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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세상 ‘고카야마 합장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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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세상 ‘고카야마 합장촌락’
  • 유경훈 기자
  • 승인 2015.03.25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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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깔리면 창문 넘어 환상의 동화세상이 열린다!③
▲도야마 구로베 알파인

[투어코리아=유경훈 기자] 가미나시 촌락에서 버스가 10여분 정도 달리자 세계문화유산인 ‘고카야마 합장(合掌)양식 촌락’(이하 합장 촌락)이 눈에 들어왔다. 이 촌락은 ‘도야마현 관광의 핵’이다. 직접 와보지 않고 도야마 여행을 했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유명한 촌락이다. 이 촌락의 아이콘은 뾰쪽한 지붕을 한 목조 주택이다. ‘합장촌락’이란 이름은 ‘뾰쪽한 지붕 모습이 마치 양 손바닥을 포갠 것처럼 보인다’는 데서 유래했다.

합장 촌락은 ‘아이노쿠라 촌락’과 ‘스가누마 촌락’이 유명하다. 양 촌락에는 100에서 200년, 길게는 400년도 더 된 가옥들도 볼수 있다. 억새를 두껍게 얹은 지붕은 정면에서 보면 삼각형으로 경사가 6~70도는 족히 돼 보인다. 겨울철이면 보통 3~5m 높이로 눈이 쌓이는 탓에, 지붕에 눈이 쌓이지 않고 흘러내리도록 하기 위한 구조란다.

전통과 자연이 빚은 동화마을, 아이노쿠라
우리는 여행 이틀째(1월 28일) 밤을 ‘아이노쿠라 합장 촌락’에서 보내기로 했다. 마을은 이미 눈 속에 파묻혀 있었고, 하늘에서는 여전히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내린 눈이 쌓여 숙소로 향하는 길 양 옆으로 1.7m는 족히 되는 설벽이 만들어져 있었는데, 마치 숙소로 들어가는 우리 일행을 호위하고 있는 듯 보였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 거실에 다다미가 깔려 있고, 중앙에는 역시나 일본 화로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저녁 먹을 시간이 다가오자 주인 할머니는 밥상에 올릴 곤돌메기를 모닥불 주위에 꽂아 굽기 시작했다.

나를 비롯한 일행 서너 명은 곤돌메기가 구워지는 동안 ‘폭설에 잠긴 합장 촌락’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 촌락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마을 앞산에 올랐다. 그곳에서 바라본 합장 촌락은 마치 신선의 세계 같았다. 삼각형 지붕 옆에 홀로 서있어 소담스럽게 눈꽃을 피운 삼나무 한 그루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풍경화에 방점을 찍었다. 그 매력에 반한 일행들의 입해선 너나 할것 없이 “와~!” 하는 감탄사가 연신 터져 나왔다.

▲세계문화유산 아이노쿠라 합장촌

어둠이 깔리면서 촌락은 짙푸른 색으로 변하고, 삼각형 지붕에 하나 둘 붉은 불이 켜지자 동화속의 세상처럼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 냈다.

날이 어두워 집 안으로 들어오자 주방에서 저녁 식사를 내오겠다는 신호가 들어왔다. 그리고 잠시 후 알맞게 구워진 곤들메기와 송어회, 쇼바, 고사리탕, 표고버섯, 두부 등 ‘보기 좋고, 먹기 좋은’ 건강 밥상이 화로를 빙 둘러 사람 수대로 차려졌다. 상 하나에 둘러 앉아 식사를 하는 우리네 방식과 차이가 있어 어색했지만 그래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바로 적응이 됐다.

식사를 끝내고 일행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잠자리에 들시간. 그런데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집은 옛것 일지라도 화장실과 세면대는 현대식으로 개조해 별 문제가 없었지만, 잠을 자야할 다다미방이 너무 추웠다, 사방에 창문이 달려있어 냉기가 보통이 아니었다. 거실에 가스난로를 틀어 놓았지만 방안 공기를 데우기에는 한참 모자랐다.

그러나 이부자리는 의외로 훈훈했다. 웬일일까 싶어 이불 속으로 손을 넣어보니 뜨거운 물통 같은 것이 잡혔다. 마치 목침처럼 단단하게 생겼는데 아침까지도 뜨끈한 열기가 여전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열기구는 물통이 아닌, ‘마메단앙카’, 마치 도시락처럼 생겼는데 일종의 ‘휴대용 목탄 난로’였다. 애들 주먹만 한 목탄에 불을 붙여 넣은 다음 천 주머니로 감싸 이불속에 넣으면 열기가 24시간 지속된다고 한다. 합장 주택이 추워도 너무 춥다보니 아이노쿠라 촌락에서 마메단앙카는 겨울 필수품이 된지 이미 오래란다.

▲도시락처럼 생긴 휴대용 목탄난로 ‘마메단앙카’. 주인장이 숯을 넣고 있는 모습.

아이노쿠라 촌락에 아침 햇살이 비추자 눈이 부셨다. 밤새 내린 눈은 하얀 솜이불처럼 삼각형 지붕을 뒤덮었고, 나무 가지에 내린 눈은 화사한 눈꽃이 되어 있었다. 그곳에 심취한 나의 마음은 “이런 곳에 한번 살아 봤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참고로 아이노쿠라 촌락의 숙박료는 1박 2식에 1인당 12,000~15,000엔으로 다소 비싼 편이다. 그럼에도 세계문화유산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는 매력에 예약이 넘친다고 한다.

 

일본 장인에게 배우는 전통 목공체험
도야마현 여행 3일째. ‘아이노쿠라 촌락’을 벗어난 버스는 도야마시의 한 무늬목 공장으로 향했다. 그 곳은 여러 가지 일본 전통문(門)을 제작하는 회사(다니하타)로 못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그 회사에서 제작된 다양한 문(門)은 문양이 아름답고 독특해 일본과 미국의 일류 호텔이나 공항 같은 데서 장식에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이곳에서 문양 조립 체험을 하고, 곧장 일본식 대표 한약 ‘한콘단’ 제약회사인 ‘이케다야 야스베 상점'으로 여행길을 잡았다.

▲일본 전통 문 제조

 

일본 제약업의 자존심 ‘한콘단’
도야마 유일의 전통 약 ‘한콘단’ 소매점인 이케다야 야스베 상점은 아직도 옛날 방식으로 환약을 만들고 있었다. 덕분에 관광객들은 직접 환약을 만들어 볼 수 있다. 한콘단은 30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환약으로, 17세기 후반 도야마 2대 번주인 ‘마에다 마사토시(前田正甫)’가 제조하도록 한 것이 시초란다. 한콘단은 도야마의 행상들에 의해 일본 전역으로 퍼져 갔는데, 먼저 일본 가정에 환약을 넣어주고, 나중에 약이 줄어든 만큼 대금을 받는 판매방식을 취했다고 한다. 한콘단에는 웅담성분이 들어 있어, 일본 가정에서 상비약으로 많이 애용했다고 한다.
‘이케다야 야스베 상점 2층에는 약선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약도(藥都)’가 있다. 한콘단 만들기 체험한 뒤 건강도 챙길 겸해서 그곳에서 잡곡밥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일본 가정상비약 한콘단 제조 체험
‘한콘단’ 소매점인 이케다야 야스베 상점에서 맛 볼 수 있는 잡곡밥
이케다이야스베 약국

내가 만들어 먹는 송어스시
이케다야 야스베 상점을 나온 일행은 송어 스시 만들기 체험을 위해 ‘송어 스시 도시락 전문 업체’로 향했다. 이 회사에는 매일 송어 스시 만들기 체험객이 200명 정도 찾아온다는데, 스시 제조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둥그런 대나무 틀에 대나무 잎을 깔아 쌀밥 200g을 넣은 다음, 그 위해 송어 슬라이스를 곱게 펴 얹고 대나무 입을 덮어 포장하면 됐다. 만든 송어 스시 도시락은 체험객이 가져가는데, 만든 지 8시간 후에 먹으면 송어 기름이 쌀밥에 알맞게 스며 제일 맛있다고 한다. 송어 스시 만들기 체험을 마치고 우리 일행은 스시공장 견학과 일본의 스시 도시락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 탐험에 나섰다.

▲송어 스시

쓰레기 운하서 데이트 코스로 변신한 ‘환수공원’
도야마현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도야마 운하 환수공원’. 도야마운하는 과거 수운교통이 인기를 끌던 1901년에 5.1km의 길이로 건설됐다. 하지만 육상교통의 발달하면서 도야마 운하는 운송 기능을 상실한 채 쓰레기가 떠다니는 흉물이 되고 말았다. 보다 못한 도야마 시에서 재정비에 나서 현재와 같은 모양으로 바꿔 놓았다.
환수공원은 봄에는 벚꽃이 피고, 밤에는 아름다운 조명이 불을 밝혀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도야마 운하에 놓인 ‘천문교’는 수많은 청춘 남녀들의 데이트 장소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환수공원

일본의 알프스 다테야마 연봉
도야마현 여행에서 많은 것을 보고, 즐기며 체험까지 했는데 ‘다테야마 연봉’에 가지 못한 점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도야마시 숙소(호텔)에서 바라본 ‘다테야마 연봉’은 해발 3,000m안팎의 고봉들이 하얀 눈을 머리에 인 채 북쪽에서 남쪽으로 뻗어 있었다. 총 길이는 약 88㎞에 이른단다.

다테야마 연봉의 또 다른 이름은 ‘일본의 알프스’. 빼어난 설경에 감탄한 유럽 사람들이 스위스의 알프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해서 그런 이름을 붙여줬다고 한다.

▲시내에서 바라본 다테야마 연봉

다테야마를 찾으면 웅장한 설(雪)벽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곳은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한 겨울에는 워낙 적설량이 많아 들어갈 수가 없다. 쌓인 눈이 어느 정도 녹은 4월이 되어야 비로소 눈길을 뚫어 관광객들의 출입을 허용한다.

올해는 한 참 봄기운이 무르익기 시작하는 4월 15일부터 출입문이 열린다. 이때에도 도로 양쪽에 쌓인 눈의 두께는 20m가 넘는다. 이 같은 설벽을 감상할 수 있는 기간은 6월 15일까지 딱 2개월. 이후부터는 다테야마 연봉이 푸른색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다. 그리고 머지않아 푸른색은 알록달록한 색동옷으로 또 한번 변신을 서두른다. 그러면 관광객들의 발길은 또다시 분주해진다. 단풍이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11월이 넘어서면 출입문이 다시 막혀 내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알펜루트

여행팁
아시아나 항공이 인천공항~도야마 공항 노선을 주 3회 운항하고 있다. 비행시간은 약 1시간40분이 소요된다. 3월 14일 신칸센이 개통되면 도쿄에서 도야마까지 2시간 8분에 닿을 수 있다. 현재 JR열차는 3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도야마현 관광 홈페이지 http://foreign.info-toyama.com/kr

<취재협조 도야마현.일본관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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