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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땅 한국길 힐링 트레킹 - ‘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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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땅 한국길 힐링 트레킹 - ‘태산’
  • 유경훈 기자
  • 승인 2015.11.12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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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악독존 ‘태산’ 오르고 ‘용척산’을 걷다!
 

[투어코리아] 중국의 성인 공자(孔子)의 나라 중국 산둥성(山東城) 지난시(濟南市, 제남시)의 명산(名山) 2 곳 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위한 한국길(등산길)이 생겼다.

한 곳은 중국 오악(五岳:동악 태산, 서악 화산, 남악 형산, 북악 항산, 중악 숭산) 중 으뜸인 타이산(泰山, 태산)이고, 다른 한 곳은 태항산(太行山) 자락의 용척산(龍脊山)이다. 이에 한국에서 누리던 등산의 재미를 중국 명산에서도 느낄 수 있게 됐다.

 

제남시는 산둥성의 성도(城都)로 북쪽에 황하(黃河)가 흐르고, 남쪽에 태산이 솟아 있다. 특히 72개의 명천(名泉)이 있어 천성(泉城)으로 불리는 도시다. 제남시 중심부에 들어선 대명호는 샘물이 합류해 형성된 천연호수로, 제남시민들의 산책, 노을감상,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유명하다.

지난 9월 6~9일 그곳에 발 도장을 꾹꾹 찍었다. 숲을 헤치며 한국길을 치고 나가자 풀내음 한껏 머금은 바람이 양 볼을 스치고, 그 바람에 흔들리는 이름 모를 야생화와 먼발치에 펼쳐진 웅장한 계곡 풍광이 어울려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중국 오악독존(五嶽獨尊) 태산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泰山雖高是亦山: 태산수고시역산)

그 유명한 양사언의 ‘태산이 높다하되’ 시조의 앞 구절이다. 산동성 곡부 출신인 공자는 “등태산 소천하”(登泰山 小天下)라고 했다. 태산에 오르니 천하가 작다는 뜻이다.

아마도 우리 국민들 대다수는 이러한 글귀를 통해 중국의 태산을 처음 접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로 인해 태산에 대한 느낌은 ‘엄청 높은 산(山)’ 일거라 여겼을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태산을 직접 보기 전까지 그렇게 믿었다.

 

그러나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태산은 상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우선 높이가 많이 낮았다. 그래서 태산의 높이를 알아봤더니 1,545m에 불과했다. 이 높이는 우리나라 지리산이나 한라산은 커녕 덕유산이나 태백산보다도 낮다. 산세(山勢) 역시 우리나라 설악산이나 대둔산, 주왕산과 비교해 뛰어날 게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중국인들의 태산에 대한 자부심은 실로 대단하다. 태산은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티끌 모아 태산’, ‘걱정도 태산’, ‘갈수록 태산’ 등 옛 속담에 등장할 정도로 친숙한 산이다. 태산이 이토록 유명한 이유가 궁금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중국 황제들 즉위하면 태산에 올라 봉선의식 거행

태산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처럼 보였던 것은 지형 탓으로 보인다. 산둥성 일대는 광활한 벌판이다. 1,500m가 넘는 산이 그 평지에서 우뚝 솟았으니, 이 지역 사람들 눈엔 분명 하늘과 맞닿은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또한 태산은 기(氣)가 무척 강한 산이라 한다. 중국인들은 이런 태산을 오악독존(五嶽獨尊)이라 하여 천하제일의 명산으로 받들며 무척 신성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천자(하늘의 아들)라 칭하는 중국의 황제들은 즉위하면 꼭 정상에 올라 봉선의식(封禪儀式))을 지내고 싶어 했다고 한다.

 

‘봉선의식’은 천자가 하늘에서 받은 명을 완수했음을 하늘에 알리는 행위로, 일종에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는 의식이다.

중국 사람들 또한 태산에 올라 봉선의식을 치른 황제만을 진정한 제왕이라 믿었다 한다. 그러나 중국 역사상 천하가 통일된 시기에 240여명의 황제가 있었지만, 태산 정상에 올라 봉선의식을 거행한 황제는 진시황, 한무제, 당현종 등 72명에 불과했다.

태산을 신성시하기는 일반 백성들도 마찬가지다. 중국인들은 ‘태산이 신령스러운 산으로 한번 오를 때마다 10년씩 젊어져 장수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태산 정상으로 이어진 7천개의 돌계단을 딛고 정상에 오르면 꿈이 이루어진다’고도 한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공자, 사마천, 제갈량, 이백, 두보, 소동파, 구양수 등 이름난 사상가·문장가들도 하나 같이 태산을 다녀갔다. 그래서 일까. 중국인들에게는 지금도 태산 등정이 평생 숙원이란다.

우리나라 유명인 중에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권도전에 앞서 태산에 올랐고, 잠재적 대권 주자로 여겨지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태산을 등정(登頂)하고 방명록에 ‘중화태산(中華泰山)’을 남겼다.

중국 황제들이 오르며 신성시하고, 세계인들도 오르고 싶어 하는 산답게, 태산은 아름답고 곳곳에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다. 특히 중국 황제들은 다녀간 장소에 글자를 남겼고, 태산에 오른 사람들은 그 글을 읊조리곤 한다. 유네스코는 이러한 태산을 1987년 세계유산에 지정했다.

 

태산의 신비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한국길
우리나라 국민들은 그런 태산을 중국인들과 다른 방식으로 등정할 수 있다. 태산의 맑은 기운을 맡으며 횡단할 수 있는 한국길이 몇 해 전에 생겼기 때문이다. 태산 등산을 위해 만든 한국길은 계단이 아닌 흙길과 암벽 코스로 이뤄져 있다.

태산 등산 코스는 칼바위능선과 천촉봉 2개로 나뉜다. 칼바위능선 코스는 옥황정∼칼바위 능선∼직구저수지를 횡단하는 데 4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천촉봉 코스는 봉선대전∼망태령∼천촉봉∼옥황정으로 이어지는데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등산 초보자에게는 천촉봉 코스가 좋지만, 어느 정도 등산 경험이 있다면 칼바위 능선을 택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등산 묘미를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코스이기 때문이다.

9월 8일 등산도 칼바위능선 코스를 택했다. 이날 등산은 케이블카를 타고 남천문(난톈먼:南天門)까지 오른 뒤, 그곳부터 태산 최고봉인 옥황봉까지는 두 발로 걸었다.

정상에 닿으니 옥황전(玉皇殿)이란 사원이 있었다. 옥황상제를 모시는 사원으로 중국 황제들이 유일하게 머리를 숙인 곳이란다. 사원은 소원을 비는 인파로 크게 붐볐고, 그들이 피워대는 향내가 진동했다. 향로 주변에는 중국인들의 소망을 담은 황금색 자물쇠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이날 태산 한국길 등반은 정상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본격 시작했다.

태산의 웅장한 산세와 대협곡을 감상한 뒤 태산 최고의 절경지인 칼바위 능선을 향해 부지런히 걸었다. 칼바위능선으로 가는 중간 중간에 전망대가 설치돼 있었다. 그곳에서 바라본 칼바위 능선은 이름이 말해주듯 산 능선이 바위로 이뤄져 있고, 사람하나 서 있기 힘들 정도로 칼날처럼 날카롭게 솟아 있었다. 게다가 주변은 천길 낭떠러지였다.

그 곳을 통과해야만 한다는 말에 눈앞이 캄캄했다. 하지만, 막상 올라보니 오히려 스릴 넘치고 굉장히 재미있었다.

 

칼바위 능선은 약 1km 정도의 길이에 제1, 2봉으로 형성돼 있다. 1봉에 오르면 2봉의 웅장한 모습이 압권이고, 2봉에 올라 지나온 1봉을 바라보면 하얀 바위와 기암괴석들이 절묘하게 솟아 장관을 이뤘다.

태산 한국길 칼바위 능선은 현재 중국인들은 오를 수 없고, 오직 우리나라 등산객들에게만 개방되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 국민들이 전세 낸 등산길인 셈이다.

칼바위 능선의 멋을 만끽하고 발걸음을 재촉해 내려오니 먼발치에서 직구저수지가 눈에 들어왔다. 태산 한국길 등산이 끝나는 지점이자 태산의 신비함이 추억의 한 페이지로 자리를 잡아가는 순간이다.

<취재협조 산악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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