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 관광객을 태운 인력거가 시내를 누비는 일본 가나가와현의 가마쿠라시는 일본 최초의 무사정권(1192~1333년)의 근거지가 있었던 도시다. 하지만 가마쿠라 막부가 붕괴된 후 도쿠가와 막부(에도시대·1603~1867년)는 이 도시에 정치세력의 거주를 금하고 사원과 귀족의 별장만 허용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가마쿠라에는 크고 작은 절(신사.사당)이 유달리 눈에 많이 띈다. 도쿠가와 쇼군 시대에 지어진 절, '츠루가오카 하치만 신궁'도 바로 가마쿠라에 있다.
가마쿠라 시내는 전신주와 얼키설키 늘어진 전기줄을 제외하면 아직도 100~200년 전 모습이 많이 남아 있다.
이 도시는 일본에서도 물가가 비싼 곳으로 유명한데, 토교 중심가보다도 더 비싸다. 민생고 해결을 위해 식당에 들어서면 점심 한 끼가 1만엔 안팎의 메뉴들이 즐비하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우동 한 그릇도 3~4천 엔은 줘야 면발과 국물맛을 볼 수 있다.
이렇다보니 가마쿠라를 찾은 일본인들은 보통 도시락을 준비하고, 이 도시에서 밥을 사먹는 사람들은 현지 사정에 어두운 외국 관광객들이란다.
가마쿠라는 농구선수들의 열정을 그린 만화 '슬램덩크'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주인공 강백호가 타고 다니던 전차 에노덴에 몸을 싣고 추억쌓기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에노덴은 가마쿠라~후지사와를 오가는 단선 협궤 전자로,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가 채소연을 만나고, 그녀를 기다리던 가마쿠라 고교 앞 T자형 건널목을 지난다. 그곳은 해변 풍경도 가히 일품이다.
농구의 신(神) 강백호는 여인의 마음을 녹이는 데이트 장소 물색에도 정말 천재였던 것 같다.
에노시마 기차역을 나와 가마쿠라 고등학교 앞 철로 건널목 신호등 앞에서 바다를 주시하고 있으면, '딸랑 딸랑' 소리가 울리며 건널목 차단기가 내려오고 에노덴 전차가 '덜크덩 덜크덩'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실제로 ‘슬램덩크’ 오프닝에 등장하는 장면과 똑같은 그림이 연출되고 내가 곧 만화 속 주인공 강백호가 된 느낌이다.
이런 분위기에 매료되 된 때문일까. 해마다 1,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에노덴을 타고 여행하며, 또 그들 중 많은 인원이 나처럼 슬램덩크의 무대를 밟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