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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터뷰] 동갑내기 친구 둘, ‘술꽃’ 활짝 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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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터뷰] 동갑내기 친구 둘, ‘술꽃’ 활짝 피우다
  • 김응구 기자
  • 승인 2016.03.14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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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별·이경진은 지난해 3주간의 술 여행을 다녀왔다. 지금 아니면 못갈 것 같아서 짬을 내 다녀왔다고 한다. 그들은 누구에게라도 말해준다. “술 여행은 왜 갔어?”라는 질문엔 “마시고 싶으니까”라고, “한복은 왜 입고 다녔어?”에는 “평소 입고 싶었으니까”라고 답했다. 사진 왼쪽·아래쪽 이경진, 위쪽 김별. 

[투어코리아] 아주 당돌한(?) 처자 둘을 만났다. 그 둘은 ‘절친’인데, 어울리지 않게 젊은 나이에 '술 여행 책'(제목: 서른, 우리 술로 꽃피우다)을 냈다. 한 명은 글을 쓰고, 한 명은 그림을 그려 완성시켰다. 그런데 둘 중 하나는 술을 잘하고 다른 하나는 못 마신다고 한다. 서른하나 동갑내기 김별, 이경진(李景珍). 그 둘은 취향이 같은듯 하면서도 다른면이 있지만, 성격은 늘 유쾌하다. 그래서 여행도 유쾌했단다.

그들의 여행담을 들어봤다.

◆ 둘 사이가 궁금하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김별: 우리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친구다. 난 마케팅 관련 일을 하다 퇴사한 지 1년쯤 됐다.

이경진: 난 지금 아버지와 사업을 하고 있다.

◆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술과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인다. 어쩌다 술 여행을 떠나게 됐나.

김별: 개인적으로 술 마시는 걸 좋아한다. 여기저기 서 마시다보니 막걸리 종류가 많은 줄 알게 됐다. 막걸리라곤 ‘장수’밖에 몰랐는데, 무척 놀랐다. 하지만 너무 재밌었다. 그래서 경진이에게 “술 마시러 다녀볼래?” 하고 물어봤다.

이경진: 평소 별이는 재밌는 게 있으면 내게 꼭 알려 준다. 내가 “그거 재밌겠다!”고 맞받으면 그걸 하는 식이다.

◆ 술은 어디서 마시나.

김별: 주로 동네 뒷골목 허름한 막걸리집이나 종로3가 낙원상가 근처 막걸리 집을 찾는다. 깨끗하고 현대적인 곳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종로 막걸리 집은 할아버지, 아저씨 손님이 많다. 그 분들이 낮술 마시는 곳이 맛있는 집이다.

◆ 술 여행은 마시고 싶은 술을 맘껏 마셔보자는 의미였나?

김별: 우리는 술 전문가가 아니다. 이제 와서 술 공부를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술은 잘 모르지만 “우리나라에 전통주가 많네?” “재밌고 맛있는 술이 많네?” 이런 것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우리 책은 거창한 게 아니다. 왜 술을 마시면서 여행 했냐고? 마시고 싶었으니까. 한복을 왜 입었냐고? 입고 싶었으니까. 이게 우리 책이다.

이경진: 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 간 건 아니다. 기획서 쓰고, 출판사와 미팅도 하고, 여행 가서 신나게 놀 고, 돌아와서 출판 계약하고 책 쓰고 그림 그렸다.

▲ 김별& 이경진

◆ 이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술 여행은 어떤 식으로 진행됐나.

김별: 애초 3주를 계획했다. 여행 방문지는 전주, 정읍, 여수, 부산, 제주, 경주, 포항을 거쳐 서울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아참, 맨 처음에는 강원도 홍천의 ‘예술’에서 3박 4일간 머물렀다.

이경진: 한 마디로 죽을 뻔했다. 술 마시면서 다녀야 한다는 생각을 깊게 하지 못했다. 체력이 되지 않았다. 더구나 키만한 배낭을 메고 다니는 고통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4~5월의 날씨가 생각보다 추웠다. 우리 둘 다 운전면허증이 없다. 그래서 여행 내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결코 잊을 수 없는 여행이다.

◆ 목표했던 곳은 다 방문하고 술도 마셔봤나?

이경진: 그랬다. 헌데, 변수가 있었다. 당시에 휘몰아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문에 타격이 좀 있었다. 전주에 갔을 때가 가장 심했다. 거리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문 닫은 양조장도 있었다. 부산 금정산성에 갔을 때도 메르스 때문에 각종 프로그램이 다 취소됐다.

◆ 그대로 여행은 계속 이어진듯 한데.

김별: 전주에서 정읍을 거쳐 여수로 갔다. 여수는 그 유명한 ‘개도막걸리’가 있는 바로 그 도시다. 거기선 술을 만드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곳 사장님이 새벽 2~3시에 작업한다더라. 첫 배가 5시여서 포기했다. 그곳에선 밥만 먹고 왔다. 진짜 재밌었다. 사장님 내외가 무척 다정다감했다.

경진: 부산은 아까 말했듯이 메르스 때문에 모두 문을 닫았었다. 추운데 비까지 내렸다. 대신 거기서 마신 커피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경주에선 ‘교동법주’에 들렀다. 우리 스케줄은 그 병을 들고 불국사에 가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병이 컸다. 그래서 동네 슈퍼마켓에 들러 ‘경주법주’를 사들고 갔다.

제주에 선 한복 입고 ATV(4륜오토바이)도 탔다. 사람들이 한복 입고 헬멧을 쓰니 신기했던 모양이다. 뒤에서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찍어대고 난리도 아니었다. 포항은 당일치기로 갔다. 원래 계획에 없었기 때문이다.

여행하면서 ‘페이스북’에 때마다 글을 올렸는데 누가 이곳을 소개해줬다. 마침 그곳 공장장님과 연결돼 허락을 받고 갔다.

▲ 이경진

◆ 명인(名人)이나 유명 양조장과의 만남을 염두에 두진 않았나?

김별: 사실, 정읍 태인양조장의 송명섭 명인을 만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우릭가 도착했을 때 배달 가셨다고 했다. 대신 따님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금정산성막걸리도 메르스 때문에 문이 닫혀있었다. 그런데 우린 그게 중요하지 않았다. 아니, 아예 처음부터 그럴 계획이 없었다. 솔직히 그런 건 싫다. 깊이 있는 얘기와 전문적인 내용은 우리 말고도 많이 썼지 않나. 그런 것에 집착하지 않으려고 집착했다. 그래서 미리 연락도 하지 않고 그냥 갔다. 그저 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이 술을 마시며 여행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을 뿐이다.

이경진: 어느 양조장이든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들어가서 얘기 잘 해주면 듣고 나오고, 시간 없다고 하면 “안녕히 계세요” 하고 나왔다. 신기하긴 했을 것 같다. 한복 입은 여자 둘이 양조장을 기웃거리고 술 사가고 하는 모습이.

◆ 여행 내내 한복 입은 채로 다녔나?

김별: 우리 술을 마시러 다니니까 한복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예쁘기도 하고. 한 번 갖춰 입고 우리술을 마셔보고 싶기도 했다.

이경진: 전공이 일어일문과여서 일본에 1년 정도 살다가 왔다. 일본사람들은 기모노나 유카타를 잘 입고 돌아다닌다. 나도 유카타를 입고 이런 저런 축제를 다녔는데 너무 재밌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왔을 때 한복을 입고 싶어 찾아봤는데 비싼데다가 정작 입고 나갈 데가 없었다. 그래도 한 번 입고 돌아 다녀보고 싶은 로망이 있었다.

김별: 처음엔 한복을 직접 만들어보려고 원단까지 샀다. 하지만 실패했다. 대신 어머니가 재봉틀로 두 벌 만들어주셨다. 이경진 우린 한복이 한 벌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걸 입고 돌아다니다 더러워지면 빨아서 다시 입었다. 내가 생각해도 미쳤다. 인견으로 만들어서 추웠다. 특히 여수에서 너무 추웠다.

◆ 경진씨는 술을 잘 못해서 걱정하지 않았나? “나 때문에 망치는 건 아닌가?” 하는 부담 때문에라도.

이경진: 진짜 걱정 많이 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 평소에는 맥주 500㏄를 시켜놓 으면 조금만 먹고 말았다. 와인 고르라면 단 것, 맥주 고르라면 안 쓴 것을 골랐다. 헌데, 여행하면서 술맛이 다 다르다는 걸 알았다. 그러다가 제주에서 “맛있는 술이 있구나.”, “내가 좋아하는 술도 있구나!” 이런 걸 알게 됐다. 그게 너무 재밌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만날 마시니 술도 조금씩 늘었다. 전날의 과음 때문에 또 마실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신기하게도 계속 들어가더라. 개도에선 아침부터 마셨다.

김별: 술책이 아니라 여행 책을 쓰고 싶었기 때문에 이왕 노는거 술 많이 마시고 놀자는 생각이었다.

▲ 김별

이경진: 술을 못하는 건 못하는 거고 놀고 싶은 건 놀고 싶은 거다. 뭘 하자고 하면 겁부터 나는 게 사 실이지만 “그래도 해보면 재밌을 거야”라는 생각이 훨씬 더 큰 편이다. 그리고 해보면 역시 다 재밌다. 별이가 술 여행 가자고 했을 때도 “난 술을 못 마시 는데…” 하면서도 한편으론 “지금 아니면 못하겠지?”라고 생각했다. 결국 해보고 나니 다 재밌었고 기억에 많이 남는다.

별: 경진이는 무언가를 권유하면 같이 한다. 싫다고 하지 않는다. 난 계속 일을 벌이고 경진이는 계속 같이 해주는 아주 좋은 친구다.(웃음)

◆ 여행하는 3주 동안 싸우진 않았나? 왜 둘이 여행하면 그 사람의 ‘밑바닥’까지 다 본다고 하지 않나.

이경진: 의견 충돌이나 싸움 한 번 없었다. 우린 대학 시절에도 국내 여행을 많이 다녔다. 그때도 다툼 은 없었다. 여행은 별이와 같이 해야 한다고 늘 생각한다. 신기한 건 나나 별이나 다른 친한 친구들과는 여행이 잘 맞지 않는다.

김별: 정말 그렇다. 경진이와는 여행스타일이 잘 맞는다. 둘 다 쇼핑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무얼 보고 싶다고 하면 그냥 같이 가고, 실컷 보다가 이제 가자고 하면 바로 움직인다.

언젠가 보름 동안 스페인을 다녀왔는데 그때도 그랬다. 경진이가 꼭 보고 싶은 게 있으면 난 그곳 벤치에서 잠을 청했다. 그렇게 서로의 의견을 많이 존중해 준다.

이경진: 그러고 보니 대학 때 둘이서 달랑 10만원만 들고 3박4일간 울릉도에 갔던 일도 있다.

◆ 여행 경비는 얼마나 들었나.

김별: 한 사람당 150만 원 정도 들었다.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경비를 우리 블로그(sulblossom.blog.me)에 다 올려놓았다. 혹시라도 우리처럼 여행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참고하라는 뜻에서다. 여행일정, 경로도 모두 공개했다.

◆ 여행 다녀오고 나서 무척 바빴을 듯싶다.

이경진: 3주간 느낀 게 굉장히 많았다. 그게 책 안에 다 들어가 있다. 여행 다녀오자마자 출판사와 계약 하고, 바로 원고 쓰고 그림을 그렸다. 8월부터 11월 까지 4달 동안 작업했다. 그리고 지난해 크리스마스 즈음에 책이 나왔다.

◆ 술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느낀 점이 분명 있을 듯싶다.

이경진: 취미가 마라톤이다. 동호회 회원들이 술 여행 다녀온 걸 안다. 친한 몇몇이 좋은 곳 있으면 추 천해달라고 해서 우리가 잘 가는 종로 그 막걸리집에 데려간 적이 있다. 다들 굉장히 신기해했다. 그도 그럴 게 술 못 마시는 애가 술 여행 다녀오더니 “여긴 술 종류가 다양해”, “이 술 마셔봐” “이 안주가 괜찮아” 하는 식으로 떠들어대니 얼마나 신기하겠나. 그런 과정이 무척 재밌다. 난 마시는 술의 양이 한정돼 있다. 그러니 이왕 마실 거면 내가 좋아하는, 내가 맛있어하는 술을 마시고 싶다.

김별: 처음 여행 루트를 짤 때 술만 있는 곳이 아니라 볼거리도 있는 곳을 선택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을 우선했다. 우리 책을 보고 그곳에 갔는데 “여긴 어디지?” “내가 여길 왜 왔지?” 이런 생각을 하게 하면 곤란하다는 생각이었다. “지난번에 부산에 갔다 왔는데 이런 곳도 있었네?” 이런 걸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더불어 “금정산성막걸리는 사다가 마셔보기만 했는데 양조장에서 이런 체험 프로그램도 하는구나. 다음에 나도 해봐야지” 하는 생각도 하게 해주고 싶었다. 술을 보는 시야도 달라 졌다.

최근에 집들이를 했는데 술상의 술들이 바뀌었다. 예전 같으면 국내 소주·맥주를 진열했을 텐 데 신세계백화점 ‘우리술상’에서 사온 막걸리들과 ‘진도홍주’를 올려놓았다.

◆ 좋은 경험이었겠다. 혹시, 또 갈 생각은 없나?

김별·이경진: 이젠 쉽지 않다. 그래서 더 기억에 오래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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