‘디어 마이 프렌드’의 슬로베니아가 그랬다. 오키나와도 그렇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본토보다 청정한 오키나와가 언론매체를 통해 재조명됐고, 많은 매체를 통해 소개됐다.
만좌모’와 ‘아메리칸 빌리지’는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배경으로 소개된 후, 그리고 ‘츄라우미 수족관’은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추블리 부녀가 다녀간 이후 더많은 우리나라 관광객이 많이 찾고 있다.
이 세 가지 대표 여행지만 둘러보아도 하루를 꼬박 할애해야 하지만 그 사이사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비세노후쿠기 가로수 길’(츄라우미 수족관 근처)과 ‘선셋 비치’(아메리칸 빌리지 내)도 함께 들러볼 것을 권한다.
‘비세노후쿠기 가로수 길’은 태풍과 바람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심은 후쿠기(망고스틴)가 방풍림으로 조성된 소박한 주택가 골목길인데, 나무 숲 길을 걷거나 자전거를 빌려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것도 좋다. 주변에는 바다가 보이는 카페가
있어 간단한 식사나 커피를 즐길 수도 있다.
‘선셋 비치’는 아메리칸 빌리지 내에 있는 인공비치로 이름 그대로 이곳에서 보는 석양이 무척 아름답다. 해가 지는 무렵의 비치에서는 방파제에 걸터앉아 지는 해를 감상하는 대가족과 또 한 편에서는 오키나와 원주민 커플의 웨딩촬영이 어울려 한 동안 그 풍경을 보며 감상에 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