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다림...그리고 사진
비행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기다림도 여행의 일부니까.
기다리는 내내 설레고 즐거웠다.
오히려 이 기다림이 빨리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고 기다림은 평소 대화가 없었던 우리 가족에게 소통의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우리는 사진으로 소통했다.
사진 하나로 웃고 떠들며 추억을 만들었다.
이 별것도 아닌 일이 이토록 행복하고 즐거운 일인 줄 이제야 알았다.
# 날씨...그리고 다름과 조화
방콕의 날씨는 방콕에 있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 같다.
용하다고 소문난 기상정보를 모두 검색해보아도 항상 비였던 방콕이었는데,
비를 피하기 위해 가져갔던 우산은 햇빛을 피하기 위해 양산으로 사용해야했다.
같은 불교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불교와는 전혀 다른 느낌.
우리나라의 절이나 사찰이 단아하고 소박하면서도 위풍당당한 남자라면,
태국의 사원은 온통 금으로 치장한 화려하고 선이 고운 여자의 느낌이었다.
서로 다른 두 가지가 만나서 조화를 이룬다는 건
서로 다른 두 남녀가 만나서 사랑하는 것처럼
고귀하고 아름다운 일인 것 같다.
방콕 왕궁은 유럽의 옷을 입고 태국의 모자를 쓰고 있었다.
# 짜오프라야강의 기적... 그리고 아리랑
서울에 한강의 기적이 있다면
방콕에는 짜오프라야 강의 기적이 있다.
짜오프라야 강을 주변으로 발전한 산업과 문화 덕분에 지금의 방콕이 있었으리라.
짜오프라야 강의 탁한 물이 치열하게 살아온 옛 태국 사람들과 방콕의 삶을 대변하는 듯했다.
칼립소 쇼를 보면서 세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각 대륙 별로 그들의 대표적인 문화를 공연했다.
아시아 대륙에는 한국도 있었다.
'코리아~!'가 소개되고 아리랑 전주가 울려 퍼지는 순간,
평소 듣던 아리랑과는 전혀 다른 감동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뭉클했다.
# 그들이 사는 세상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이 왠지 예의가 아닌 듯 싶었다.
우리에게는 신기하고 재밌는 광경이었지만
그들에게는 치열한 생존을 위한 일터이자 삶의 터전일 거라는 생각 때문에.
카메라 대신 내 눈과 마음속에 깊이 담아왔다.
# 카오산의 아침
해가 진지는 이미 오래, 저녁이 되어도 열기가 식지 않는 곳이 있었다.
오히려 밤이 되어 가면서 열기는 더 뜨거워지는 듯했다.
밤 11시, 카오산은 이제 아침을 열었다.
하늘에서 은은히 떨어지는 차가운 달빛이
화려한 네온사인과 사람들의 열기에 묻혀 따듯했다.
# 공항 가는 길... 그리고 아쉬움
가고 싶지 않아도 가야만 하는 길,
공항 가는 길
편하고 빠른 교통편이 있음에도
조금이라도 방콕을 더 느끼고 싶은 마음에
우리는 공항까지 지하철을 탔다.
수완나 폼 공항역까지
한 정거장씩 좁혀질 때마다
한 정거장씩 아쉬움이 쌓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