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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여행] 원뿔형 집들이 옹기종기 들어선 ‘별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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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여행] 원뿔형 집들이 옹기종기 들어선 ‘별나라’
  • 지태현 기자
  • 승인 2016.02.23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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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로벨로 ‘투룰로 마을’ The Trulli of Alberobello
▲ 해가 진 후 가로등 불빛 아래의 조용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투룰로 마을
 

[투어코리아] 이제껏 만나보지 못한 독특한 풍경을 접하고 싶은 이라면 이탈리아 ‘알베로벨로의 투룰로(The Trulli of Alberobello)’가 제격이다. 석회암을 쌓아올린 원뿔형 집들이 모여 있는 모습은 마치 별나라에 온 듯 딴세상 같다.

선사지대 지중해 지방에 전해오는 건축기술인 ‘트룰리’가 현재까지 유지, 주거지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색적이다. 스머프 마을로도 불리는 이 곳은 고대부터 이어져온 주거문화유산으로,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을 만큼 유서 깊은 곳이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생소한 곳, 그래서 더욱 새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북적북적 관광도시가 아니라 조용하고 소박한 시골마을, 격 없이 인사말을 건네는 소탈한 인심도 투룰로 마을에 빠져들게 했다. 별나라 여행을 선사하는 알베로벨로 ‘투룰로 마을’로 떠나보자.

▲ 투룰로 마을 중 정원이 있는 아름다운 마을
 

알베로벨로 가는 길 ‘느림의 미학을 배우다!’

아름다운 나무(Alberi Belli)라는 뜻의 ‘알베로벨로(Alberobello)’로 향하는 여정은 ‘느
림의 미학’을 다시금 되새겨보는 기회가 됐다. 아름다운 나무, 자연 그대로, 있는 그대로, 마음을 비우고 느릿느릿…. 사실 여행이라는 것이 바쁠 것도 서두를 것도 없는 데 때론 목적지 자체만 여행으로 여기는 경우도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목적지로 가는 내내가 여행인 것을.

알베로벨로는 이탈리아 반도의 동남부에 있는 퓰리아주(Puglia)에 속해 있다. 아드
리아해와 이오니아 해안선을 따라 길게 접해있는 아름다운 지역으로, 긴 가죽 장화
모양의 이탈리아 지형으로 본다면 장화의 뒤축 부분에 해당하는 곳이다.

알베로벨로로 가기 위해서는 퓰리아주의 주도인 바리(Bari)를 꼭 거점으로 해서 출
발해야 한다. 그 이유는 알베로벨로를 가는 열차가 바리에서 출발하는 사철(개인 회사가 운영하는 철도 FSE; Ferrovie del Sud Est)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로마 테르미니역을 아침 일찍 출발해 6시간 만에 도착한 바리 중앙역에서부터 우여곡절은 시작됐다. 바리 중앙역에 도착 하자 마자 열차매표구를 찾아 줄을 섰다. 내 차례가 돼 호기롭게 알베로벨로행 티켓을 구입 하겠다고 하자 안내원이 실망스러운 눈초리로 내려다보더니 잘못 찾아 왔다고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고 일러준다. 내가 이해를 잘 못하는 듯 하다고 느꼈는지 직접 매표구에서 나오더니 반대 방향을 가리키며 플랫폼 11번으로 가면 열차를 탈수 있다고 알려주기에 지하도를 건너 부랴부랴 11번 플랫폼으로 건너갔다.

그곳에는 허름한 가건물 비슷한 대합실이 있고 나이든 할아버지가 매표구에서 표를 팔고 있었다. 대합실에는 플라스틱 의자가 몇 개 있지만 대부분 아무도 앉아있지 않은 텅 빈 상태였다. 대합실 밖에는 그래도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몇몇이 눈에 띤다.

휴가철이 아니라 그런지 배낭을 메거나 캐리어를 갖고 있는 여행객 보다는 일반 주민들과 학생들이 오히려 더 많이 보인다.

▲ 투룰로 마을 장날 장을 보고 귀가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모습
 

늦어도 멈춰도 안내 없이 무작정 기다리기

전광판에 열차의 출발 시간이 빨간 숫자로 안내했고 시간도 이미 지난 상태였음에도 불구, 아직도 열차는 들어올 기색이 없다. 초행 길이고 열차의 시스템도 우리와 너무 다르기 때문에 나의 고정관념은 계속 하나씩 깨어졌다. 답답해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 학생에게 물어 보았더니 좀 더 기다리면 열차가 온다고 전혀 걱정하지 않는 기색이다. 아마도 이런 일이 자주 있어 익숙한 듯했다.

출발 시각에서 약 15분 정도 지난 후에 열차가 도착하였고 승객들과 함께 서둘러 열차에 올라 창가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의외로 열차 내부는 쾌적하고 깔끔했으며 조용했으나 열차가 달리며 내는 규칙적인 기계음과 약간의 흔들림이 창밖의 풍경을 흔들고 있었다.

잠시 운행 중 간이역에 정차한 열차는 안내도 없이 기관사의 교체로 또다시 한동안 움직일 생각이 없는듯하다. 참으로 자유분방하다 해야 할지 아니면 개념이 없다 해야 할지. 하여튼 사는 방식이 우리와는 너무 달랐다. 답답함이 밀려왔지만 ‘마음을 비우자, 이 순간도 또 추억이 되겠지, LTE급 속도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라고, 이런 느림도 가끔은 좋은 것’이라고 마음을 다독였다.

철로 주변은 널찍널찍한 야생의 선인장이 많이 보이고 선인장을 넘어 보이는 들판에는 대부분 올리브농장과 포도농장들이 넓게 펼쳐져있다. 농장과 농장 사이에는 마치 우리나라의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는 낮은 돌담장들로 구획이 나뉘어져 있다. 이 지역에는 그만큼 돌이 흔한 지역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가는 도중에 넓은 올리브 농장 사이사이에 는 간혹 투룰리가 숨어있는 듯 종종 눈에 띠더니 투룰리의 숫자가 점차 많아질 때쯤 나이든 차장이 다가와 다음 역이 알베로벨로역이라고 알려준다.

▲ 투룰로 마을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
 

유네스코 등재 마을 무색할 정도 소박한 첫 인상 '알베로벨로'

알베로벨로역은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간이역과 흡사하다. 철로가 두선 밖에 없고 플랫폼도 역사 쪽으로 난 1번 플랫폼 하나뿐이다. 역사 주변도 그야말로 황량하기 짝이없다.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된 마을의 역사 치고는 너무나 소박했다.

역사 앞에서 약간 언덕진 마을 쪽으로 난 골목길로 들어서서 포폴로 광장쪽으로 방향을 잡아 올라 가는데 도시가 방사형으로 된 골목길이라 주변 사람들에게 여러 번을 묻고 물어 예약한 리조트 사무실을 찾을 수 있었다.

체크인을 하니 묵을 숙소와 다음날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을 지도에 표시해주고 숙소까지 안내해 주는데 숙소와 식당과 리조트 사무실이 모두 서로 다른 곳에 있는 투룰리로 또한번 고정 관념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서울에서 로마를 거쳐서 바리까지 그리고 이어서 알베로벨로 까지 몇 시간이 걸렸는지 셈이 잘 되지는 않지만 숙소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잠시 침대에 누웠다.

▲ 창문으로 내다본 투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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